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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9 한국경제신문 이학영 실장의 뉴스레터입니다.




“꽃이 지기로소니/바람을 탓하랴/…/묻혀서 사는 이의/고운 마음을/아는 이 있을까”(조지훈)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쌓여/지금은 가야 할 때/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가을을 향하여”(이형기)


두 시(詩)의 제목 모두 <낙화(落花)>입니다. 봄소식을 알리며 찬란하게 피어났던 벚꽃 개나리 등이 하나 둘씩 바닥에 떨어져가고 있는 이즈음,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구절들입니다.


지난주 끝난 총선은 곳곳에서 ‘낙화의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내로라하던 정치 거물들 상당수가 줄줄이 낙선했고, 180석까지 바라본다고 호언했던 여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원내 2당으로 몰락했습니다. 정치권은 대대적인 재편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국민의 명령은 경청(傾聽)과 타협…정치를 혁명하자.”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한국경제신문 객원대기자가 쓴 한경 4월15일자 A1면 톱기사는 ‘낙화 쇼크’를 한국의 정치가 환골탈태하는 전기(轉機)로 삼을 것을 주문합니다.


“이제 통치가 아닌 정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윗선이나 외부 세력의 눈치나 보면서 염치없는 짓들도 많이 일어났다. 입으로는 국민을 말하면서 국민은 안중에 없었다. 오직 자기 지지자만 바라보는 ‘비정상의 정치’만 있었다.”


총선 민의가 심판한 것은 ‘가야 할 때’가 한참 지난 구태(舊態)인데, 그런 구태가 심판받은 것을 ‘바람 탓’으로 호도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세상은 팽팽 도는데 언제까지 구태에 젖어 있을 참인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이 대세인 초연결사회다. 굼뜨고 오만한 정당과 국회가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AI나 빅데이터가 아직은 할 수 없는 가치와 영역을 하루빨리 우리 국회가 찾아내야 한다.”


봄꽃은 지지만, 여름의 무성한 녹음(綠陰)과 가을의 열매를 낳습니다. “국회의원에 떨어졌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지도자, 계파 이익과 기득권에 안주하는 지도자라면 퇴출이 마땅하다.”


노(老)기자의 글은 이렇게 결론을 맺습니다. “민심은 정확하고 정직한 법이다. 이번 선거는 많은 아쉬움과 더 많은 교훈을 남겼다.”


한국경제신문 기획조정실장

이학영 올림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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