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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있는 퇴진’ 제안 원로들도 “대통령 간교한 꼼수 써”

 

 

- 대통령 담화 거센 후폭풍 -

김형오 “제안 받는 척하며 시간 벌어”

정의화 “국회로 떠넘기기 혼란 불러”

임채정 “퇴진에 조건 달아 떠넘겨”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앞줄 오른쪽)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는 동안, 비박계 강석호(뒤편 오른쪽), 김성태 의원이 이야기하고 있다. 앞줄 왼쪽은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29일 3차 대국민 담화는 순식간에 정치권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여야의 ‘탄핵 공조’에 미묘한 균열이 생겼다. 정치권이 시끌벅적한 가운데 200만 들불로 번져가던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박 대통령의 담화에 촛불시민들이 더없이 분노하는 이유가 몇가지 있다. 지난 27일 회동해 “박 대통령이 내년 4월까지는 물러나야 한다”며 ‘질서있는 퇴진’을 제안한 원로들도 박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 죄의식 없는 ‘확신범’ 행태 민심의 분노는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태도’를 향한다. 4분10초 동안 이뤄진 3차 담화의 전체 16개 문장 중 11개는 감성적 접근법을 취했다. 18년 정치인생을 되뇌며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고 사심·사익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론 사죄한다고 했다. 최순실씨가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설립·운영을 빙자해 대기업 출연금을 뜯어내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주된 역할을 했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부정하고 책임을 떠넘기면서 도의적 책임만 강조한 것이다. 약속을 뒤집고 검찰 조사를 거부한 데 대해서도 아무런 사과·설명이 없었다. 지난 27일 ‘대통령에 대한 원로 제안’을 주도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통화에서 “대통령 담화의 의도를 선의로 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이런 담화로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퇴진시기·2선후퇴 언급 회피 퇴진 시기를 명확히 하지 않은 부분도 시민들의 화를 돋웠다. 박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면서도 언제 물러나겠다는 것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또 “여야 정치권이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달라면서도 권력 이양 과정에서 자신의 완벽한 2선 후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책임을 질 사람이 책임도 안 지면서 퇴진에 조건을 달아 정치권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 본인이 언제 어떻게 퇴진하겠다고 단언을 해야 했는데 국회로 넘기는 바람에 오히려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박 대통령이나 국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식물대통령의 시간끌기 임박한 탄핵을 지연시키기 위한 시간끌기용 담화였다는 혐의는 더더욱 짙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기국회 폐회(12월9일)를 정확히 열흘 앞두고 세번째로 고개를 숙였다. 이번주는 정치권이 190만 촛불의 ‘박근혜 퇴진’ 외침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하는 일정이 즐비했던 터다. 탄핵안 발의는 물론 특검 수사와 국정조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었다. 탄핵발의 직전 박 대통령이 3차 담화에 나서자, ‘자진사퇴’가 선언될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지만 ‘시간끌기였다’는 허탈한 반응으로 귀결됐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국가적 혼란을 막기 위해 우리 원로들이 어렵게 합의를 도출해 제안을 발표했는데 대통령이 그걸 받는 척하면서 결국 일주일 시간을 벌었다”고 꼬집었다.

■ 탄핵연대 흔드는 꼼수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등의 표현에는 정치적 노림수가 숨어있다.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론’을 들쑤시려는 정략적 의도다. 여권 비주류는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여론의 압박에 밀려 탄핵과는 별도로 개헌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터였다. 국회에 모든 걸 맡기겠다며 ‘임기 단축 조항을 담은 개헌론’을 시사해 비박·여권의 ‘탄핵 연대’를 흔드는 의도는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아주 지능적이고 간교하고 교묘한 꼼수를 대통령이 써서야 되겠냐”고 비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2016-12-01 한겨레신문] 기사원문 바로가기 클릭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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