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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긴급 대담]


, 퇴진일정 밝히고

 국회는 총리·과도내각 수습책 짜야

  


김형오(오른쪽) 전 국회의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30일 문화일보가 마련한 긴급대담에서 시국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두 원로는 탄핵 이전에 정치적 타협의 길이 있다면 그걸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제시하고 국회가 새 총리와 내각을 세워 국정 공백을 종결지을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김형오 국회의장 - 정운찬 국무총리

 


사회 = 허민 선임기자(정치부)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대한민국이 토대부터 흔들리는 상황에서 문화일보는 30일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두 원로를 초청해 긴급대담을 가졌다. 김 전 의장 등은 진퇴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문에 대해 대통령이 아직 마음을 못 비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원로는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회가 협상을 통해 나라를 지탱할 총리와 내각을 세워 국정 공백을 종결지을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전 의장 등은 탄핵보다는 자진사퇴가 낫다는 입장에서 탄핵은 최선이 아닌 최후의 선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황교안 총리와 내각으로 퇴진 이후 국정을 끌고 가도록 내버려 두겠다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아무런 대안 없이 걷어차기만 하는 야당과 정치 지도자들도 문제가 많다고 걱정했다. 두 원로는 내년 8·15는 새로운 대통령이 새로운 나라를 여는 경축일이 돼서 온 국민이 화합하고 희망을 갖는 날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를 통해 권력의 균점을 이루는 개헌 논의가 퇴진 논의와 병행돼야 한다는 김 전 의장 주장과 지금 퇴진과 개헌 논의를 섞어서는 안 된다는 정 전 총리의 의견이 대립했다. 하지만 둘 다 궁극적으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한 제7공화국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정 전 총리는 경제가 흉흉해 국정농단 사태가 없었어도 광장의 촛불시위는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 전 의장도 공존과 성장의 비전을 제시할 차기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대담은 허민 선임기자의 사회로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허민 선임기자 =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고 이 때문에 탄핵정국이 출렁거리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김형오 전 의장 =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한다고 해서 사실 기대를 했다. 탄핵보다는 자진사퇴가 낫다는 입장이다. 지난 일요일 원로회의에서도 대통령 4월 퇴진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았나. 원로들의 심중은 내년 8·15는 새로운 체제에서 새로운 대통령으로 새로운 나라를 여는 그런 8·15가 돼서 온 국민이 화합하고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담화를 보니 대통령이 아직 마음을 못 비운 것 같더라. 감동 없는 1주일 용 담화다. 나는 탄핵보다는 국정혼란을 막기 위한 하야 일정, 국민이 예측할 수 있는 정치일정을 원했는데 상황인식이 상당히 괴리가 있다.

 

정운찬 전 총리 = 두 가지 점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 하나는 진실한 사과가 없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퇴진 일정도 제시하지 않고 자신의 진퇴를 국회에 맡긴다는 것이다. 특검 통과가 현실화되자 시간벌기용으로 보였다. 구체적인 정치일정, 국정 주체 어느 것도 제시하지 않고 국회가 알아서 하라고 한 것은 참 무책임한 것이다. 국정농단 주체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검찰 공소장에 현역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하지 않았나. 본인은 잘못한 게 없다고 한다면 광화문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 가슴으로 불을 밝힌 5000만 명의 국민은 유언비어에 넘어간 것인가.

 

허 선임 = 어쨌든 공이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의 대응이 있어야 한다. 타협이 우선돼야 하나, 아니면 탄핵인가, 또는 병행해야 할까.

 

김 전 의장 = 대통령이 국회에 결정해달라고 하고 국회가 대통령에게 퇴진하라고 하고 서로 폭탄을 주고받는 형국인데, 양쪽 다 잘못이 있다. 대통령의 잘못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이 자명하다. 국회도 문제가 많다. 대통령과 국회는 이중 선출권력 아니냐.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아 권력을 행사하도록 한 두 축이 대통령과 국회다. 사실상 대통령이라는 한 축이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하나 남은 권력이 국회인데 하는 일이 없다. 국회가 대통령의 제안을 걷어차기만 하면 되는가. 국회는 지금 대통령 탄핵이든 퇴진이든 그 이후 나라를 지탱할 총리와 내각을 세워야 할 임무가 있다. 3당이 모여서 거국 과도내각 총리 후보를 추천해 대통령에게 모든 국정에서 손 떼고 임명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나라는 굴러가야 할 것 아닌가.

