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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전화가 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농협입니다. 지난 주 현금인출기에 두고 가신 카드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속히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다시듣기는 1번, 카드정보 확인은 9번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내 카드를 보관하고 있다고?


사실 이 전화는 지난 주에도 한차례 걸려왔었습니다.
그 때는 사무실의 다른 동료직원이 전화를 받았는데, 그 동료는 마침 전화를 받기 직전에 농협ATM 기기를 사용하고 돌아온 직후였습니다. 게다가 ATM을 사용하고서 카드를 평소에 넣어두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 보관하여 정말로 자신이 카드를 두고 왔다고 착각하고서 가까운 영업점으로 찾아갔습니다.

카드를 찾으러 간 동료가 돌아왔길래 물어봤습니다.

"카드 찾았어요?"
"카드를 잃어버린게 아니었어요. 다른 곳에 넣어두고서 착각했어요."
"네? 그럼 그 전화는 뭐예요?"
"모르겠어요. 농협 직원들이 보이스 피싱일거라고 하네요."
"엥? 카드를 두고 갔다고 하더니, 그게 어떻게 보이스 피싱이예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전화 받는 순간에는 당황해서 그런줄 알았어요."
"전화 건 사람 말투가 어땠는데요? 중국 동포들의 억양이었어요?"

"글쎄요. ARS였는데 카드 두고 갔다니까 당황해서.. 억양까지는 잘 기억이 안나요."
"아~ 이 나쁜 놈들. 나한테 한번 걸려라..!"


그리고..
그토록 기다리던 동일한 수법의 보이스 피싱 전화가 제게도 걸려왔습니다.

"네, OOO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농협입니다. 지난 주 현금인출기에 두고 가신 카드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속히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다시듣기는 1번, 카드정보 확인은 9번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말하는 농협이 내가 아는 그 농협은 아니겠지?


'왔구나!!!!'

저는 우선 뭐라고 이야기 하는지 끝까지 들어볼 생각으로 아무 것도 누르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다시 동일한 멘트(안녕하십니까, 농협입니다)가 반복되어 흘러나왔습니다.

다시듣기 1번을 누르면 역시 동일한 멘트가 나왔고요.

9번을 눌렀습니다.
'따르르릉' 하는 연결음이 몇번 울린 후, ARS 목소리와 비슷한 조선족 억양을 사용하는 여성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농협입니다."

"예."

"카드를 잃어버리셨다고 안내 받으셨습니까?"

"예."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여기서 멈칫했습니다.
이름을 이야기하면 이 악당들이 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드를 갖고 계시면 제 이름을 알고 계신것 아닌가요?"

"그러니까 확인해 드린다고 하지 않습니까! 성함이 어떻게 되시냐구요!"

이 악당 여성분께서는 오히려 제게 호통을 쳤습니다.

"그러니까요. 제 정보를 아시니까 연락주신거 아니예요?"

"......"

뚜..뚜..뚜..

'내 이름도 모르면서 어떻게 나한테 전화를 했냐?'고 물으니 할 말이 없었는지, 아니면 먹잇감으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는지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나는 절대 보이스피싱에 속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는데, 동료직원이 영업점까지 방문해 헛걸음을 하고 돌아오는 것을 보니 나날이 발전하는 보이스피싱의 수법에 나도 언젠가 한번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름의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정리해 보았는데요,
악당들은 이런 내용을 참고하여 보다 개선된 사기수법을 생각해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악당들!!)

1. 중국동포 분들을 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만,
   대다수의 보이스피싱은 조선족 억양과 말투를 사용합니다.

    억양이 부자연스럽다면 일단 의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2. 걸려온 전화가 ARS로 안내된다면 연결하지 않습니다. 
   개인이 어느 기관에 전화를 걸었을 때 ARS(자동응답안내) 연결이 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기관에서 개인에게 전화를 걸때 ARS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광고 혹은 보이스피싱)

   고객 혹은 민원인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더러,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3. 전화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자세하게 묻습니다. 
   사건에 연루가 되었다면 무슨 사건인지,
   어디서 어떻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묻습니다.

   (비밀이라느니, 신중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안 가르쳐 줄 것입니다.
    사실 1번, 2번에서 전화를 끊어버리면 이렇게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4. 절대 본인의 정보를 알려주어서는 안됩니다.
   전화로는 개인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밝히세요.
   (이러면 대부분 전화를 끊습니다.)





Posted by 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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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콤시민 2010.03.19 1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에 저희 형 메신저가 해킹당한것 같더라구요... 형이 베트남에 놀러간사이 저한테 바빠? 라며 말을 걸길래 무심코 대답 했는데 평소 형의 말투가 아니더라구요... 앗 요거 봐라 그러는 사이에 접속 종료를 해버리더라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