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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동해권 시대가 열렸습니다. 부산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국제도시 부산'이 그 답입니다. 정부만 믿고 있다가는 또 시기를 놓칩니다. 부산은 잠에서 깨어나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원동력으로 디지털 문명 시대를 선도해 나가야 합니다. 동북아의 허브, 환동해권의 리더로 새롭게 거듭날 '국제도시 부산'을 꿈꾸며 쓴 저의 제언이 오늘(8월 7일) 아침 부산일보에 특별 기고로 실렸습니다.



부산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가


부산의 랜드 마크인 광안대교를 지날 때마다 늘 아쉬운 생각이 든다. 요즘 같은 피서철에 다리가 밀릴 때면 더욱 그렇다. 차 안에선 해운대를 제대로 볼 수 없다. 들어갈 때 나올 때 모두 마찬가지다. 진입할 땐 아래층 다리, 나올 땐 위층 다리를 타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해운대와 광안리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다리가 장님 다리가 돼 버렸다. 일방통행로인 아래위층 차량의 진행 방향만 반대로 설계했어도 이렇진 않았으리라. 탁 트인 풍광, 물결치는 인파를 보며 짜증일랑 차창 밖으로 날려 버릴 수 있었는데 말이다. 

광안대교 톨게이트를 지나 벡스코(BEXCO)로 가는 길은 미로가 따로 없다. 초행자라면 ‘내비’에 의존해도 길을 헤매기 십상이다. 오죽하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이 구간을 교통법규 위반 없이 빨리 가기 대회라도 열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었을까. 이런데도 국내에선 벡스코가 국제 회의장 중 가장 성공한 모델이라니 힘들게 찾아온 그분들께 절하고 싶다. 광안대교와 벡스코, 부산의 상징인 두 건축물이 아무런 연계도 없이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다.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려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받쳐 줘야 한다. 세계의 웬만한 도시 치고 하드웨어가 그럴듯하지 않은 곳은 없다. 하늘을 찌르는 해운대의 빌딩들이 소프트 파워와 콘텐츠를 갖췄는지, 아니면 광안대교나 거기서 벡스코를 연결하는 도로처럼 난삽한지는 부산시민이 알 일이다. 크루즈 여행을 예로 들어보자. 부산항을 찾는 크루즈 여행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돈과 시간이 여유로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자갈치 시장의 펄떡거리는 생선과 동래 범어사의 범패는 볼거리, 사진 찍기용일 뿐 이들의 지갑을 열게 하진 못한다. 최소 승선 인원 2000명만 잡아도 버스로 50대건만, 이 버스들이 부산엔 먼지만 날린 채 경주 불국사로 간다면 부산은 항구와 도로, 장소만 제공한 꼴이 된다. 물론 경주라고 사정이 별반 다르진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왜 조상이 물려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과 천혜의 자연을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걸까. 그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도록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못한다면 디지털 문명 시대에도 뒤떨어지게 된다. 

아침 7시 반, 서울은 이미 러시아워다. 출근자들은 부지런히 빠른 길, 덜 막히는 길을 찾는다. 식사는 거르거나 간편식으로 때운다. 같은 시간, 부산은 어떤가. 이제 막 출근 준비를 하거나 아직도 잠자리에 있지는 않은가. 지난 겨울 나는 일행 네 명과 서면‧금곡동 로터리, 부산대 입구, 해운대 등 부산의 주요 지점에서 7시 반의 상황을 실측했다. 또 한 사람은 중앙로에서 서면을 거쳐 시청 앞까지 직접 차를 몰고 가 보았다.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거리는 한산했고 불 켜진 가게는 드물었다. 그 시간 서울의 도로는 붐비고, 웬만한 가게는 이미 문을 열고, 사람들은 조찬 회의나 세미나 준비에 바쁘다. 서울은 24시간을 빠듯하게 쓰는데 부산은 느긋하게 사용한다. 서울은 할 일이 많은데 부산은 그렇지 못하다. 경제‧사회 구조와 지도자의 무책임만 탓할 것인가. 내가, 우리가 게으른 탓은 없는가. 그래서 나는 죽는 도시와 사는 도시의 기준을 아침 7시 반에 두고 있다. 그 시각 시민들의 위치가 그 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증언한다. 

부산은 국제도시로 태어났다. 맨 먼저 외국에 문을 열었다. 일본군도 통신사도 선교사도 피난민도 유엔군도 유학생도 밀항자도 부산을 통해 들어오고 나갔다. 나라를 살리기도, 위기에 몰기도 했다. 가장 개방적이면서 또 포용적인 도시였다. 60~70년대엔 이 나라 산업과 수출, 문화의 중추 역할을 했다. 전국에서 땅값이 제일 비싼 곳이 광복동이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정부 규제로 성장이 주춤하더니 90년대부터 본격적인 정체와 침체를 계속했다. 부산 인근 도시인 김해‧창원‧양산‧울산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했으며 인구는 해마다 줄고 있다. 교육마저 ‘서울 빨대’에 빨려 들어가 청년들의 부산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서해안 시대가 오자 부산은 더욱 소외되고 불이익을 받았다. 부산은 희망이 없는 도시인가.  

부산의 미래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 동해권이 새로운 국제 항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남북한‧일본‧중국‧러시아(몽골)가 북극항로 개설 등을 염두에 두고 항구를 확충하거나 새 도시를 만들고 있다. 이 환동해권(環東海圈) 시대를 주도할 ‘국제도시 부산’이 그 답이다. 환동해권 6개국 중 최대 도시인 부산은 여기에 승부를 걸고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안이하고 나태해서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만다. 다른 나라 다른 도시들이 잠자는 부산을 앞지르려 한다. 민관학산(民官學産)이 결합된 연구소 설립과 부족한 소프트웨어‧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지금 10억 원을 투자한다면 5년 후 1000억 원, 10년 후 1조 원, 20년 후 100조 원의 가치를 낼 것이다. 정부만 믿고 있다가는 또 시기를 놓친다. 동북아 및 환동해권 심장부인 부산의 장점을 한껏 살려야 한다. 키워드는 바로 인구와 항구와 공항이다. 

동남권 신공항을 두고 밀양이냐 가덕도냐 하는 어처구니없는 싸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대구‧경북‧경남‧울산의 밀양 편들기로 부산은 외톨이나 다름없다. 합리적 결정을 기대할 수 없는 표의 논리에 부산이 말려든 것이다. 이런 수준의 논의라면 동북아 제2 허브 공항은 애초에 기대할 것도 없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철학도 비전도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동북아 최대의 항구와 환동해권 최대의 공항이 한 지역에 있게 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곳이 바로 부산이다. 환동해권 시대, 북극항로 시대, 21세기 동북아 시대에 국제도시 부산의 위상과 역할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여기에 한일 해저터널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해저터널이 한일 양국, 특히 부산이 중심인 경상도 일원과 후쿠오카가 주축인 큐슈 일대의 정치‧경제‧산업‧문화에 미칠 영향은 참으로 엄청날 것이다. 항구‧공항‧해저터널의 3대 프로젝트가 가덕도를 중심으로 이뤄질 때 부산은 동북아의 허브로, 환동해권의 리더로 새롭게 거듭날 것이다.

부산은 가장 경쟁력 있는 ‘미래 도시’다. ♠


[2015-08-07]부산일보  ☞ 바로가기  클릭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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