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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9일 - 22일까지 빈하이 포럼 참석차 중국 톈진에 다녀왔습니다. 빈하이 포럼에는 벌써 3번째 초청되어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기조연설자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20일 개막연설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설 내용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어 관련 보도자료와 국문·영문 연설문 전문을 블로그에 올립니다.

 

 

[보도 자료] 김형오 전 국회의장실(02-784-0353, 010-2234-6215)

 

김형오 전 국회의장, 중국 빈하이 동북아안보포럼에서 기조연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9월 20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린 ‘빈하이(濱海) 동북아평화발전포럼’에서 ‘한반도의 가장 심각한 상황(The Most Serious Situations on the Korean Peninsula)’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요지의 기조연설을 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한반도는 준전시 상태가 되었고, 남·북한을 포함한 동북아가 신냉전 구도로 편입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 한반도 전체의 극심한 재앙인 동시에 바로 국제전으로 비화될 것이고, 전쟁을 일으킨 쪽은 반드시 권력이 교체된다. 이것이 구냉전과 신냉전 체제의 차이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방어적 조치이며 완벽하지도 않다. 사드 배치에 걸리는 이 1년이 한반도에서 전쟁의 그림자를 벗겨낼 마지막 협상 타결 시간이다. 한반도에 핵도 사드도 반대하는 중국이 나서야 할 때다. 북한에 줄 것은 확실히 주고 포기시킬 것은 분명히 포기시켜야 한다. 핵이 체제 보장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고히 인식시켜야 새로운 차원의 대화가 열릴 것이다. 북한의 인식 변화가 없는 한 6자 회담이 재개된다 해도 성과가 없을 것이다.”

 

김형오 전 의장이 3년 연속 기조연설자로 초청된 빈하이 포럼은 중국국제문제연구기금, 중국인민외교학회,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톈진(天津)공공외교협회 등 4개 기관이 공동 주최하는 국제회의로 중국을 비롯한 남·북한, 미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7개국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한국 대표단으로는 김 전 의장 외에 심지연 전 한국정치학회장, 조화순 연세대 정외과 교수 등이 초청되었다. 이번 회의는 항저우(杭州) G20 이후 중국에서 열린 국제 포럼인데다가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 등으로 관련국들의 입장이 첨예하고 미묘하게 엇갈린 가운데 개최되어 더욱 관심을 끌었다. 특히 당사국인 한국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발언에 중국 언론은 물론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2016-09-20 빈하이포럼 개막 연설문]

 

 

한반도의 가장 심각한 상황

           

 

 

                                                              김형오(전 국회의장, 부산대 석좌교수)

 

 

빈하이 회의가 열리기 11일 전인 9월 9일, 북한은 중국 국경에서 멀지 않은 풍계리에서 5차 핵실험을 했다. 그 닷새 전 G20회의를 앞둔 베이징의 중미 정상회담과 다음날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 반대를 표명했다. 한중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북한은 3발의 노동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나는 지난해 이 자리에서 당시 일촉즉발 상태였던 남북 간의 군사적 대치를 협상으로 타결한 8.25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남북 평화 및 상호 발전을 위한 장·단기적 방안을 나름대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남북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긴장·대치 국면으로 돌입해 나의 희망과 염원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5차 핵실험은 지난 4차례의 핵실험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2차 대전을 종식시킨 히로시마 원자폭탄에 맞먹는 대규모 폭발이었다. 라오스에 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일정을 단축하고 귀국했다. 한반도는 비상 상황, 준전시 상태에 돌입했다.

 

나는 오늘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말하러 여기에 왔다. 지금 한반도가 당면한 최대 현안은 핵과 전쟁으로부터 이 땅을 지키는 것이다. 나는 전쟁을 피하는 길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남한 여론은 급하게 변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던 여론이 약화되고 반면에 대북 강경론, 심지어 남한도 핵 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로이 울리고 있다.

 

1992년 초, 남북한 간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 남북한은 서로 핵무기를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사용하지 않겠다”는 핵 포기 선언을 했다. 주한 미군이 갖고 있던 전술핵도 철수했다. 한국은 지난 25년간 단 한순간도 이 합의를 어긴 적이 없으며 현재 한 방울의 핵무기도 없다. 그러나 북한은 그사이 NPT를 탈퇴하고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고 있다. 그로 인해 형성된 엄청난 군사적 비대칭은 이제 현재적 위험과 위협으로 작동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을 비롯한 중국 정부의 일관된 방침은 ‘한반도의 비핵화’이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중국 지도부의 입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일본 EEZ 지역에 떨어지는 미사일을 아베 정권이 방관할 리 없고, 미국과 러시아가 북한 핵 무장을 찬성할 리 없다. 그런데도 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가? 막을 방법은 없는가?

 

지금 동북아는 핵과 미사일 문제로 미묘하고 민감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한가운데 한반도가 놓여 있다.  동북아에서 미·일 대 중국이라는 대결 구도가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 북한이 가세하면 동북아는 과거 냉전 시대로 복귀하는 꼴이 된다. 북한은 한국을 건너뛰어 미국과 맞장 뜨겠다고 하지만 핵미사일이 한국을 겨냥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북한이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한반도는 단순하지만 복잡하게 엉켜 있다. 북한의 핵 앞에서 한국은 선택의 여지가 좁다. 굴복하거나 굴복시키거나 아니면 제3의 길이다.

