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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0일 '21세기형 부산의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부산의 나아갈 길

- 세계적 항구 차별화 주력
- 연구소 설립 부가가치 창출
- 신공항 민자 안될것 없어
- 영호남·日 규슈 아울러야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 시간은 대통령 편이 아니다
- 朴 소통 리더십 변화 촉구
- 알리바바 마윈 회장 보며
- 젊은이들 자신감 가져야

정치권을 떠난 김형오 전 의장은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염색하지 않은 흰머리는 연륜을 풍겼고, 대화에서는 풍부한 경험이 묻어나왔다. 이전투구의 정치판을 떠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해서 그런지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아직까지 현역 못지않은 열정도 느낄 수 있었다.

10일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만난 김 전 의장에게 부산의 나아갈 길을 물었더니 '21세기형 부산의 비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선국정개입' 논란에 대해서는 "시간은 박근혜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는 말로 대통령의 리더십 변화를 촉구했다.

-근황은.

▶부산대에 월 1, 2회 특강을 나가고 있고 다음 학기부터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정치현실을 접목시켜 주 1회 본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강의·강연 요청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나이가 들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들이니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터키의 한 그룹에서 개최하는 세계원로정상급회의에 초청받았고, '술탄과 황제' 터키어판 출간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어 출판기념회 참석도 계획하고 있다.

-부산발전을 위해 지역 정치권이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당장 눈앞에 보이는 예산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바다를 가진 세계적 항구도시로서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나가야 한다. 서울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남쪽으로, 바다를 봐야 한다. 사고의 전환을 먼저 해야 된다는 말이다. 예산타령을 하지 말고 부산 경쟁력의 차별화에 주력해야 한다. 행정과 예산중심의 사고방식에서 청년과 미래세대에 꿈과 비전을 심어주는 부산이 돼야 한다.

곧 북극항로가 열린다. 그리고 환동해권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부산이 환동해권 도시들의 '빨대'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주도권을 또 놓친다. 그 시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박하게 다가오고 있다.

-현재 부산이 대한민국에서 차지하고 있는 입지는 어떻다고 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지.

▶임진왜란이나 삼포개방 등 과거 역사를 볼 때도 부산은 탄생 자체가 국제도시다. 항상 개방과 진취·포용·창의적 등의 특성이 있었고, 이것들을 살려나가면 21세기형 글로벌시티를 만들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 21세기는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기다. 서울 이외에 자립·자족·자체경쟁력을 가진 도시가 많지 않다. 꿈·비전·철학을 가지고 임한다면 부산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도시다.

-서병수 시장은 신공항 건설을 위해 민자를 유치할 수도 있다면서 구체적인 외국자본을 거론하기도 했다.

▶공항은 요약하자면 ▷쉽게 이용하고 ▷발전하기 위해 건설하는 것이다. 편의성만 강조하다가 발전(돈)은 외국자본이 가져가는 부분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동북아 허브공항이라면 외국자본의 일정부분 참여도 막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밀양이나 가덕도를 선택하는 차원이 아니라 영·호남은 물론이고 일본 규슈·후쿠오카 등을 아우르는 동북아의 허브공항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같은 측면에서 한일 해저터널도 검토해야 한다.

-서 시장에게 조언을 한다면.

▶큰 그림을 그리라고 하고 싶다. 부산을 환동해권의 중심축으로 만드는 구상을 해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행정을 해나갔으면 좋겠다. 부산시에 몇억 원만 투자해 환동해권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민간연구소를 만들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수년 전부터 얘기했으나, 아직 소식이 없다. 꿈을 잃어가고 있는 부산시민에게 21세기형 부산, 글로벌차원으로서의 부산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부산이 서울만 쳐다보고 있다.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대한민국 정치는.

▶신뢰가 무너졌다. 국민이 정치에 대해 식상해 하는 본질적인 부분이 치유돼야 한다. 신뢰가 붕괴된 이유는 국회가 책임정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임정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보니 '떠들기'와 '폭로', '발목잡기' 등에 치중하게 된다. 떠들 수 있는 권한과 발목잡는 권한이 신뢰를 잃어가게 하는 주원인이다. 권한과 책임에 대한 분명한 역할정립이 되어 있지 않다. 특권내려놓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임과 권한에 대한 분명한 정립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인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안타깝다. 말도 안되는 일이 터졌다. 청와대와 여야, 정부 모두 리더십이 결여되어 있다. 국가경영을, 권력을 제도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이 부분을 심각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 사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비선논란은 결국 소통의 리더십 부족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소통방식을 고쳐야 한다. 시간은 박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헌신적 자세에 더해 자기 스타일을 양보한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부산의 젊은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신감이 필요하다. 20세기까지는 1등부터 100등까지 줄 세우는 서열사회였다면 21세기는 100명 모두가 1등이 되는 사회다. 교사들이 이런 부분을 가르치지 못한 듯하다. 부산의 대학들이 수도권 대학에 밀리다 보니 학생들까지 열등감과 콤플렉스를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중국 방문 때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을 1시간 동안 단독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관광가이드 출신이다. 그것도 북경이나 상해 등 대도시 출신이 아닌 '촌동네'에서 가이드를 했다. 그러다가 세계 2위로 등극한 인터넷 기업의 대표이사가 된 사람이다. 인터넷 발달로 문명사적 전환의 시점이 도래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젊은이들에게 "절대 뒤따라가지 마라. 대학은 자기의 분야를 모색하는 시간이다. 내가 아는 지식이 전부가 아니다. 대학은 내가 아는 지식은 극히 일부라는 자세로 남의 것을 수용해나가는 행동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행동하는 기간이 아니다"고 말해주고 싶다.


# 김 전 국회의장은

- 정계 은퇴 후 '베스트셀러' 작가 변신

짧은 기자생활(3년)을 거친 뒤 강영훈 외교안보연구원장에게 발탁돼 연구관으로 3년간 일하다가 5공 시절인 1982년 청와대 비서실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직에 몸담았다. 그때부터 국무총리실과 청와대에서 정무담당 공무원으로 10년을 보냈고, 3당 통합으로 당시 지역 맹주이던 김영삼 전 대통과 한배를 탈 기회를 잡았다. 14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민자당 공천으로 부산 영도에 출마해 당선된 후 내리 5선에 성공하면서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까지 지냈다.

초선 때부터 '비인기' 상임위이던 '교(통)체(신)위원회'를 고집, 정계를 떠날 때까지 국회 내에서 정보통신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얼마 전에는 중국에서 폐막된 제1회 '월드 인터넷 콘퍼런스'(WIC)에서 대회를 마감하는 총괄평가와 함께 기조연설자로 초청받아 다녀오는 등 인터넷·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열정은 지금도 식지 않았다.

정치권을 떠난 김 전 의장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돌아왔다. 비잔틴제국 최후의 날에 이스탄불을 둘러싼 한판 대결을 그린 '술탄과 황제'는 38쇄가 인쇄됐고, 4만 부나 판매됐다. 인문학 서적으로는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출판계에서 입을 모은다. 다음 작품으로 학술논문과 교양에세이 중간수준의 '내가 보는 세계사'를 준비 중이다.

▷경남 고성(1947년) ▷경남중·고, 서울대 외교학과 ▷대통령·국무총리 정무비서관 ▷14~18대 국회의원 ▷수필가 등단(1999년) ▷국회 과기정위원장 ▷한나라당 원내대표·사무총장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제18대 국회 전반기 대한민국 국회의장 ▷부산대학교 석좌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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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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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양이 2015.01.04 16: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구절절 지당한 말씀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