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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지인이 얼마 전 우연히 제 책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관련 글을 읽게 됐다며 보내줬습니다. 블로그에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감상문을 올린 것인데, 초판과 개정판을 비교해 가며 열심히 읽은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더구나 작가로서 평가받은 것 같아 마음이 기뻤습니다. 그래서 저도 답글로 감사와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아래 내용을 올립니다. 




몇년 전, 단 한권의 책만을 위한 커다란 전면광고를 보았습니다. 수많은 유명인사들의 찬사로 장식된 그 책은 누가 이렇게 심심하고도 임팩트 없는 제목을 꼴랑 지어놨을까, 싶었던 <술탄과 황제>, 그리고 저자는 놀랍게도 전 국회의장 김형오였습니다. 학자도 아닌 사람이 이렇게나 대단한 평가를 받는 책을 써냈다고? 이슬람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었지만 도대체 어느 부분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엄두를 못내고 있었던 저는, 그 책에 관심이 가긴 했지만 그냥 시간이 흘러버렸죠.


두달 전, 또다시 전면광고를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벌써 그새 4년이 지났고, 그냥 개정판 정도가 아니라 다시 써서 제목까지 달리한 책을 내놓았네요. 와, 다시 쓰다니....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이 쓰면 썼지 기존의 것을 뒤엎어 다시 쓰다니. 분량이 적은 것도 아니고 그 지난한 고통의 과정을 어찌했을까. 존경스럽기도 했고, 이번에는 꼭 읽어야지 싶어 도서관에 구입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해 기존의 <술탄과 황제>도 같이 빌려왔지요.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됨으로써 비잔티움 제국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 오스만 제국이 세워졌다. 세계사의 한 장이 접히고 새로운 장이 펼쳐졌다. 이 글은 동서 문명의 교차로인 이스탄불에서 종군기자가 된 심경으로 써 내려간 54일간의 격전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전쟁의 주역이었던 오스만의 술탄과 비잔티움의 황제, 두 제국의 리더십에 대한 치열한 탐구이다"


책의 앞 페이지에 이렇게 씌어진 글을 시작으로 저자의 말, 초판 서문, 추천의 글, 일러두기 등등이 이어진 후 책은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갑니다.


개정판에 부치는 저자의 말을 보면 초판부터가 굉장한 난산이었습니다. 2년동안 자료조사를 했고 그 후의 2년동안 구상과 집필에 매달렸습니다. 호평에 책은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고 여기저기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진한 점이 눈이 띄었습니다. 38쇄를 마지막으로 찍고 출판사에 더는 찍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요. 전면 재개정을 한다면서 계속 판매한다면 양심에 꺼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금방 될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또 1년 8개월이 걸렸습니다. 


전문연구가도 아닌데, 정말 대단한 노력으로 책을 써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말미에는 다양한 부록이 있고 수백권의 참고문헌은 물론 통번역에 도움을 준 사람들, 자료수집, 안내를 담당한 사람들 이름까지 수록해놓았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준 대학생, 대학원생들의 이름도 빼놓지 않은 것은 학생들을 착취하며 그들의 업적을 가로채는 수많은 교수들의 관행에 비추어 볼때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개정판에서는 그 이름들이 빠졌는데, 일일이 언급을 못해 미안하다는 말이 후기에 있네요. 아마 분량이 너무 늘어나서 그런 것 같습니다.  


책은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쉽게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각주가 있는데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하나의 또다른 스토리를, 혹은 역사적 사건들을 설명하는 것들이라 글씨는 작아도 내용은 한두페이지를 훌쩍 넘는 것들이었습니다. 책 말미의 1000개가 넘는 각주들도 하나씩 꼼꼼히 챙겨보는 독서습관을 가진 저로서는 너무 긴 각주를 읽어야 하는 바람에 흐름이 자꾸 끊겨 그리 달갑지는 않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저자를 이해했습니다. 각주의 내용을 본문에 다 담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설명하지 않고 지나가자니 이해의 깊이나 폭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책 뒤편의 부록이 130 페이지가 넘습니다. 