 

앞의 두 경우는 전쟁 상태에서 가능하며, 전쟁은 승패를 떠나 끔찍한 재앙이다. 남북한은 240km의 휴전선에 걸쳐 100만 명의 중무장 병력이 밀집해 있고, 200만 명 가까운 정규군이 한반도에 포진하고 있다. 일단 전쟁이 나면 즉각 전면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고, 국제전‧세계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화약고이다. 분명한 것은 전쟁을 일으킨 쪽의 권력 교체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이것이 구 냉전 체제와 지금이 확연히 다른 점이다). 게다가 핵무기까지 동원된다면?

 

그럼 제3의 길에 앞서 주변 정세를 간단히 살펴보자.

북한 핵 무장은 일본의 재무장과 핵 개발을 촉진할 것이다. ‘평화 헌법’은 쉽게 개정될 것이다. 국가나 개인이나 명분과 유혹에는 약한 법이다. 일본이 핵을 가지면 대만도 움직일 것이다. 한국의 핵 보유 유혹 요인은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핵무기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며 국제 정치의 핵심 과제이다.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상은 예측 가능한 불안한 미래이다. 핵은 국내 정치용 수단을 뛰어넘어 세계 정치의 골치 아픈 과제가 되었다.

 

북한의 핵 실험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느냐 않느냐 하는 문제를 왜소화시켰다. 사드가 북 핵미사일의 완벽한 방어 무기는 아니라지만, 이마저도 도입하지 않는다면 당장의 위협 앞에 어떤 자위책을 강구해야 하는가. 그러나 배치를 완료하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이 1년이 한반도에서 전쟁의 그림자를 벗겨낼 마지막 협상 타결 시간이다. 북한이 동북아의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는 것은 샤오캉(小康) 시대를 당면 목표로 하는 중국으로서도 의도하거나 예정한 길은 아닐 것이다. 무리해서 핵 보유국의 지위를 획득하려는 북한을 중국이 어떻게 지지·찬성할 수 있겠는가. 사드도 북핵도 반대하는 중국이 나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나는 이 시점에서 관계국 모두가 냉철하게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다. 그것만 없다면 한국의 사드는 물론 핵 무장론도 사라질 것이다. 일본 또한 핵 개발과 재무장을 할 명분을 상실한다. 대만 역시 마찬가지다. 동북아의 정세가 요동치는 요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란 사실이 자명해졌다.

 

그럼 이때까지 그 숱한 노력들은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그 수많은 제재나 결의는 북한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6자 회담은 소득 없이 끝났고, 개최된 기간보다 더 오랜 기간 열리지 않고 있다. 북한의 변화가 없는 한 6자 회담이 재개된다 한들 소득·성과가 나기 어렵다.

 

이 시점에서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은 확실히 주되 포기시킬 것은 분명히 포기시켜야 한다. 북한이 진정 원하는 것은 핵무기 위에 있는 북한 체제의 보장일 것이다. 그러므로 핵이 체제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하고 그래야만 새로운 차원의 대화가 열릴 것이다. 그동안 6자 회담 당사자들은 아무도 한국만큼 절실하지 않았다. 그러니 성과도 진전도 없었다. 이제야말로 관련 당사국들이 북한 핵·미사일 해결이 당면한 나의 문제라는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면 답이 나온다. 물론 쉽지 않다. 또 실패하면 그것은 바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전체의 실패요, 그 결과는 인류의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끝>

 

 

 

 

[2016-09-20 빈하이포럼 개막 연설문 (영문)]

 

 

 

The Most Serious Situations on the Korean Peninsula

 

                                                                                               

Kim Hyong-O Former Speaker of the National Assembly

 

North Korea conducted its fifth underground nuclear test, not far away from the Chinese border on September 9, 2016, exactly 11 days before this Conference is held. On 4th & 5th of September, at Hangzhou,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told his counterparts that China opposes the U.S. deployment of the 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ce) anti-missile system in South Korea. Right after the Korea-China Summit, North Korea fired again three Nodong ballistic missiles.

 

Last year in this conference, I also suggested short- and long-term solutions to achieve inter-Korean peace and mutual development. However, tensions are rising again and the two Koreas are now in an escalation of confrontation. My hopes and aspirations have become nothing but a daydream. The latest explosion, the largest of the four past tests, had an explosive force equivalent to atomic bombs dropped over Hiroshima.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 cut short her trip and returned home to handle the urgent security issues. The Korean Peninsula is locked in a state of emergency and a so-called quasi-state of war. 

 

I am here today to talk about peace, not about war. The most pressing challenge facing the Korean Peninsula is to protect this land from threats of nuclear weapons and war. I will do anything I can do to prevent war. 

 

Recent public opinion surveys in South Korea represent a significant shift. Anti-THAAD sentiment shows signs of weakening while a hardline stance against the North even calling for South Korea to produce nuclear weapons to protect its own country is gaining ground.  

