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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는 행정 중심도시가 아닌 행정 변두리시라며 언론에서 세종시의 문제점을 심층 보도했다. 논의 단계부터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엄청난 자원인력시간 낭비가 속속 발생하고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국정의 책임 반열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앞선다.

국토 균형 개발론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사실은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한 선거용이었다. 이걸 내세운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어정쩡한 입장이었던 이회창 후보는 연고지인 충청도에서도 밀려 낙선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충청 의원들은 그 다음 총선에서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를 대문짝만하게 내걸었다. 타 지역 의원들은 또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대권 경쟁을 앞두고 친박친이 간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다소 소극적이었던 이명박 대통령 시절 세종시추진 문제를 놓고 국회에서 표결이 있었다. 결과는 가결, 여당 내 친박계와 야당은 환영 일색이었다.* 뜨거웠던 논의는 잠잠해지고,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세종시는 그의 약속대로 건설되고 있다.

필자는 4년 전 브라질을 방문했다. 지금 월드컵 경기가 한창인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로 간의 고속철도 건설 계획이 당시 현안이었고 한국은 참여 의사가 높았다. 고속철 문제를 국회에서 다룬 경험이 있는 현직 국회의장으로서 고위직 접촉의 적격자라 생각했는지 이웃 중남미 국가 대통령 취임식 참석과 연계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를 찾았다. 브라질 측은 화3일 중에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높은 사람들은 그 사흘 말고는 수도 브라질리아에 없다는 것이다. 계획된 이상도시를 국토의 중심부, 사람이 살지 않는 밀림 가운데에 건설한 탓에 생긴 현상이었다. 고위 공직자들이 주말은 고향이나 연고지에 머물다 월요일 오후에나 출근하고 금요일이 되면 떠날 채비를 한단다. 일주일의 반은 수도에서 근무하고 반은 연고지, 하루는 비행기에서 보내는 셈이다. 그 바람에 나도 주중 사흘을 브라질리아에서 보냈다. 수도로 계획된 지 5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미완성인 이 이상도시에서 행정의 낭비와 비효율의 극치를 보았다.

행복도시로 건설되었지만 아무도 행복하지 않다. 행복의 조건인 평화사랑여유가족애안정 중 어느 것 하나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느라 시간을 다 써버린다. 세종시 근무자는 직급별로 머무는 시간이 다르다고 한다. 1급 공무원은 세종시에 주() 하루 근무, 2급은 이틀, 3급은 사흘, 6급 이하는 한 주 내내 근무한다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국회로 불려 다니고, 청와대나 높은 데 보고하러 가야 하고, 주말엔 가족도 만나야 한다. 여의도까지 편도 130km를 당일치기로 왕복하는 것은 비효율의 극치다. 곳곳에서 편법이 생기고 비상식이 판을 친다. 근무지가 서울이냐 세종시냐에 따라 공무원의 선호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이대로 가다간 브라질보다 더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우리 구조상 그 나라처럼 아예 사흘간을 유령도시로 비워둘 수도 없다. 국가 경쟁력도, 삶의 질도, 근무 환경도 더 나빠질 것이 분명한데 정치권은 원죄의식으로 쉬쉬하며 눈을 감고 있다.

이미 수천억 원이 투입됐고 앞으로 더 많이 들어갈 세종시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몸 따로 머리 따로인 이런 행정도시로는 나라를 망칠 것 같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합칠 수 있는 것은 합쳐야 한다.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청와대를 옮기는 것은 헌법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자. 국회가 옮겨간다 해서 기를 쓰고 반대할 서울 사람도, 국민도 별로 없을성싶다. 공무원을 수시로 불러대는 버릇은 고쳐야겠지만 같은 세종시 안에서 국회와 부처를 왔다 갔다 하면 지금처럼 길바닥에서 하루를 소모하는 일은 없게 된다. 이런 기대감도 생긴다. 말 많고 탈 많은 국회가 서울 여의도를 떠나 세종시로 옮기면 껍데기뿐 아니라 속도 바뀌지 않을까.

* 필자는 친박친이도 아니었으며 세종시 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김형오(부산대 석좌교수, 전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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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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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빼박 2014.07.07 05: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빼도박도 못할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차선책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