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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31 전자신문 보도기사]

사무실 벽면에는 가로 세로 2미터짜리 대형 세계지도가 걸려있다. 지도에는 120여개 빨간 점이 찍혀있다. 경은국제특허법률사무소가 거래하고 있는 각국 로펌 위치를 표시한 것이다.

“10년 전 이 지도를 해외에서 구입했습니다. 당시 미국이 지도 중앙에 배치됐었죠. 칼과 테이프를 이용해 지도를 3등분했습니다. 한반도를 가운데 두고 지도를 다시 짜 맞췄죠. 세계 중심에 서겠다는 막연한 꿈 때문입니다.”

올해 발족한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WIPA) 한국본부장을 맡고 있는 전종학 경은국제특허 대표변리사는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지식재산(IP)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도태된다”고 믿고 있다. 나라마다 정치·제도·경제적 변화는 IP 산업이라는 큰 물결을 파도치게 하기 때문이다. 바다 속 조류와 파도를 읽지 못한 배처럼 세계 흐름을 읽지 못하면 전복되기 일쑤다.

전 대표변리사가 최근 탐독한 책은 세계 정세의 긴박감을 활자에 담은 `술탄과 황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쓴 책이지만 회고록이나 자서전이 아니다. 그는 “방대한 고증에 기반한 독특한 역사소설”이라며 “터키 이스타불 성안에서 직접 전투에 참가한 듯 한 사실적 전개가 남달랐다”고 평가했다.

`술탄과 황제`는 강성했던 비잔틴 1000년 제국의 멸망을 다룬다. 찬란한 문화를 뒤로하고 멸망에 이르게 된 역사를 분석한 책은 아니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제국 멸망과정 한가운데 있는 비잔틴 황제와 오스만 술탄, 두 지도자의 일기와 회고록에서 리더십을 탐구한 책이다.

“비잔틴 제국 최후의 날인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에 있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상세한 묘사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콘스탄티노플 전경을 눈앞에서 그대로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한 기술 덕분에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죠.”

전 대표변리사에게 `술탄과 황제`는 단순히 재미있는 역사책이 아니다. 요즘처럼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서 CEO 같은 최고결정권자는 책에서 펼쳐진 급박한 전쟁터에서 지휘하는 장군이자 황제다. 빠른 흐름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술탄 마흐메드 2세`와 `콘스탄티누스 11세`가 치열한 판단과 실수를 거듭하며 생존을 위해 다투는 모습은 자연스레 현실과 오버랩된다.

“결과적으로 1000년 역사의 콘스탄티노플은 멸망했습니다. 그러나 두 지도자 가운데 누가 더 뛰어났냐는 쉽게 판가름 할 수 없습니다. 서로 상반된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고민했던 모습 자체가 우리에게 화두를 던져주는 셈이죠. 둘 다 모두 인간이었다는 점입니다.”

성공은 중요하다. 그만큼 실패는 피하고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민한다는 자체가 두 리더뿐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전 대표변리사는 “두 지도자의 인간적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역사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며 “그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행복”이라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 djkwon@etnews.com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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