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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2012-11-30 기사 바로가기 클릭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기의 정복자 오스만 튀르크의 술탄 메흐메드 2세,

이에 맞서는 비잔틴 제국 최후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

세계 역사의 흐름을 뒤바꾼 그날, 그리고 54일간의 격전의 기록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지만, 나는 패자의 기록도 함께 쓰려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술탄과 황제, 그들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들과의 진지한 대화를 시도했다. 때로는 빙의 현상이라도 일어나주기를 소망했다” 한 아마추어 사학자가 땀과 피를 흘리며 찾아낸 진실과 역사 속 전쟁으로 독자를 유인한다.

저자는 놀랍게도 김형오 전 국회의장. 바쁜 의정생활 속에서도 그는 4년간 5차례에 걸쳐 이스탄불을 방문, 방대한 자료조사와 유적지 답사,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600년전 문명사의 한 장면과 전환점을 인문학적 상상력과 사회과학적 냉정함으로 화려하게 빚어냈다.

<술탄과 황제>는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는 날을 중심으로 50여 일간의 치열한 전쟁을 치른 두 제국의 리더십과 전쟁의 과정, 삶과 죽음, 승리와 패배, 그리고 두 영웅의 인간적 고뇌를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되살린 책이다.

역사는 그 시대를 바라보는 연구자의 상상력의 결과물이라고 했던가. 저자는 마치 당시 전쟁의 “종군기자”가 된 듯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때론 저자 개인의 인간적 고뇌까지 담아 역사의 한 순간을 그려냈다.

수많은 배를 이끌고 산을 넘어간 사나이가 있다. 바로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 철벽수비로 막힌 바닷길을 뚫기 위해 그는 해발 60미터에 이르는 험한 산등성이와 비탈진 언덕을 수많은 배를 끌고서 넘어갔다. 그것도 불과 이틀 사이에. 또 다른 사나이가 있다. 승산이 전혀 없어 보이는 싸움에서 끝까지 항복을 거부한 채 자신이 사랑하는 제국과 함께 장렬히 산화한 비잔틴 최후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

오스만 튀르크에 의한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은 1400년간 지속된 로마 제국 최후의 날이라는 사실 외에도, 동양ㆍ이슬람 문명에 의해 정복된 서양ㆍ기독교 문명이라는 점, 중세에서 근대로 시대가 전환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비잔틴 제국 멸망 이후의 세계에만 관심을 둔다.

책은 테오도시우스의 삼중 성벽처럼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마지막 총공세의 나흘간의 기록을 한 편의 영화처럼 재현해냈다. 전쟁의 과정과 사용된 무기, 전략과 전술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콘스탄티노플 함락 이후에 일어났던 혼란까지도 그려냈다. 특히 2장의 토대가 되는 황제의 일기를 발견하는 과정을 이스탄불에서 자료 조사를 하며 우연히 만나게 된 하나의 모티브를 기반으로 해 극적으로 창조해냈다.

2장에서는 황제가 1453년 4월 2일부터 5월 29일까지의 일을 기록한 가상의 일기장과 이에 대한 술탄의 비망록이라는 구성을 통해, 전쟁을 치르는 두 리더의 전략과 고민, 인간적 고뇌 등을 담았다. 비록 가상의 기록이지만, 실제 있었을 법한 사건을 일기와 비망록 형식, 그리고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해 읽는 이들의 역사적 이해를 높였다. 특히 전쟁을 치르는 리더의 인간적인 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과 감동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3장은 559년이 흐른 2012년 5월 29일에서 6월 1일, 요일도 날짜도 같은 현대 시점에서 비잔틴 제국의 멸망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숨 가쁘게 뒤좇아 가는 작가의 이야기를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기록했다.

이 책의 장점은 역사적 사건을 정교하고 탁월하게 재현해냈다는 점 외에도, 콘스탄티노플 함락에 대한 기존의 방대한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제공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부록을 통해 자료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재현해낸 삼중 성벽의 구조와 최후의 공성전의 과정,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군사들을 독려하는 술탄과 황제의 연설문 등을 정리했고, 이는 읽는 이들의 인문학적 재미를 높인다. 뿐만 아니라 QR코드와 각주 등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부족할 수 있는 정보와 역사적 사실, 도판 등을 정리했다. 기존에 출판된 국내외 어떠한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꼼꼼하고 잘 정리된 자료를 통해 인문학적 사료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 함락 전쟁은 지상전·지하전·해상전·공중전·유격전·심리전·첩보전·외교전 등 사용 가능한 모든 전략과 전술이 총동원된 드라마틱한 전쟁이었다. 또한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사생결단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 등을 기반으로 한 철저한 고증과 놀라울 만큼의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누구도 볼 수 없었고 알 수 없었던 순간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다.

올 초 국회의원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생활을 마감한 저자는 책 집필에 꼬박 5개월이 걸렸다며 스스로 집념과 열정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밤잠을 줄이고 휴일도 반납한 채 하루 열시간 넘게 오로지 사실과 진실추구에 매달렸다. 안경을 세번씩 바꿔쓰고 흰머리를 늘려가면서 피를 찍어 잉크로 쓰듯 심혈을 기울였다." 최근 우연히 길에서 만난 그는 정말 지쳐보였다. '읽는 이'에서 '쓰는 이'로, 역사탐구자로 변신한 고단함인 듯 싶었다.

21세기 북스 펴냄/464쪽/값 25,000원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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