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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가 제시한 정치개혁안에 대한 김형오 전 의장의 생각과 이와 관련되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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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지적 옳다.

“목표가 대통령이 아니라,

나라 정치를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

 

김형오(전 국회의장)

   

  

안철수 정치 개혁안을 두고 시비와 논란이 일고 있다.

대체로 비판적 시각이 많은 것 같다. 현실을 모르는 아마추어가 어설프게 빚어놓은 떡 취급을 받는가 하면, 모래 위에 지은 집(사상누각), 심지어는 허공에 지은 집(공중누각)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나는 요즘 정치권과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필생의 소망이었던 저술 작업에 매달리느라 스스로를 유폐시키다시피 하며 지냈다. 마음을 비우고 또 골치 아픈 정치를 보지 않으니 참 편하고 홀가분한 느낌이다. 그러나 수십 년 본업(?)을 쉽게 떠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안철수식 정치 개혁, 정치 쇄신에 대해 몇 마디 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안철수 말 잘했다. 맞는 말 했다.각론 몇 가지는 따로 지적하겠지만 대한민국 정치가 바뀌려면 과감한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

괜찮은 정치인,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라 하더라도 현행 체제 아래서는 기를 펼 수가 없다. 체제와 제도에 순응하거나 재빨리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국회의원 수 축소’ ‘국고 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와 원내 정당화’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를 포퓰리즘적 발상이라 치부한다. 언론 또한 실천 방안이 결여되었음을 지적한다. 무소속 대통령이 되면 국회 동의를 받아 정책을 펴나가야 하는데 정치권의 반발을 살 제안을 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듯하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자기 것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라고 되받아친다. 이것도 안 후보 지적이 맞다. 나는 안 후보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이 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 몇 가지 본질적인 부연 설명을 하고자 한다.

우리가 은연중에 고정관념화하고 있는 등식이 있다. 정당 정치=의회 정치=민주 정치라고 보는 것이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다른 선진국은 몰라도 한국에서는 확실히 틀린 말이다.

한국 정치를 장악하고 지배하는 것은 소수의 정당 엘리트이다. 이들은 국민의 세금인 국고 보조금과 정당 후원금을 한 손에 쥐고 있다. 또 다른 손에는 국회의원 공천권을 쥐고 있다. 특히 전국구(비례대표) 의원은 100% 정당 지도부의 몫이다.

정당은 또 당론이란 이름으로 모든 법률안과 안건 하나하나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한다. 예컨대 어떤 법률을 처리할 것인지 말 것인지, 찬반 의사 결정권 및 수정 보완 여부, 심지어 법안을 상정할 것인지 계류시킬 것인지 등 모든 것을 정당 지도부가 결정한다. 여느 민주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정치에서는 국회 위에 정당이 있다. 정당이 국회의원의 발목을 잡고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한다.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은 꼭두각시처럼 정당 지도부가 조종하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 당론이나 지도부의 지시를 어긴 사람은 살아남지 못한다.

정당의 의사 결정 구조 또한 지극히 비민주적이다. 권한이 클수록 소수의 정당 지도부(또는 계파 보스)가 담합해 나누어 먹는다. 밀실에서 머리 큰 사람들끼리 자기 몫을 미리 정해놓은 다음, 공식 의사 결정 구조에서는 통과 의례의 절차를 밟는 것으로 끝난다. 이 과정에서 목소리 큰 사람 몫을 조금 떼어준다. 정당 지도부가 책임지는 법도 없다. 지도부 위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다. 청와대(정권 초기), 대통령 후보(후기), 강경 재야 시민단체(야권)와 적절히 조율만 하면 만사형통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의 병폐가 바로 이 막강한 정당 체제와 구조 때문인데 이를 제대로 지적하는 사람은 드물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일뿐더러, 아직도 정당 정치=민주 정치라는 20세기 교과서에 인식이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50년대 자유당 때는 정당을 제대로 가꾸는 것이 민주주의 싹을 틔우기 위해 필요했다. 60~70년대에도 군사 정부와 맞서기 위해서는 비민주적이라 할지라도 정당의 조직적인 저항이 요구됐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 상황이 너무나 달라졌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십년도 더 지나고 인터넷과 새로운 첨단기기가 속속 개발되어 초 단위로 세상과 소통하는 시대다. 구시대적 구조에 공룡 같은 몸집인 정당을 해체 수준으로 혁파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정치발전도 민주주의도 기대할 수 없다. 국민의 정치 불신과 불만이 비등한 것은 정당 독재 때문인데도 기득권에 젖은 정당 지도부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강력한 정당을 통해 민주주의를 제도화하고, 일사불란한 정당을 통해 국민을 잘 살게 하겠다고? 이는 21세기에는 가당치도 않은, 무식하고도 국민을 속이는 독재적 주장이다.

더구나 어느 후보는 비례대표를 국회의원의 반으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야말로 포퓰리즘적 발상이고, 정당 독재를 강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한다. 비례대표제는 개발연대에 분야별 엘리트들이 정치권에 들어와 전문성을 살려 입법 활동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었지만, 지금은 효율성도 떨어지고 정당성도 없다. 입법과 행정 그리고 사회 각계각층에 비례대표 의원 못지않은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이들이 널려 있다. 다기다양한 분야의 대표성 있는 인물을 고루 발굴 등용시키려면 지금 의원수를 열배를 널려도 부족할 것이다. 또 그런 인물들이 자기 위치를 떠나 꼭 국회에 들어와야 할 이유도 없다.

앞서 말했지만 비례대표는 결국 정당 지도부에게 절대적 선임권이 있다. 계파 보스들이 전리품 챙기듯 제 몫만큼의 줄 세우기를 하고, 줄을 잘 서 앞 번호를 받은 사람 순으로 국회에 들어오고, 국회에 와서는 더욱 보스의 명령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 신세도 갚아야 하고 다음번 지역구 공천을 받으려면 말이다.

하나하나 따지려면 더욱 긴 글이 되겠기에 이쯤에서 몇 줄로 정리하고자 한다.

안철수 후보는 바른 지적을 했다. 그런 만큼 이것이 반드시 관철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개혁은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기득권층의 권한을 축소 조정하려면 엄청난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더구나 상대는 막강한 현실 정치인들이다. 안 후보와 그 측근들이 이를 관철하려면 피나는 열정, 끈질긴 노력이 요구된다.

기성 정치권과 결탁해서는 절대로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10여 년 전 대통령 당선만을 목표로 되지도 않을 의원내각제 밀약으로 권력 나눠 먹기를 했던 구시대 정객들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안 후보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안철수의 목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한국 정치를 바꾸는 것이리라(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그 목표가 흔들리는 순간, 대통령이 목표가 되는 순간, 그가 부르짖는 모든 것은 공수표가 되거나 희석되어 버릴 것이다. 그가 문재인과 단일화라는 이름으로 야합을 하면 그는 대통령이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이 나라 정치는 희망을 포기해야 한다. 정치를 바꾸겠다는 젊은 기수가 변신에 능숙한 또 다른 기성 정치인으로 전락하는 순간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희생, 눈물과 땀과 열정 없이는 대한민국 정치를 바꿀 수 없다. 안철수는 오랜만에 나타난 희망주이다. 독야청청(獨也靑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흉내 내기가 아니라 진정으로 해야만 비로소 인정받는다. 큰 꿈을 펼치려면 더욱 낮은 곳으로 가야 한다. 각고(刻苦)의 세월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그가 지금부터 잘 연마해 나간다면 5년 후 한국 정치는 더욱 희망을 걸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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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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