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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1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폐막된 제1회 '월드 인터넷 콘퍼런스'(WIC)에서 대회를 마감하는 총괄 평가와 함께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연설 제목은 '초연결사회의 바람직한 호모 모빌리언스를 위한 제언' 이었습니다. 중국 국영 CC TV의 생중계 속에 진행된 연설에서 김 전 의장은 인터넷이 가져온 초연결사회가 세계평화와 인류 문명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김 전 의장은 이어 "모든 개인, 기업, 국가가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지 못한다면 인터넷은 디지털 붕괴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면서 책임 의식을 주문했습니다. 김 전 의장은 이에 앞서 19일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1시간 20여분 동안 단독 면담을 갖고 인터넷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데일리한국은 김 전 의장 측의 동의를 받아 연설 전문을 칼럼 형식으로 게재합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기조연설] 중국 고전 「장자(莊子)」에 보면 나비 꿈을 꾸었는데, 꿈에 내가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내가 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유명한 구절이 나옵니다. 여러분도 잘 아는 ‘호접몽(胡蝶夢)’이라는 고사성어입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최고(最古)의 도시 속에 최첨단 인터넷이 어우러진 가운데서 지금 나도 내가 인터넷에 빠져 있는지, 인터넷이 나를 품고 있는지 인터넷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계신 모든 분들도 나와 유사한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잠깐 회상하자면, 나는 국회의원 임기 20년 중 10년 이상을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를 담당하는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했습니다. 나는 이 위원회의 상임위원장을 지냈고, 국회의장도 역임했습니다. 나는 IT 황무지에서 출발한 한국이 디지털 인터넷 강국이 되는 결정적 시기에 한국 국회에 몸을 담고 이 분야에서 역할을 함께 했다는 사실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금도 여전히 문명사적 전환기로서의 인터넷 혁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유와 창의 그리고 책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1회 ‘월드 인터넷 콘퍼런스’ 참석 요청이 왔을 때 미리 잡혀 있던 일정까지 바꾸어가며 흔쾌히 응했습니다. 그런 나에게 지난 3일 간은 대단히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금융, 법률, 생활, 국제협력, 거버넌스 그리고 테러 등 인터넷 공간과 관련되는 모든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고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인터넷, 인류 발전·세계 평화에 기여…호모 모빌리언스 등장 

우리는 인터넷이 ‘공유, 개방, 참여’라는 소중한 가치를 계속 확장하면서 인류 발전에 긍정적 기여를 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인터넷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자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도 실감했습니다. 1990년대는 PC통신, 2000년대는 월드와이드웹(WWW), 2010년대는 모바일, 그리고 2020년대는 사물들 간의 초연결 시대로 인터넷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의 물리적 발전은 물론 공유와 개방, 그리고 집단지성이라는 인터넷의 가치들이 우리의 일상 생활을 보다 풍요롭고 편리하게 바꾸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초고속 인터넷 망과 무선 인터넷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가 등장하고, 가상현실까지 즐기고 있는 것이 현주소입니다. 인터넷으로 인해 세상은 넓어지고, 세계는 또 좁아졌습니다. 현재 인터넷은 개인의 모바일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인류의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꿔놓고 있습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신문, TV, 출판, 쇼핑, 금융, 게임은 물론 보건.의료.사업과 정보 소통, 그리고 엔터테인먼트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합니다. 손오공의 여의봉보다 더 강력하고, 알라딘의 마술램프보다 더 다양합니다. 삼장법사가 헤쳐나간 그 험한 서역(天竺) 길도 인터넷 디바이스만 있으면 고난과 역경을 쉽게 넘을 수 있는 시대인 것입니다.

거의 전 인류가 이제 ‘호모 모빌리언스’(Homo Mobilians)의 생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인간과 시간, 공간이 인터넷을 통해 하나의 세계로 연결되는 천지인(天地人)의 초연결사회로 융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노마드’라 할 수 있는 ‘호모 모빌리언스’는 과거의 유목민과 달리 전혀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가족과 이웃, 친구 그리고 모든 세상 사람들과도 항상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결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뿐 아니라 사물과 사물 간에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간과 비인간의 유기적 복합체 (Organic Collective)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TV, 냉장고, 시계, 안경, 책상 등이 전부 디지털 디바이스로 바뀌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물건들이 디지털 디바이스로 바뀌고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됩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영역에 국한되어 있던 사물 인터넷(IoT)은 이제 빅 데이터와 함께 새로운 문명을 여는 길라잡이가 되고 있습니다. 발표자들은 산업혁명, 정보혁명에 이어 초연결 혁명의 시대를 이야기했으며, 어떤 이는 가장 큰 변화와 성장의 역사로 쓰여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때쯤이면 인터넷은 단순한 수단에 불과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명명하든 곧 다가올 시대는 모든 제품과 사물, 시스템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여 혁명적으로 진화하는 초고도 성장과 변화의 시대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변화의 일례로 IoT 시장은 2017년에는 7조3000억 달러가 될 것이며, 또 2020년에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물의 개수가 세계 인구의 4배인 260억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한 학자들의 전망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IT와 인터넷에 관한 한 예측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성과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끝난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선언문에서도 인터넷 경제를 촉진하기 위한 협력을 지지하며 특히 사물 인터넷의 잠재력을 촉진하여 경제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주요 국가들은 빅 데이터로 촉발될 데이터 주도 혁신(Data Driven Innovation)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진화는 정말 무서울 만큼 빠르고 대담합니다. 인류사회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사회문화적 혁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사회구조, 산업구조, 권력구조, 인간의 삶과 문화, 세계관계와 무역 등 인류 문명이 송두리째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만큼이나 충격적이고 광범위합니다. 다만 지금의 인류는 이것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끌어갈 역량과 지혜를 가졌다는 점에서 중세 사회와 구별됩니다. 초연결사회는 세계 각국의 긴밀도와 의존도를 더욱 높여주고 궁극적으로 ‘하나 되는 세계’를 지향하면서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것을 ‘팍스 인터넷피아’라 부르고 싶습니다.



