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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25) 오전 10시에 헌법개정국민주권회의 주최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토론자로 참석하면서 준비한 원고를 올립니다. 




왜 개헌인가,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김 형 오(전 국회의장)


 

우리 헌법에서 가장 소중한 대목을 한 곳만 들라고 하면 저는 주저 없이 헌법 전문에 있는 다음 구절을 들고 싶습니다.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라는 구절입니다. 이는 제가 좋아하는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의 아버지라 일컫는 페리클레스의 연설 한 대목인 행복은 자유에 있고 자유는 용기에서 나온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그렇습니다, 우리는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목숨을 걸고 지켰습니다. 이것을 위해 나라가 있고 헌법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헌법 개정을 하더라도 우리가 지켜야 할 이 최고의 가치들은 결코 훼손됨이 없어야 할 것을 전제로 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국회의장 취임 일성이 개헌이었습니다. 국회에 오기 전 저는 10년 가까이 정무 담당 공무원으로서 권력의 부침과 영욕, 그 허무함을 보고 느껴왔습니다. 큰소리치던 권력자와 그 주변을 얼씬거리던 수많은 인사들의 말로(末路)를 직접 보았던 사람입니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안중근 의사의 부친 안태훈 진사가 지은 한시(漢詩)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새벽 굼벵이는 살려고 자취도 없이 달아나건만, 저녁 모기는 죽기를 무릅쓰고 왱왱거리며 덤벼든다”(曉蝎求生無跡去, 夕蚊寧死有聲來). 조선조말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목숨을 건지려고 굼벵이처럼 슬그머니 피신한 이들과, 곧 죽을 줄도 모르고 모기떼처럼 설쳐대는 자들을 풍자한 시구입니다. 세월이 수없이 흘렀건만 새벽 굼벵이와 저녁 모기 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이 땅에 있습니다. 누가 자취를 감추는 굼벵이인지 왱왱대는 모기인지를 이 자리에서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이런 굼벵이와 모기 같은 자들이 정치권, 특히 권력 주변을 에워싸지 않기 위해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입니다.

 

87년 헌법의 정당성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들이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모두 뒤끝이 안 좋았습니다. 비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세 분(노태우이명박박근혜)은 감옥에 가고, 한 분(노무현)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두 분(김영삼김대중)은 재임 중 자식이 감옥에 가는 불운과 수모가 겹치고 연이었습니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단 한 사람도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청와대를 떠난 분이 없습니다. 그 중에는 눈부신 민주 투사도 있고, 콘크리트 같은 열혈 지지자가 수백만인 분도 있었지만 모두가 불행했습니다. 퇴임 후엔 일정한 역할도 없이 조용하고 쓸쓸한 삶을 이어갔습니다. 그렇잖아도 국가 원로가 빈약한 나라에서 법과 세금으로 예우해주는 전임 대통령의 할 일이 없는 나라입니다.

  

사진출처 : 내외통신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루어왔습니다. 여야를 번갈아가며, 같은 진영이 계속되기도, 다른 진영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여섯 명의 대통령, 이번까지 포함하면 일곱 명의 대통령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전임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간 대통령과 정권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전임 대통령의 업적·정책·방침을 지우고 바꾸기에 급급했습니다. 정권에서 정권으로 이어가는 중장기 계획이란 꿈도 꾸지 못합니다. 오히려 전임 대통령 시절 주요 정책을 담당했던 공무원은 문책을 당하고 감옥에 가거나 옷을 벗거나 한직으로 밀려납니다.

 