전투장면 묘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수천 수만의 전쟁, 전투를 겪었겠지만 이렇게나 자세히 묘사한 작품을 접해본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피비린내나는 전쟁을 직접 겪어본 적이 없는, 그리고 비극의 땅 시리아나 아프리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저에겐 전쟁이란 과거의 일이고 감이 오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54일간의 전투를 손에 잡힐 듯이, 바로 옆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히 묘사합니다. 이처럼 긴 분량의 전쟁 묘사로는 얼핏 생각나기로는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워털루 전투'라고 명명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총 5권 중 몇번째 권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책의 3분의 1 가까이 차지하는 무시무시한 분량, 그리고 무시무시하게 지루한 부분이었지요. 감동도 없이 억지로 고문받듯이 읽어내야 했던. 하지만 단언컨대 빅토르 위고보다 김형오가 이 부분에서는 훨씬 뛰어납니다!!


교과서에서 단순한 몇마디로 서술되었던 서로마 제국의 멸망, 그리고 한참 뒤 동로마 제국의 멸망. 그것은 단지 활자로 인쇄되어 아무 의미없던, 무색무취의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1123년을 지속해온 동로마 제국의 의미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그 땅을 정복해야먄 했던 젊은 술탄의 의지와 집념은 저를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게 했습니다. 황제의 최후에 대해 전설처럼 내려오는 여러 이야기도, 그렇게 신화처럼 변해버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제 가슴을 슬프게 두드렸습니다.


개정판에는 빠져있지만 초판에는 책을 쓰기 위해  다섯번째로 이스탄불을 방문해 47일간 체류하던 중의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귀국전 역사적인 장소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여러 감상들을 적은 기록인데, 막판에는 저도 저자의 감정을 따라 울컥,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수백년 전 이 자리에 있었던 치열한 생명들, 그리고 고뇌들, 잊혀진 순간들, 천년왕국의 멸망, 그 자리를 찾은 이방인, 끊기지 않은 인연, 그래도 흘러가는 삶... 등등의 여러 복합적인 느낌들 때문에요. 


책을 반 정도 읽다가 반납을 하고 장기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이 책을 집어야 했습니다. 그 때문에 각주도 다시 읽어야 하는 부분이 있었고, 이미 읽은 부록을 또 읽어야 하기도 했죠. 그래서인지 책이 더 깊이 이해되고 마음에 많이 남는 기분입니다. 언젠가 나만의 서재가 생기면 소장할 책... 목록에 또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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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worm님 안녕하세요.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저자 김형오입니다.

 

제 책의 초판과 개정판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 주시고, 과분한 찬사까지 해주시니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개 정치인이 쓴 책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많은데 정치인이 아닌 작가로 대해주어 감사합니다. 책을 쓰느라 소진한 시간과 체력이 헛되지 않았고, 난산의 고통을 보람과 행복으로 보상받은 기분입니다.

 

전투 장면 묘사는 특히 공을 들인 부분인데, 극찬을 해주시니 성취감을 맛봅니다. 다만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와 견준 대목에선 약간 쑥스럽더군요.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는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고 했습니다. 제 책이 님에게 두 번 읽을 가치, 소장 가치를 지닌 책으로 인정 받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게다가 개정판과 초판을 대조하듯 읽으셨다니, 책에 대한 님의 열정과 관심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각주와 부록 못지 않게 QR코드에도 정성을 쏟았습니다. 사실은 제가 이 분야 지식이 짧아서 이것저것 조사하다가 버리기 아까운 것들을 정리하면 독자의 이해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면 다양한 현장 사진, 관련 자료들과 함께 책에 담지 못한 좀 더 깊이 있는 정보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bookworm의 책 세상'. 님의 블로그를 일별한 소감은 한마디로 '책벌레'란 닉네임에 걸맞다는 거였습니다. "책과 영화 이야기가 가득한 세상"을 꿈꾸는 님의 아름다운 소망과 해박한 식견이 읽혀졌습니다.

 

님이 읽고 본 책과 영화에 대한 600여 편의 리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 책과 영화를 접해 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했을 것 같습니다. 출판 편집자라면 님의 섬세한 필치와 문장력에 반해 작가로의 변신을 권유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bookworm님의 서재에 싱그러운 봄의 향기가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제 블로그는 www.hyongo.com

이메일 주소는 khospeaker@daum.net입니다.

님의 주소(성함)를 메일로 보내 주시면 제가 사인한 개정판 책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다시금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김형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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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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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나무그늘아래 2017.03.08 01: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자와 작가의 아름다운 대화입니다. 소통이 단절된 시대라서 더욱 멋지고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을 4월도 멀지 않았습니다. 잔인하고 또 찬란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