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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7 매일경제]



"헌법 경제민주화 개념에 경제주체들 자율성 조항 넣어야"

            김형오 前국회의장 인터뷰




◆ 소득 10만달러시대 개헌 ③ ◆ 


 "각 경제 주체들이 민주적·자율적·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다."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꼽히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사진)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계획경제의 다른 말인 '통제경제', 즉 국가의 과도한 개입에 의해 국가가 경제 주체들의 권한과 이익을 강제로 배분하고 간섭한다는 것으로 경제민주화가 해석되고 있다"며 "이는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에 경제민주화 강화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대통령 개헌안 제125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상생과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경제민주화를 명시하고 있다.

현행 헌법상 경제민주화 조항에 '상생'을 추가하면서 국가가 대기업·고소득층보다는 중소기업·영세 자영업자·저소득층 등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도록 의무를 강화했다. 김 전 의장은 이러한 경제민주화 강화 내용이 자유시장경제 주체들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는 "경제 주체들의 책임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개념을 특정 세력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통령이 낸 개헌안을 평가한다면.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줄이기 위한 개헌인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왜 개헌을 하는 것이냐에 대해 전혀 파악을 하지 못했다. 지방자치 강화·토지공개념을 강화하면서 개헌의 핵심이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식으로 됐다. 지금 시급한 것은 헌정사에서 엄청난 갈등을 유발하고 국가 경쟁력을 좀먹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극복하는 일이다. 


―대통령 개헌안에 4년 연임제가 포함돼 있다. 


▷4년 연임제는 형식적인 논리고, 편법에 불과하다. 기존 5년 단임제가 8년 단임제로 바뀌는 것 정도다. 핵심은 4년 연임제냐, 4년 중임제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 권한이 무소불위로 행사되는 현행 체제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고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하는 자리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행사할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 경찰·검찰·국세청·국가정보원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 기관을 대통령의 권한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중립적·객관적인 국가 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헌법 체제로 가야 한다. 


―책임총리제를 염두에 두는 것인가. 


▷책임총리제, 이원집정부제 역시 지엽적인 문제다. 이 정부는 대통령제가 가장 나은 것처럼 강조하는데, 사실 대통령제에는 국무총리가 없다. '대통령제는 좋고 분권형은 나쁘다'는 식으로 청와대가 재단하는데 이는 참 희한한 일이다. 대통령제를 매번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국무총리는 막강한 대통령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 이낙연 국무총리라는 유능하고 좋은 사람을 뽑았지만 정부에서 총리가 보이는가. 전부 청와대가 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 헌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개헌도 이대로 가면 국무총리는 청와대 눈치만 보다가 책임만 지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책임총리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늘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정부 각 부처가 장관들 책임하에 국정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본질이다. 


―대통령 개헌안에서 시장경제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 민주주의에 대한 자세는 절대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기반을 위협하거나 뒤흔들 소지가 있는 조항을 집어넣는 것을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으로 성공했는데 성공한 제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성공하려면 경제 주체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창의도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 개헌안에는 '국가의 주도와 간섭'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19세기적 헌법으로, 나라가 뒷걸음치고 있는 것이다.


 국가는 전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에 멈춰야 한다. 세금을 풀어서 실업자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비슷한 발상이다. 박근혜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를 떠올려보면 미래도 책임지지 못했고, 창조도 하지 못했다. '국가 주도'라는 발상을 버리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은커녕 2차 산업에 머무르는 수준이 된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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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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