멀리 보고 길게 가는 정책은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등장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중장기 계획이 없는 나라인데 어찌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겠습니까. 미래가 안 보이는 나라인데 어찌 느긋하게 참고 기다릴 수 있겠으며, 오직 현재만을 위해 아득바득 다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는 것은 자기 보호의 본능입니다. 현 정부의 역점 사업은 차기 정부에서 뒤집어지고 핵심 가담자들은 차기 정권의 눈 밖에 날 것이 뻔하므로 그저 대충대충 시키는 일만 하고 적당히 땜빵만 하며 넘어가려 합니다. 사명감도 비전도 의욕도 내용도 부실하기만 합니다. 성장 동력이 꺼져가는 나라입니다. 이대로라면 나라가 전체적으로 내려앉고 5년 단임제 정권의 단물이 다 빠져 소태 씹는 심정으로 빈 창고를 지켜야 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아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실패한 대통령은 그래도 용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패한 대통령들로 인해 나라마저 실패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대통령은 다시 뽑으면 되지만 실패한 나라는 지도상에서 사라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문제의 핵심 요인과 맹점을 현행 헌법이 안고 있는 대통령제에서 찾는다면 지나친 억측이고 비약일까요? 나와는 소속 정당이 달랐지만 제가 존경하는 전직 국회의장께서도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우리 헌법을 고치지 않고서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 대통령에게는 미국 대통령과는 비교도 안 될 막강한 권한을 헌법이 부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제의 기본이어야 할 삼권 분립 체제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그렇게나 싫어했던 유신 헌법의 잔재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고 행정권을 장악합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대통령 뜻에 따라 구성되고, 국회의 대통령 견제 권한은 형식적이며 또 지극히 미약합니다. 비판·견제·감시를 해야 할 국회의 구체적이고 분명한 권한이 없다 보니 행정부 발목 잡는 짓이나 하고 있습니다. 국회가 국회답지 못하니 대통령의 대국회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충성분자와 과격파들이 국회를 주도하게 됩니다.

 

행정부가 집행할 예산을 행정부 스스로 편성하고, 마찬가지로 자기 공무원에 대한 감사를 자기가 합니다. 쓰임새와 복무 자세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검찰경찰국세청국정원 등 국민을 위한 파수꾼·보호자가 돼야 할 기관들이 대통령 심기와 눈치를 살피는 기관이 돼버려 국민의 두려움과 불신·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5년 권력은 잠깐입니다. 집권 말기가 가까워지면 이들 기관은 차기 권력의 향방에 눈길을 주고, 지는 해인 현재 권력에는 등을 돌립니다. 조직이 살기 위한 5년마다의 눈부신 변신입니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돼온 고질적 행태입니다.

 

미국 말고 대통령제가 제대로 성공한 나라가 있을까요. 그럼 미국은 왜, 어떻게 성공했을까요.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한마디만 하란다면, 그것은 대통령의 권한이 적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의회를 비롯한 끊임없는 감시와 헌법적 제약이 엄존합니다. 미국 외 다른 나라의 대통령들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기에 포장만 벗기면 비민주적 독재, 장기 집권, 부정부패, 부의 편중 또는 정국 불안에 시달립니다.

 

또 있습니다. 현행 헌법상 국무총리의 위상이 애매합니다. 국정 통할 기능이 무엇인지, 통할이란 말도 어렵지만 내용은 더욱 모호합니다. 청와대 중심의 국정 처리가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느낌입니다. 국무회의는 토론이 사라지고, 장관들은 총리 의중을 묻지 않습니다. 다만 청와대 눈치를 살피고 그 오더를 쫓느라 바쁩니다.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없는 단순한 대통령의 참모 보조 기구인 비서실이 정치와 정책을 주도하면 책임 정치는 실종되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헌법 정신은 퇴색하고 맙니다. 촛불 민심은 밀실 정치,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국민의 분노, 그 표출이었습니다. 촛불로 태어났다는 이 정부가 촛불 정신의 참된 의미를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총리가 국정의 중심 역할을 못하는 것도 현행 헌법상 대통령제의 취약점입니다.

 

