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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2012-11-22 기사  ☞ 바로가기 클릭

 
작가로 ‘제2의 삶’ 김형오 전 국회의장 “비잔틴 공략 위해 배 끌고 산까지 넘은술탄의 전술에 전율”


술탄과 황제/김형오/21세기북스

1453년 5월 29일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투르크에 의해 함락된다. 1400년간 지속된 로마 제국 최후의 날이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역사서 ‘술탄과
황제’(21세기북스)가 나왔다. 저자는 기자, 대통령 정무비서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원내대표를 거쳐 입법부 수장을 지낸 김형오(65) 전 국회의장. 저술가로서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그를 21일 전화 인터뷰했다.

책은 제국을 지키려는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와 공격에 나선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의 50여일간 결전에 대한 기록이다. 21세 혈기왕성한 술탄은 철벽 수비에 막힌 바닷길을 뚫기 위해 그 많은 배를 끌고 갈라타 언덕을 넘어갔던 사나이다.

“2009년 터키를 방문했을 때, 이스탄불 군사박물관에서 그때를 전하는 쇠사슬 유물을 봤어요. 상식을 뒤엎은 술탄
이야기를 듣고 순간 전율을 느꼈지요.”

사건에 매료된 김 전 의장은 귀국 이후 국회의장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관련 자료 더미에 파묻혀 지냈다. 국내외에서 구한 책이 70여권이나 됐다. 당시 읽은 책 중 하나가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가 쓴 ‘콘스탄티노플 함락’. 분량도 얇고 깊이도 부족해 실망감을 표시하는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그럼, 직접 써보는 건 어때요”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저술 작업은 4년이 걸렸다. 터키를 5번 찾아갔다. 맨 마지막에는 47일간 체류했다. 자료를 조사하고, 관련 학자를 인터뷰했다. 집필에만 꼬박 5개월이 걸렸다. 하루 10시간씩 매달렸다.

콘스탄티노플 전쟁은 지상전, 해상전, 공중전, 심리전, 외교전 등
사용가능한 온갖 전술이 동원됐다. 지키려는 자와 뺏는 자 간 사생결단의 몸부림이었다. 건조한 역사책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긴박감, 리더십의 고뇌 등을 담아내기 위해 그는 소설의 형식을 택했다.

무엇이 가장 힘들었을까. “역사적 팩트는 자료 조사로 메꿀 수 있지만, 술탄과 황제의 심리 상태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오죽 했으면, ‘황제여, 제발 꿈에 나와 저랑 대화 좀 해주시지요’라고 바랐겠어요(웃음).” ‘천년보다도 더 긴 하루였다’라는 첫 문장은 그런 고민의 산물일 것이다.

술탄과 황제, 어느 리더십에 애정이 갈까. “황제는 패자인 만큼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군주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하지만 8만명 대 7000명의 싸움이었어요. 도망가거나 항복할 수 있었지만 제국과 함께 장렬히 전사했습니다.” 그는 콘스탄티누스 11세를 덕과 솔선수범의 덕목을 갖춘 위엄 있는 마지막 황제로 그려낸다.

지난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저술가로서의 길을 걷는 정치인의 모습이 신선하다고 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후배 정치인이 잘 할 수 있도록 깨끗이 떠나야지, 훈수꾼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어요. 다른 분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보라는 시그널을 던진 것으로 이해됐으면 좋겠어요.”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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