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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영문과 교수이자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이기도 한 김성곤 교수는 뛰어난 영문학자이자 영화광이다. 문학과 영화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 탄탄한 문장실력을 바탕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글을 발표하는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매주 수요일자 코리아 헤럴드에는 김성곤 교수의 칼럼이 실린다. 그런데 지난 4월 3일(수) 김교수 칼럼에 내 책 『술탄과 황제』가 언급되어 읽어보았다. 책에 대한 과분한 칭찬을 받은 것도 감사하지만, 무엇보다 성실한 독자로서 내 책을 꼼꼼하게 훑어내려간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책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정교하고 예리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이 책의 저자인 나조차 생각하지 못한 논리적 측면까지 해석해낸 그의 명민함에 다시금 찬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인이 아닌 글을 쓰는 작가로서 책에 대한 칭찬을 듣는 것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보다 더 행복한 것은  내 책의 진가를 알아주는 눈밝은 독자를 만난 때문이다. 작가에게 성실한 독후감보다  더한 찬사는 없을 것이다.

  혼자 읽기 아까워 아래 영어 본문과 한글 해석을 같이 싣는다. 김교수의 칼럼이 내 책에 대한 일반독자의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Kim Seong-kon] Somewhere between Constantinople and Istanbul

 

 

 

 

 

Today, Istanbul is a city of Muslims. Before the mid-15th century, however, it was a Christian city of the Byzantine Empire called Constantinople. In 1453, Constantinople was conquered by Sultan Mehmed II of the Ottoman Turk Empire, signaling the end of Christianity and Western civilization in the glorious city. Later, the city was renamed Istanbul by the Turks. Ever since, Istanbul has become a curiously fascinating city where the East and the West, Islam and Christianity, and tradition and innovation meet and clash.

 

In his celebrated novel, “My Name is Red,” Orhan Pamuk, the Turkish Nobel Laureate, explores the themes of clashes between the East and the West, the young and the old, and conservatism and radicalism. The confrontation between the stubborn defenders of tradition and the self-righteous innovators ultimately results in bigotry, hatred and murder. As Pamuk aptly perceives in his novel, the inevitable outcome of such uncompromising conflict is degradation of humanity and annihilation of human civilization.

 

In his famous poem, “Sailing to Byzantium” W. B. Yates adores Byzantium as a Utopian place where “unaging intellect” and immortal art prevail. The poem, which is a spiritual journey of the poet into his vision of eternal life and art, begins with the following line: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The Young/ In one another’s arms, birds in the trees/ ― Those dying generations ― at their song.” Writing this poem when he was 60, the poet vividly delineates the agony of old age, and decides to leave the country of the young to travel to Byzantium, a place of sages and perfection where he can find true human spirit and immortal art.

 

More recently, a Korean author named Kim Hyong-o authored an intriguing book entitled “The Sultan and The Emperor.” A graduate of Seoul National University with a degree in international relations, and a former National Assembly speaker, Kim has crafted a splendid book on the last days of Constantinople after spending four years collecting materials, visiting historic sites in Istanbul and interviewing various Turkish scholars. The detailed footnotes and the voluminous appendix reveal the author’s hard work and erudite knowledge about what actually happened in 1453 in Constantinople.

 

In this monumental book, the author adopts a unique narrative technique employing three narrators the Sultan, the Emperor and the author creatively covering vast cultural, spatial and time differences. In his preface, Kim writes that he time-traveled to the 15th century to write the book. Nevertheless, the author, while exploring the distant past, provides a splendid 21st-century perspective throughout the book. In “The Sultan and the Emperor,” therefore, the reader can hear different voices: the Western/Christian voice and the Eastern/Muslim voice, which sometimes collide with each other, but other times harmoniously coexist. And at the end of the book, the author provides a third voice, incorporating and embracing the two radically different narratives.