개헌을 논의하자면 다짜고짜 4년 중임제냐 이원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냐를 묻습니다. 틀을 먼저 짜놓고 거기에 내용물을 구겨 넣겠다는 식입니다. 이런 수준의 논의라면 제대로 된 개헌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이런식이라면 4년 중임제는 5년 단임제 보다 더 지긋지긋한 8년 단임제가 될것이고, 분권형제는 권력 나눠먹기가 되고 말 것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대통령 권한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그 줄인 권한을 어떻게 합리적·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가를 먼저 논의해야 합니다. 즉 권력구조에 대한 합의가 최우선입니다. 그 후에 합리적으로 조정된 권력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데 4년 중임제로 하는 것이 맞는지, 총리 중심의 분권형제로 하는 게 합당한지를 따져야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더는 불행한 대통령이 나와선 안 됩니다. 대통령의 불행은 나라와 국민의 불행이고 수치입니다. 역대 어느 대통령인들 스스로 불행해지고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거나 비난 받으려 한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비극의 길로 들어섰다면, 이것을 운이 없다거나 운영을 잘못한 탓으로 돌리는 미욱한 자세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합니다. 이 잘못된 제도,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된 제도, 삼권 분립 원칙에도 어긋난 헌법을 이대로 두고서는 다른 내용이나 제도를 아무리 잘 고쳐도 대한민국은 결코 민주주의로 가지 않고 나라도 국민도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저는 국회의원 생활 중 10년 이상을 정보통신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나라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이런 미래지향성이 부족합니다. 또 저는 지역구 의원으로 있었기에 지방자치의 중요성과 절실성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남녀평등과 기회 균등, 자유의 확대, 소득 보장 등 모든 현재적·미래적 가치를 존중합니다. 개헌을 한다면 이런 요소들이 모두 포함되어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민주 헌법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30년 전과 지금은 엄청난 시대적 간극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은 헌법의 내용을 보강하고 성숙시키고 보다 민주적으로 나아가는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이것만을 위한 개헌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그대로 둔 채, 또는 지엽적 변경만 가한 채, 다른 구구절절한 내용들을 담아 개헌을 하려 든다면 저는 단연코 반대할 것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개헌은 한국 현대사의 질곡처럼 돼버린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는 지상 명제이며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개헌을 하겠다는 모든 세력단체조직정당들은 우선 이 명제부터 합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본격적인 개헌 작업에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합의가 쉬운 것부터 먼저 하자거나, 권력구조는 합의가 어려워 그대로 두겠다면 개헌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헌은 특정 정파나 어느 세력의 전유물이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습니다. 아직도 왜 개헌인가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국민이 적지 않습니다. 온 국민의 바람 속에 국민을 위한 개헌이 되려면 왜 지금 개헌인가,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에 대한 물음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귀담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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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7 이데일리]


김형오 “靑·與·野, 5월말 개헌안 합의 후 9월1일 표결하자”



“정기국회 첫날 여야 표결 후 국민투표 부치면 윈윈” 

“대통령제 하려면 부통령 두고, 총리 두려면 국정통할권 확실히”

文대통령에 “헌법 발의권, 유신헌법 소산…이제 그만하라”


         김형오 전 국회의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개정안 내용 및 개헌안 투표 시기를 둘러싼 정국 갈등에 “5월 말까지 청와대와 여야가 개헌안에 합의하고 9월 정기국회 첫날에 국회에서 표결하자”고 해법을 제안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 주최로 열린 ‘대통령 개헌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의장은 먼저 “개헌을 해야 하는 이유는 명명백백하게 대통령의 권한 줄이기를 위해서”라며 “현재는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임기 후반으로 가면 식물 대통령으로 형편 없이 전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결국 감방에 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 헌법은 형식만 삼권 분립이지, 대통령의 일권이라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선출방식 논란이 벌어진 국무총리를 두고는 “세계의 총리를 보면 분권형 내각제의 실세 총리 아니면 미국 외에 대통령제 취하는 나라의 껍데기 총리 이렇게 두 분류”라며 “국회 답변용 총리가 아니라 국정통할 기능을 할 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헌법 어디에도 청와대 비서실이 없는데, 총리와 국무위원이 청와대 비서실의 지시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며 “이런 국정운영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어떤 유능한 총리, 각료가 임명돼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특히 권력구조 개편 방향을 두고는 “대통령제는 선하고 다른 제도는 악하다는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대통령제가 잘되는 나라는 미국 밖에 없고, 의원내각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잘되는 나라는 수없이 많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김 전 의장은 “대통령의 헌법 발의권은 그렇게도 증오하고 싫어한 유신헌법의 소산”이라며 “좋은 헌법을 만든다면서 나쁜 조항을 쓰려면, 압박용으로 끝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개헌을 안 하려면 계속하되 개헌을 정말 원한다면 이제 그만 두라”고 일갈했다. 


김 전 의장은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장단, 상임위원장들의 임기가 끝나는 5월 말까지 청와대와 여야가 개헌안을 만들고 정기국회 첫날에 표결한 뒤 절차에 따라 국민투표 하도록 합의하자”며 “그러면 청와대와 여야가 한발씩 양보해 대승적 차원에서 윈윈하고 제대로 된 개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헌안에 담길 내용으로는 “감사원 같은 독립된 헌법기관에 대통령이 인사 개입을 할 수 없게 하고 검찰과 경찰, 국세청, 국가정보원, 방송통신위 등에도 대통령이 인사 개입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대통령제를 하려면 부통령을 도입하든지, 총리를 두려면 국정통할권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국정운영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고 국회의 책임성과 윤리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전 의장은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으며, 지난해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장을 역임했다.



