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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전 국회의장 위기 때 지도자는 자신을 던져야 국민에 희망줘


이명희 기자 minsu@kyunghyang.com

 


리더십 다룬 술탄과 황제개정판 출간

“21세기 리더십 최고 덕목 마음박 대통령, 소홀했다

정치인들, 촛불집회 참여 못지않게 해법 제시도 중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등 한국의 리더들에게 공인 의식이 없어 권력의 사유화가 일어난다면서 출세지상주의 사회에서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배우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낙화’)

 

자리를 내려놓고 떠나야 할 때 기억해야 하는 시인의 경구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에 맞서다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민은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묻고 있다. 지난봄 현 정국과 딱 맞아떨어지는 제목의 시사칼럼집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에서 대통령의 리더십 결여를 지목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69)이 최근 황제의 리더십에 대한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21세기북스)를 펴냈다. 2012년 출간한 <술탄과 황제>를 전면 개정한 것이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김 전 의장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 전 의장은 한국의 현실을 상정하고 쓴 건 아니지만 오스만튀르크와 비잔틴제국의 흥망성쇠를 통해 술탄과 황제 두 지도자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든 역사에는 교훈이 있죠.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오스만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와 이에 맞서 항복을 거부한 채 최후를 맞이한 비잔틴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의 리더십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

 

김 전 의장은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내고 5선 국회의원으로 정계를 은퇴했다. 현재 부산대 석좌교수로 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국정 혼란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도자는 포용과 헌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이순신 장군처럼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각오를 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차기 대권주자들도 죽고자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자신을 던져야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에 국민이 왜 분노하고 있는가 하면 박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에요. 지난 대선 때 나는 남편도 없고, 지켜야 할 가정도 없고, 대한민국과 결혼했다고 했잖아요. 박 대통령을 뽑은 사람들은 적어도 박근혜만큼은 도둑질 안 하겠구나했는데 그게 깨졌지요.”

 

김 전 의장은 21세기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마음을 꼽았다. 그는 위정자와 국민의 ()’을 좁히는 게 마음인데, 박 대통령은 마음을 쓰는 데 소홀했다고 했다. “망해가는 비잔틴에서 사람들을 뭉치게 한 황제의 리더십을 눈물의 리더십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의 아픔에 함께 울어준 것이죠. 나날이 각박해지는 사회에서는 삭막한 마음을 쓰다듬고 위로해주는 지도자가 진정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죠.”

 

김 전 의장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휘청이는 한나라당에서 사무총장을 맡아 박근혜 당시 대표와 함께 당을 추스르기도 했다. 2008년 국회의장에 취임하자마자 개헌안을 마련했던 그는 이번만큼은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건이 터지고 국회에 와서 개헌 얘기를 꺼내는 걸 보면서 개헌이 물 건너가는구나싶었다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믿음마저 가셨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건으로 인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개헌 카드마저 정략적으로 꺼냈다는 비판이었다. “우리 대통령 중에 민주주의를 위해서 가장 투철하게 헌신했던 지도자, 수백만명의 지지자가 있었던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둘뿐입니다. 하지만 이들도 레임덕에 빠지고 임기 말에 아들들이 구속됐어요. 박 대통령은 울고 나오는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랐는데 가장 비참하게 내려오게 됐죠.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역사가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가 대한민국 정치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서 내린 진단은 대의 민주주의에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국회에서 1년 동안 주무르고 있는 사안들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 시대에는 하루도 안돼 해법이 나올 것이라며 대변혁이 오고 있는데 국회는 낮잠을 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토론을 안 하는 국회가 무슨 국회냐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있는 이번 촛불집회에서 한국의 희망을 본다고 했다. 그는 울분은 자제할 때 힘이 더 세진다면서 정치인들은 성숙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촛불집회 참여도 좋지만, 국정 혼란을 타개하는 해법을 제시하는 게 국회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2016-12-01 경향신문] 기사원문 바로가기 클릭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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