 

Aside from its astonishing merits, Kim’s book is significant because of his keen perception of reconciliation that has occurred in Istanbul; the East and the West; Islam and Christianity; and conservatism and progressivism. It is in this sense that Kim coins a word, “Istantinople,” where the two antagonizing forces serenely coexist. Indeed, what city could be better than Istanbul when it comes to merging and reconciling two different worlds?

 

While writing the book on Constantinople and Istanbul, the author, as a politician, perhaps had in mind the lamentable situ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In Korea, we are still divided into polarized camps: communists and capitalists, progressives and conservatives, Left and Right, and those upholding tradition and those for the new. And we hate each other and fight like archenemies. Why can we not create a place like Istantinople where the two antagonizing and mutually exclusive forces peacefully coexist?

 

Director Ang Lee’s recent movie, “Life of Pi,” too, presents an important message: We must avoid antagonism and reconcile with “the other.” In the beginning of the movie based on Yann Martel’s Man Booker Prize-winning novel, Pi embraces Hinduism, Catholicism and Islam, three conflicting religions. Then after being shipwrecked, Pi is cast away in the rough sea with a ferocious Bengal tiger named Richard Parker. Through his ordeal in the perilous sea for 227 days, Pi learns the survival skills of living and coping with a hostile enemy. He learns that even though the tiger is formidable, it ironically gives him the strength to hang on. Living with the threatening tiger, Pi realizes the importance of both spirituality and practicality. Similar to “The Sultan and the Emperor,” “Life of Pi,” too, adopts a narrative structure of two voices: the voice of Pi in a flashback, and the voice of the author who is interviewing Pi.

 

In order to survive and even thrive as an advanced country, we should put an end to chronic ideological warfare and seek reconciliation instead. We need to turn our beloved country into “Istantinople,” a place where we can embrace the other despite ideological differences, putting down our age-old grudges, blind hatred and ideological confrontations once and for all.

 

By Kim Seong-kon

 

Kim Seong-kon is a professor of English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and president of th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He can be reached at sukim@snu.ac.kr. ― Ed.

 

 

 

 

[한글번역] 콘스탄티노플과 이스탄불. 그 사이

 

 

오늘 날, 이스탄불은 이슬람교도의 도시이다. 하지만 이 곳은 15세기 중반까지는 비잔틴 제국에 속한 콘스탄티노플이라 불리는 기독교도들의 도시였다. 오스만 튀르크 술탄 메흐메드2세에 의하여 콘스탄티노플이 정복된 1453, 이 장엄한 도시에서 기독교와 서구 문명은 종언을 고하였다. 그 이후, 이스탄불로 개명된 이 도시는 동양과 서양, 이슬람과 기독교,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며 충돌하는 지점이었다.

터키 출신 노벨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묵의 역작 내 이름은 빨강은 동서양 간, 신구세대 간, 보수주의와 급진주의 간의 충돌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완고한 보수주의자와 독선적인 급진주의자 간의 대립은 결국 편협함과 증오, 살인으로 막을 내린다. 오르한 파묵이 이 작품에서 적절하게 묘사하는 것처럼, 타협하지 않는 갈등은 필수불가결하게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고, 문명을 파괴시킨다.

 

W.B 예이츠는 그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에서 비잔티움을 늙지 않는 지성과 예술혼이 깃든 유토피아로 묘사하였다. 영생과 예술을 향한 시인의 영적 여정인 그 시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그곳은 노인들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젊은이들은 / 서로 팔짱을 끼고, 나무 위의 새들은 / - 저 죽어가는 세대들 그들의 노래를 부르고.” 그는 예순이 되어 이 시를 쓰며 노년의 고뇌를 생생하게 그리며, 젊은이들의 나라를 떠나, 현자의 나라, 순수한 영혼과 불멸의 예술을 찾을 수 있는 완벽의 도시, 비잔티움을 향한 여정을 결심한다.