[2018-03-27 이데일리] 기사 원문 바로가기 클릭




[2018-03-28 동아일보]



“靑與野 개헌안 한발씩 양보, 5월까지 합의해 9월 투표를”




원로-학계 ‘대통령 개헌안’ 토론회 


“5월 말까지 여야와 청와대가 개헌안을 모두 합의합시다. 9월 정기국회 첫날 표결하고, 9월 중에 국민투표에 들어갑시다. 여야와 청와대가 각각 한 발씩 양보해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헌법,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해봅시다.”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통령의 개헌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대통령 개헌안 발의 직후 “지금으로부터 한 달 내로 국회가 단일안을 만들어내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개헌) 시기는 조절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전·현직 국회의장이 모두 대통령 개헌안을 대체할 국회 개헌안 마련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김 전 의장은 오전 10시부터 이어진 이 토론회에서 대응 방향을 놓고 종합 토론을 하기 시작한 오후 3시경 토론회에 나와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국회의장으로 재임하던 2008년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상기시키면서 그는 “10년 동안 허송세월했다. 4분의 3 가까운 국회의원들이 개헌하자고 했는데, 지도자 몇 사람이 털면 됐을걸…”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장은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줄여 더 이상 불행한 대통령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중 처음으로 웃으며 청와대를 떠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갑자기 몸이 아파서 불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진보성향 이홍훈 전 대법관은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먼저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국회에서 합의한 안을 의결해야 한다. 상당히 국회 책임이 무거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법관은 대통령 개헌안에 기본권 보장에 있어서 충분한 고민이 담겨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5·18민주화운동 등을 전문에 추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헌법 전문은 많이 수정하지 않는 것이 선례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추가해야 하는 것인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서 헌법 전문에 맞게 표현을 가다듬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법원장 권한과 관련해 이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임명과 관련해서 현재 헌법을 조금 더 가다듬어 (대법원장)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좋은데, 다만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쉽지 않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앞서 전문가 토론에서는 권력구조 개편 방향을 놓고 찬반 의견이 오갔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의 경우 오히려 의회를 통해 정부를 한 정파나 총리가 독점할 수 있는 제도로, 대통령제야말로 분권과 협치의 시대정신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진정한 의미의 분권과 협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독점적 권한을 총리와 나눠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무총리 임명과 추천, 선출 과정을 놓고도 논쟁이 이어졌다. 김 전 의장은 “대통령제를 하려면 부통령을 도입하든지, 총리를 두려면 국정통할권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대통령 권한은 무엇이고 총리 권한은 무엇인지 구별해야 한다. 국회에 총리선출권이나 추천권을 주지 않고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을 분산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2018-03-28 동아일보] 기사원문 바로가기 클릭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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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5 중앙 선데이]


분권형 대통령제 죄악시하고 여론몰이하는 건 문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23일 ’개헌은 대통령 권한 분산이 핵심으로, 이를 위해서는 국민과 국회가 주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3일 “개헌의 핵심은 대통령 권한의 조정과 축소”라며 “이를 위해서는 권력 분산의 대상인 청와대가 주체가 돼서는 안 되고 국민과 국회가 개헌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개헌안 발표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형오 전 의장이 보는 ‘개헌의 정석’

국회 윤리규정 미국 450쪽, 한국 2쪽

자기희생 조치로 신뢰 회복해야

총리 추천 주장도 정당성 얻을 것


핵심은 대통령 권한 분산인데

청와대가 주도하면 개헌 불가능

26일 발의하지 말고 국회에 맡겨야


김 전 의장은 국회 총리 추천·선출제 논란에 대해서도 “국회의 권한이 커지는 데 대해 국민적 시선이 따가운 만큼 신뢰 회복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성과 윤리성 강화 조치를 함께 행동에 옮겨야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2008년 국회의장 취임 일성으로 개헌을 주장하고 개헌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국회 내 개헌 논의를 주도한 데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장을 맡으며 ‘개헌 전도사’로 꾸준히 활동해 왔다. 