 

정 전 총리 = 지금처럼 가면 탄핵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더 바람직한 건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 일정을 제시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문제가 되는 게 헌법에 명시된 책임을 방기하고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법 절차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대통령이 국회에 임기 단축을 합의해달라고 제안할 게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임기 단축을 선언하면 된다. 국민은 그걸 결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요구가 그렇다. 지금 상황은 정치권이 만든 게 아니고 시민이 만든 것이다. 퇴진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히는 게 최선이고 그렇지 않으면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

  



허 선임 = 두 분 말씀은 탄핵 이전에 질서 있는 퇴진’, 혹은 원로회의 결론처럼 명예로운 퇴진의 길이 있다면 그게 더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으로 들린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리더들 중에서도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면 그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탄핵에 앞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한 것도 야권이었고.

 

김 전 의장 = 야권이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하다 탄핵으로 돌아선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대통령의 명확하지 못한 태도가 첫째다. 조기 퇴진을 면하려는 대통령의 수가 국민의 눈에도 읽힌다. 탄핵으로 가는 게 정권을 잡는 데 유리하다는 야권의 계산이 작용한 게 두 번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지난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나는 야당(한나라당) 소속이었지만 끝까지 탄핵에 반대했다. 우리의 정치풍토가 아직 거기까지 성숙해 있지 않지만 정치적 대타협의 길이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하고 여야 대권 주자들도 마음을 좀 내려놔야 한다.

 

정 전 총리 = 탄핵으로 가게 되면 각종 폭로가 계속 이어질 것이고 국격은 갈수록 엉망이 될 거다. 대통령 개인도 더욱 곤란해질 게 분명하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대통령이 자신의 진퇴를 국회가 알아서 해달라고 제안할 게 아니라 스스로 퇴진을 선언하면 된다. 4·19 직후인 1960426일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이승만 대통령을 군중 속에서 본 일이 있다. 하야를 선언하고 이 대통령이 이화장에 온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모였었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이 대통령에게) 보지는 못해도 듣는 귀를 가진 딸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국민은 대통령의 하야를 안타까워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분에게 박수까지 쳤다. 박 대통령도 퇴진을 선택한다면 국민의 동정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허 선임 = 총리님은 탄핵 불가피론자로 봤는데 오늘 말씀은 좀 다르다.

 

정 전 총리 = 대통령이 끝까지 버티면 국회에서 결의해 물러나라고 요구해야 하고, 국회에서 합의를 못 하면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다만 그 전 단계에서 정치권이 노력을 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 = 탄핵을 하면 국정은 올 스톱된다. 헌법재판소법에 6개월 내 결정을 내려야 한다지만 권고사항이고 최장 10개월까지 갈 수도 있다. 그러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안보상황이나 경제환경이 얼마나 안 좋은가. 공자님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이 나라와 국민 좀 걱정해주면 좋겠다.

 

허 선임 = 탄핵은 최선의 방책이 아닌 최후의 수단이라는 말씀으로 이해하겠다. 두 분은 또 박 대통령이 다시 국민 앞에 서서 자신이 생각하는 퇴진 일정을 제시하고 국회는 이를 바탕으로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 총리 추천과 새 내각 구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지 않을까.

 

김 전 의장 = 황교안 총리와 현재의 내각으로 국정을 이끌고 가겠다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다. 야당은 그걸 원하는 건지 묻고 싶다. 정말 그렇다면 문제 있는 야당이고 문제 있는 정당의 정치 지도자다. 3당이 3시간만 머리를 맞대면 총리 추천이 가능하다. 표류하는 나라를 부여잡고 일할 수 있는 내각을 새로 구성하는 게 긴요한 과제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왜 남 탓만 하나. 과연 우리나라에 진정한 리더십이 있는 건가.

 

정 전 총리 = 전적으로 동의한다. 황교안 총리의 내각은 헌법 유린,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라고 할 수 있다. 탄핵 혹은 퇴진 후 대통령 임면권이 정지되면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

 

허 선임 = 좀 큰 담론으로 가 보자.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건가. 합의와 타협 부재의 정치, 지도자의 도덕적 해이, 갈등과 투쟁의 일상화, 이런 정치문화를 몰고 온 근본적인 원인이 뭘까.