김형오(왼쪽) 전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1시간 20분 동안 단독 면담을 가진 뒤 노타이 차림으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나비꿈'과 같은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 역시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고, 한 쪽이 어려워지면 다른 한 쪽도 곤란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팍스 인터넷피아’는 상호 의존적이고 평화 지향적입니다.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상공간과 현실공간, 디지털과 아날로그, 비트와 아톰이 결합하는 시대입니다. 인류의 꿈과 현실을 동시에 반영, ‘호접몽(胡蝶夢)’과 같은 세계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21세기적 문명의 상징이며 인류가 향유하는 전 지구적 자원입니다. 중국에서 발명한 종이, 화약, 나침반이 서양으로 건너가 인쇄출판, 지리상의 발견 등 인류의 역사를 진보시킨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이, 화약, 나침반이 때로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희생과 야만성이 뒤따랐다는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상기해야 합니다.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하는 스마트폰은 초연결사회의 단초이기도 하지만 매우 개인적인 디바이스입니다. 개인은 정보의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입니다. 하루에 접하는 정보량은 20세기 초 사람들이 평생 접했던 정보량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또한 유튜브에 올라오는 하루 동안의 동영상은 미국 3대 방송사가 10년 동안 방영한 총 프로그램 수와 맞먹는다고 합니다. 가히 개인 미디어 시대이고 정보의 빅뱅입니다. 현재 인터넷은 긍정적인 측면 못지않게 테러, 범죄, 마약, 해킹, 개인정보 유출 등 부정적인 측면도 많이 있습니다. 초연결사회에서 개인의 역할과 기능은 전체 네트워크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지만 반면에 이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는 중국 역사상 가장 혼란기였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제자백가의 출현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상들이 쏟아져 나왔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이 시대의 사상과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세상의 불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Don’t be Evil."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인터넷은 초연결사회를 낳았고, 초연결사회는 호모 모빌리언스를 양산했으며, 호모 모빌리언스는 파워플한 개인의 속성을 농축시켰습니다. 따라서 어떤 시대보다 개인의 높은 도덕성과 윤리가 요구되는 시대인 것입니다. 인터넷은 자유를 먹고 자랍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며, 인터넷 상에서 자유와 창의를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을 권리 역시 중요합니다. 그것이 보안입니다. 자유와 보안은 맞서는 게 아니라 함께 가야 하는 개념입니다. "Don’t be Evil."(사악해지지 말자)이라는 구글(Google)의 구호는 구글뿐 아니라 모든 기업, 모든 국가, 모든 개인이 함께 지켜야 할 도덕적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개인들이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가지지 못한다면, 또 국가나 권력기관 역시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이런 초국가적 현상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인터넷은 디지털 붕괴 현상을 초래할지도 모릅니다.

전 인류가 수용할 수 있는 인터넷 규범과 도덕성에 대해 백화제방, 백가쟁명이 가능한 기회를 만들어주기를 희망합니다. 내년에 이 자리에서 이러한 이슈로 집중 토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류 문명의 마지막 파괴자의 길이 아닌 가장 좋은 문명을 만들어내는 개척자의 길에서 우리 모두 만나도록 합시다.

미래는 미지수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인터넷 환경 또한 언제 어떻게 바뀌고 발전할는지 모릅니다. 문득 唐(당)나라의 유명한 시인 杜甫(두보)의 ‘春夜喜雨(춘야희우)’ 중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野徑雲俱黑(야경운구흑)한데 (들길은 구름이 드리워 온통 깜깜한데)
江船火燭明(강선화촉명)이라 (강 위에 뜬 배에 불빛 홀로 밝음일지라)
앞으로 ‘월드 인터넷 콘퍼런스’가 IT로 인해 빚어질 문명사적 전환기에 깜깜한 강 위에서 불을 밝히는 한 척의 배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 김형오 전 국회의장 프로필

1947년생(67세) 경남 고성 출생- 경남고, 서울대 외교학과, 정치학박사(경남대)- 14, 15, 16, 17, 18대 국회의원(부산 영도구)- 한나라당 원내대표, 국회의장- 부산대 석좌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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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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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리안 2014.12.08 1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터넷 문명의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놀랍습니다.
    국제대회 기조연설로 손색이 없는 명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