  

왜 지금 개헌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이 시대적 요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대통령의 권한을 합리적으로 조정·축소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수다. 대통령제는 삼권분립이 기본 원칙인데 한국의 대통령제는 이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집행할 법을 대통령이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고 사법부 수장도 직접 임명하고 있지 않나.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도 대통령이 좌지우지하다 보니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에게 충성을 다해야 할 기관이 대통령의 눈치만 봐서는 견제와 균형이란 민주주의 기본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청와대 개헌안 발의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공약은 지켜야 하는데 정치권은 요지부동이니 오죽 답답했으면 그러겠느냐고 선의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어떻게 분산하느냐가 개헌의 핵심인데 이를 당사자인 대통령이 주도해 바꾸겠다면 누가 그걸 믿겠는가. 이미 개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국회를 압박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둔 만큼 청와대의 역할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데 한발 더 나아가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하면 모든 게 헝클어진다. 자유한국당의 결사 반대로 부결될 게 뻔한 상황에서 자칫 개헌 자체가 물 건너갈 수 있다.”

  

김 전 의장은 그러면서 “개헌은 발의가 아니라 통과가 목적이 돼야 한다. 이번엔 어떻게든 성사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청와대도 진정 개헌하고 싶다면 26일 개헌안을 발의하지 말고 국회에 맡겨야 한다. 국민과 국회가 개헌을 주도하는 게 현실적으로 최선이자 유일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권력구조 개편도 주요 쟁점이다.


“우리 정치 구조상 대통령 4년 연임제든, 분권형 대통령제든, 의원내각제든 뭘 채택해도 세 제도의 요소가 두루 포함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대통령에게 쏠린 권력을 어떻게 분권화할지 최대한 꼼꼼히 챙겨 이를 명문화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런 고민 없이 형식만 갖고 다투니 국민이 공허하게 받아들이는 거다. 청와대가 분권형 대통령제는 잘못된 제도인 양 죄악시하고 대통령제는 마냥 선한 것처럼 여론몰이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 외에는 대통령제를 제대로 운용하는 나라가 드문 반면 내각제나 분권형제를 성공적으로 시행하는 나라는 수십 개국에 달하는 게 엄연한 현실 아닌가.”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떼어내 국회에 주는 데 대한 국민적 반감도 만만찮다.


“권한이 주어지는 만큼 국회의 책임성과 윤리성이 함께 강화되는 게 중요하다. 국회 윤리위원회 강화가 대표적이다. 우리 국회 윤리규정은 2쪽에 15개 항뿐이다. 반면에 미국 하원의 윤리 매뉴얼은 450쪽에 달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지 않나. 이런 것부터 제대로 챙기는 게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다. 윤리위원도 전원 외부 인사로 구성하고 국회 추천권도 없애야 한다. 또 윤리위 결정사항은 지체 없이 표결에 부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국회가 먼저 실질적 조치를 내놓으며 자기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야 총리 추천·선출 주장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거다.”

  

김 전 의장은 개헌의 또 다른 당위성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언급했다. “5년 단임제를 하다 보니 잃어버린 게 있다. 바로 미래에 대한 중장기 비전이다. 전 정권에서 두각을 나타낸 관료들이 대통령이 바뀌면 어느새 한직으로 밀려 사라지곤 했다. 그러다 보니 교육·과학기술 등 긴 호흡이 필요한 정책도 연속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단절되기 십상이었다. 정권교체 비용을 이처럼 많이 지불하면 선진국은 언감생심이다.” 

  

청와대는 그러니까 4년 연임제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 분산에 대한 확고한 제도적 장치 없이 4년 연임제로 가면 8년 단임제만 될 뿐이다.”

  

개헌과 관련해 정치권에 조언한다면.


“자유한국당도 제1 야당의 역할을 전혀 못한 게 사실이다. 오히려 주도적으로 나서도 부족한데 너무 소극적이었다. 이제라도 개헌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게 당에도 이로울 거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대통령 인기에 편승해 지지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야당과 설전만 벌일 줄 알았지 야당을 설득해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당으로서 국정 주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걸 뼈저리게 반성할 때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2018-03-25 중앙 선데이] 인터뷰 기사 ☞ 바로가기 ☜ 클릭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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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7 매일경제]



"헌법 경제민주화 개념에 경제주체들 자율성 조항 넣어야"

            김형오 前국회의장 인터뷰




◆ 소득 10만달러시대 개헌 ③ ◆ 


 "각 경제 주체들이 민주적·자율적·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다."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꼽히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사진)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계획경제의 다른 말인 '통제경제', 즉 국가의 과도한 개입에 의해 국가가 경제 주체들의 권한과 이익을 강제로 배분하고 간섭한다는 것으로 경제민주화가 해석되고 있다"며 "이는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에 경제민주화 강화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대통령 개헌안 제125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상생과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경제민주화를 명시하고 있다.

