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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확실히 개혁해야 한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천민자본주의의 극치이다. 방만경영, 부당대출로 영업정지에 들어간 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이틀 전부터 임직원들이 본인예금을 인출하고, 친인척·지인에게 미리 알려줘 예금을 인출케 한 사실이 밝혀졌다.

설상가상, VIP고객에게는 은행업무시간이 끝났음에도 친절하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예금인출을 하도록 허용해, 영업정지 전날에 부당인출로 185억원이나 빼내줬다고 한다. 특별우대를 넘어 초특혜가 아닐 수 없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을 넘어 ‘예금을 찾아드리겠습니다, VIP님’이라고 넙죽 엎드린 것이다. 신뢰를 파는 금융기관이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고 상도의를 처참히 무너뜨렸으니 지금껏 믿음으로 거래했던 30만 일반예금자들이 원통해 할 일이다.

저축은행은 서민들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 저축을 증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민금융기관이다. 제1금융권과 거래가 어려운 사람들, 사회적 약자가 주고객층이다. 이들을 돌보고 지원해야 하는 저축은행 임직원들이 VIP만 극진하게 우대(?)해주고 자신들 이속을 먼저 챙겼으니 저축은행이 아니라 ‘사금융’, ‘VIP 전용창구’라 해도 할 말이 없다.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사실은 금감원 감독관 3명이 현장에서 버젓이 감시·감독을 하고 있었는데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눈 뜨고 코 베인 꼴이다. 금융감독의 부실함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저축은행의 부실문제는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경영주, 대주주의 전횡과 사금고화 논란은 해묵은 이야기이고 저축은행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는 만성화됐다. 이미 저축은행에 들어간 공적자금만 4조 5천억이다. 

감독당국의 잘못도 크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조정, 명칭변경(신용금고에서 저축은행으로), 저축은행간 인수허용, 여신한도 확대(88클럽) 등 규제완화에 앞장선 금융당국이 이를 감시·감독하는 책무에는 소홀해왔다. 풀어줄 것은 풀어주고 옥죌 것은 옥죄야 하는데 통제기능만 마비됐으니 저축은행의 부실만 키운 것이다. 이번 부정인출사건도 예고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외환위기, 금융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했지만 아직도 금융시스템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1번의 대형사고 이전에 그와 유사한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고, 그 작은 사고들 주변에는 300번의 이상 징후가 있다”라는 금융권 정설이 있다. 하인리히 법칙이다. 부실은 기습적으로 찾아오는 게 아니다. 감독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작은 부실에 대한 책임공방논란에 더 큰 부실이 슬며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정치권도 할 말은 없다. 지난 20-21일 양일간 저축은행부실 관련 국회청문회가 있었다. 저축은행의 부실원인, 정부 정책의 문제점, 책임소재 등 의혹들을 규명하려는 노력도 했지만, 정치공방으로 끝난 느낌이다. 

서민의 고통과 아픔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담을 수 없다. 그러나 새 물로라도 채워야 한다. 서민피해는 최소화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금융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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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왕그니 2011.05.06 14: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