 

김 전 의장 = 무엇보다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문제다. 우리가 1987년 개헌 후 다섯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는데 한결같이 웃고 들어가서 울고 나오게 됐다. 박 대통령만은 웃고 나오는 기록을 세우길 바랐다. 박 대통령을 끝으로 이제는 5년 단임제 폐해를 극복하는 새로운 체제로 가야 한다. 현 체제에서는 대통령이 누가 되건 국가적인 낭비, 효율성의 저해, 조기 레임덕 현상이 극심하다. 대통령 직선 단임제를 하면서 중장기 비전을 잃은 나라가 돼 버렸다. 위대한 민주주의 지도자인 YS(김영삼)DJ(김대중)도 정권 말기에 무너졌고 자식들은 모두 감방에 갔다.

 

정 전 총리 = 대통령 직선제로 헌법이 바뀐 뒤 한 세대가 지났다. 그 후 세상이 많이 달라졌고 국민의 의식도 달라져 이젠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 역시 강력한 개헌론자다. 그러나 이 사태를 수습하는 도구로서의 개헌, 이른바 임기 단축형 개헌에는 반대한다. 사퇴하든지 탄핵하든지 된 다음에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탄핵과 개헌 논의를 함께 하면 죽도 밥도 안될 가능성이 크다.

 

허 선임 = 개헌 논의에서 두 분의 주장이 부딪친다. 퇴진과 개헌을 섞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퇴진과 개헌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전 총리 = 지금은 개헌과 퇴진 문제가 왔다 갔다 하면 안 되는 시기다. 나는 기본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절대 반대론 입장에 서 있다. 다당제 중심의 내각제 찬성론자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퇴진과 개헌을 섞지 말자는 게 내 주장이다.

 

김 전 의장 = 그렇게 되면 다음 대통령 선거는 이 헌법으로 치르게 될 텐데 그건 문제 아닌가. 그러면 5년 뒤에 우리는 또 불행한 대통령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정 전 총리 = 개헌을 당장 하지 않아도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에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결선투표제로도 막을 수 있다.

 

김 전 의장 = 결선투표제로 연정을 이룰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눈에 자칫 정치적 타협으로 권력을 나눠 먹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제도를 통해 권력의 균점을 이루는 방안은 개헌밖에 없다. 현행 대통령제에서는 어떤 훌륭한 분이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이고 불행한 나라와 국민이 될 것이다.

 

정 전 총리 = 개헌은 권력구조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다. 기본권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분권도 이뤄지고 국민생존권을 보장하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복잡해지고 퇴진논의가 퇴색된다.

 

김 전 의장 = 개헌이 모든 걸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개헌을 회피한다면 나라는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내가 국회의장 할 때 만든 것도 있고, 정의화 의장 때 만들어놓은 것도 있다.

 

허 선임 =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두 분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 시기와 방법상의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개헌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좀 거대담론으로 나아가자면 개헌은 시대정신을 담는 작업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시대정신은 뭘까.

 

정 전 총리 = 함께 잘 살자는 동반자 정신이다. 모든 정치적 격변 뒤에는 경제문제가 있었다. 전 세계가 경제 불평등 누적으로 인한 양극화로 대중들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하고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게 그 사례다. 나는 국정농단 사태가 없었어도 촛불시위는 발생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경제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게이트가 민심 폭발의 매개가 된 것이다.

 

김 전 의장 = ‘문제는 경제야라는 데 공감한다.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구제하는 것이 바로 경국제세(經國濟世), 즉 경제다. 경제를 입으로만 걱정하지 말고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 허리띠를 조여 매고 함께 고생하며 나가겠다고 하지 않는다면 하늘에서 정말 훌륭한 지도자가 떨어져도 5만 달러, 6만 달러 시대로 갈 수가 없다. 가진 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

 

허 선임 = 대한민국에 비전을 제시할 미래 지도자상과 지도자의 덕목은 뭔가.

 

김 전 의장 = 2500년 전 아테네의 지도자 페리클레스를 본받아야 한다. 그가 내세운 지도자의 조건은 식견, 설명능력, 애국심, 도덕성 4가지다. 대한민국의 지도자상에 맞게 두 가지로 정리하면 포용과 희생의 지도자가 필요하다.

 

정 전 총리 = 대한민국의 독립을 도운 스코필드 박사가 말씀하신 게 있다. 첫째 정직하라. 둘째 약하고 선한 사람에게는 자애롭되 강하고 불의한 사람에게는 호랑이의 날카로움으로 대하라. 세 번째 국력을 신장시키라. 그런 지도자를 보고 싶다.

 


정리 =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2016-12-01 문화일보] 기사원문 바로가기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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