 

Early in 1992,  South and North Korea signed the Joint Declaration on th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In this agreement, Seoul and Pyongyang agreed not "to test, manufacture, produce, receive, possess, store, deploy or use nuclear weapons," and so on. Accordingly, US Forces in Korea withdrew American tactical nuclear weapons. Until now, South Korea has kept a firm promise for the last 25 years, and thus we have not had even a drop of nuclear weapons. In the meantime, North Korea withdrew from the NPT (Non-Proliferation Treaty), and developed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As a result, enormous asymmetric military power is now posing grave risks and a threat on the Korean Peninsula.  

 

The consistent policy embraced by the Chinese government under President Xi Jin Ping is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However, North Korea’s nuclear tests undermined Chinese efforts. The Japanese Abe administration will not tolerate missiles dropped over Japan’s EEZ (Exclusive Economic Zone). Nor do the US and Russia admit nuclear armament. But how have they pushed for and accelerated their nuclear ambitions? Is there any way to stop them from doing so? 

 

 

Northeast Asia is thrown into swirling storms of nuclear and missile problems.  At the heart of it lies the Korean Peninsula. Now Northeast Asia sees strengthening of US and Japan's growing rivalry with China. If South and North Korea are added to this complexity, it means that Northeast Asia slides back to a new Cold War System.  

 

Meanwhile, North Korea is trying to bypass South Korea and insists on posing a direct threat to the US. But South Korea will inevitably be the first target of North's nuclear weapons program. It can be also interpreted as a strong signal for the North's intention to pursue direct talks with US. As such, the situ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is so simple yet can be so complicated. The bottom line is that we have a small window of opportunity. We are left with a choice of whether we succumb to them or they succumb to us, or there is a third way. 

 

When we talk of the first scenario, it can only happen if a war is declared. It will cause tremendous disaster regardless of who wins the war. South and North Korea are confronting each other along the 240 km length of the DMZ (Demilitarized Zone) with 1 million soldiers on the heavily fortified border and almost 2 million personnel on active duty on the Korean Peninsula. One thing that is obvious is the war on the Korean Peninsula will eventually escalate into an international war and that a regime change on the side of perpetrators is inevitable. (This is one of the main differences between a new Cold War Order and the old one). Against this background, what if nuclear weapons come into play?

 

Then, let us have a brief overview of implications for our neighbors before touching upon what is a third or an alternative way.

 

The instability of the peninsula may force Japan to seek rearmament and nuclear weapons. Japan will be facilitated to revise the country's pacifist constitution. Both nations and individuals alike are easily tempted to follow what is believed to be a good cause. 

 

If Japan acquires nuclear weapons and rearms itself, Taiwan will go nuclear too. Obviously, South Korea’s nuclear weapons temptation has become more desperate. Nuclear weapons development is not a matter of capabilities but of a will lying at the center of international political agenda. Nuclear domino effect in Northeast Asia is predictable and represents an insecure future. Nuclear ambitions have provided the most persistent headache for the international politics, going well beyond its domestic propaganda. 

 

North's latest nuclear test belittled the controversial issue of whether or not to place THAAD system on the South. THAAD, very high technology but a limited defense system, may not be a panacea for South Korea’s potential vulnerabilities to North Korean nuclear and missile attack. Then what else could we think of for now in face of imminent threats? Even if THAAD turns out to be an inevitable option available, it will take more than a year for completion of deployment. This one-year timeframe may have a last window of opportunity for lifting dark clouds of war hanging over us. 

 

The current chaos, disrupting the Northeast Asian regional order, is not definitely what China has intended or aimed for. How can China, now in pursuit of a "xiaokang society" (moderately prosperous society), possibly support and advocate North Korea’s demands for recognition as legitimate nuclear state?

 

Now is the time for China to step forward as an opponent of both South's THAAD and North's nuclear programs. 

 

The core element is North Korea’s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If they didn’t exist, South Korea would have no need to deploy THAAD and talk of a nuclear option. Japan would have no excuse for nuclear development and rearmament. The same is true for Taiwan. It is all too clear that nuclear ambitions are a root cause of instability and insecure conditions in Northeast Asia.  

 

Then, why have our efforts continued to fail so far? A series of UN sanctions and Resolutions has not hurt North Korea that much. The Six-Party Talks ended with no substantial outcome and have been dormant for a longer period of time than its existence. Unless North Korea changes its course, resumption of the Six-Party Talks can produce no progress whatsoever. 

 

At this critical juncture, we should make sure to give North Korea what it wants while persuading them to give up what needs to be given up. What North Korea really wants is to preserve the security of its regime above the nuclear weapons. It should be made clear that nuclear weapons cannot guarantee the preservation of their sovereignty. Only then can we carry dialogue to the next level.

 

No country in the Six-Party talks was ever as desperate as South Korea. That is why no concrete outcome and progress were witnessed. Before it is too late, every member of us should take ownership of this issue. Only by doing so, we will be able to find a solution. Of course, it is not easy at all. If we fail again, it will be devastating not just to the Korean Peninsula, but also to Northeast Asia and all humanity. Unfortunately, there is not much time left. <end>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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