 

더 가까이에서는 한국의 작가인 김형오의 흥미로운 저서 술탄과 황제를 찾을 수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외교학을 전공하고, 대한민국 국회의장을 역임한 저자는 지난 4년간 자료를 수집하고, 이스탄불의 유적을 직접 돌아보고, 터키의 저명한 학자들을 인터뷰하여,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는 마지막 날을 묘사한 역작을 빚어내었다. 상세한 각주와 방대한 첨부 자료들은 1453년 콘스탄티노플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탐색하는 저자의 성실한 노력과 박학다식함의 결과물이다.

 

이 기념비적인 저서에서 저자는 술탄, 황제, 저자의 세 가지 시점에서 각각 서술하는 독특한 화법을 채택하여 다양한 문화와 거대한 시공간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 그는 서문에서 이 작품을 쓰기 위해 15세기로의 시간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먼 과거를 탐험하면서도 21세기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술탄과 황제를 통해 상반된 목소리와 시각을 경험할 수 있다. 서양의 기독교적 시각과 동양의 이슬람교적 시각은 때로는 충돌하면서도 조화롭게 공존한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목소리를 포함하고 포용하는 독립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이스탄불에서 벌어지는 동양과 서양, 이슬람과 기독교, 보수주의와 급진주의 간에 이루어지는 화해를 예리하게 인식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그가 두 개의 첨예한 세력들이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의미에서 이스탄티노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것 또한 이러한 시각에서이다.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세계를 화해시키고 융합한다는 면에서 실로 이스탄불보다 훌륭한 도시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콘스탄티노플과 이스탄불에 대한 책을 쓰면서 아마도 저자 김형오는 정치인으로서 한반도의 애통한 상황을 마음에 품고 있었을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전통과 혁신 간에 분열된 상황을 겪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증오하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우리는 왜 적대적이고 배타적인 두 세력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스탄티노플과 같은 세상을 만들지 못하는가?

 

이안 감독의 최근 영화인 라이프 오브 파이역시 우리는 적대감을 배격하고 타인과 화해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얀 마텔의 부커상 수상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의 초반부에서 주인공 파이는 분쟁이 발생하는 힌두교, 카톨릭교, 이슬람교를 모두 수용한다. 난파된 이후, 파이는 리차드 파커라 불리는 사나운 뱅골 호랑이와 함께 거친 바다를 표류한다. 위험한 해상에서 227일 간 시련을 겪으며 파이는 적대적인 상대와 함께 살아가며 대처하는 생존법을 배운다. 그는 아무리 호랑이가 무시무시한 존재라 하더라도 역설적으로 이러한 사실이 버틸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을 배운다. 위협적인 호랑이와 함께 지내며 파이는 정신과 현실이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술탄과 황제처럼 라이프 오브 파이도 두 가지 목소리를 통해 서술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과거를 회상하는 파이의 목소리와 파이를 인터뷰하는 작가의 목소리이다.

 

선진국으로서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서 우리는 구시대의 이념적 전쟁을 끝내고 대신 화해와 조화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해묵은 원한과 맹목적 증오, 이념적 대결을 완전히 청산하고, 타인을 용납할 수 있는 이스탄티노플로 만들어 가야 한다.

 

 

김성곤 교수.

 

 

김성곤 교수는 서울대학교 영문과 교수로서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이다.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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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계시민 2013.04.05 03: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 이스탄티노플! 소통과 화합, 공존과 상생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한 이 시대에 화두로 던져질 만한 멋진 키워드입니다. 몇해 지나면 세계 여러 나라의 신생어 사전에 등재될 것 같군요. 김형오 작가와 김성곤 교수에게 찬탄 어린 경의를 표합니다.

  2. 트랜스 2013.04.30 18: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성곤 교수가 저 유려한 문체로 영문 번역해 미국이나 유럽에서 출판한다면 대박날 것 같습니다.

  3. BlogIcon eatwithme 2013.05.10 21: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서양의 의식과 문화, 종교 차이에 관심이 많고 그 충돌 안에서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책 내용이 정말 기대되네요. 이스탄불에서도 책을 구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