현행 헌법상 경제민주화 조항에 '상생'을 추가하면서 국가가 대기업·고소득층보다는 중소기업·영세 자영업자·저소득층 등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도록 의무를 강화했다. 김 전 의장은 이러한 경제민주화 강화 내용이 자유시장경제 주체들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는 "경제 주체들의 책임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개념을 특정 세력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통령이 낸 개헌안을 평가한다면.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줄이기 위한 개헌인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왜 개헌을 하는 것이냐에 대해 전혀 파악을 하지 못했다. 지방자치 강화·토지공개념을 강화하면서 개헌의 핵심이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식으로 됐다. 지금 시급한 것은 헌정사에서 엄청난 갈등을 유발하고 국가 경쟁력을 좀먹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극복하는 일이다. 


―대통령 개헌안에 4년 연임제가 포함돼 있다. 


▷4년 연임제는 형식적인 논리고, 편법에 불과하다. 기존 5년 단임제가 8년 단임제로 바뀌는 것 정도다. 핵심은 4년 연임제냐, 4년 중임제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 권한이 무소불위로 행사되는 현행 체제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고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하는 자리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행사할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 경찰·검찰·국세청·국가정보원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 기관을 대통령의 권한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중립적·객관적인 국가 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헌법 체제로 가야 한다. 


―책임총리제를 염두에 두는 것인가. 


▷책임총리제, 이원집정부제 역시 지엽적인 문제다. 이 정부는 대통령제가 가장 나은 것처럼 강조하는데, 사실 대통령제에는 국무총리가 없다. '대통령제는 좋고 분권형은 나쁘다'는 식으로 청와대가 재단하는데 이는 참 희한한 일이다. 대통령제를 매번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국무총리는 막강한 대통령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 이낙연 국무총리라는 유능하고 좋은 사람을 뽑았지만 정부에서 총리가 보이는가. 전부 청와대가 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 헌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개헌도 이대로 가면 국무총리는 청와대 눈치만 보다가 책임만 지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책임총리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늘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정부 각 부처가 장관들 책임하에 국정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본질이다. 


―대통령 개헌안에서 시장경제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 민주주의에 대한 자세는 절대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기반을 위협하거나 뒤흔들 소지가 있는 조항을 집어넣는 것을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으로 성공했는데 성공한 제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성공하려면 경제 주체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창의도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 개헌안에는 '국가의 주도와 간섭'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19세기적 헌법으로, 나라가 뒷걸음치고 있는 것이다.


 국가는 전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에 멈춰야 한다. 세금을 풀어서 실업자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비슷한 발상이다. 박근혜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를 떠올려보면 미래도 책임지지 못했고, 창조도 하지 못했다. '국가 주도'라는 발상을 버리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은커녕 2차 산업에 머무르는 수준이 된다. 



                                                                                          [홍성용 기자]



[2018-03-27 매일경제] 인터뷰 기사 바로가기  클릭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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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개헌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개헌을 말하다>라는 행사를 기획하여 


심도있는 논의를 펼칠 예정입니다. 


저는 초청 연사로 7월 14일(목) "개헌의 필요와 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게되었습니다.


의장 시절부터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기회될 때마다 언급했었는데, 


이제야 조금씩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 행사는 1차는 초청 강연, 2차는 의원대담으로 이루어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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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992년 국회에 첫발을 들인 뒤 지역구에서 내리 5(1418)을 지냈다. 파란곡절의 한국 정치사를 헤쳐 온 사람답지 않게(?) 눈빛이 맑고 부드러운 선한 인상이다. 20쇄 넘게 찍은 술탄과 황제개정판 작업으로 바쁘다는 그는 모든 직업이 다 그렇지만 정치도 결코 영원하지 않다. 은퇴 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허문명 논설위원


20대 국회는 문을 열어젖히기가 무섭게 개헌론을 띄웠다. 여당에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지금이 개헌을 논의할 적기(適期)라는 공감대가 생길 즈음, 국회를 가족 기업쯤으로 여기는 의원들의 갑질 문제가 불거졌다. 무소불위(無所不爲) 특권국회부터 개혁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고치려다 제왕적 국회로 개헌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때인 18대 국회 전반기 개헌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종합보고서를 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69)은 평소 국회 개혁에 대해서도 관심이 깊다. 지금 우리 국회의 비능률과 무책임은 정치문화 탓인가, 헌법 탓인가. 헌법을 고친다면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을 생각하며 그를 1일 만났다.

 

 

기본 윤리나 책임의식 없는 의원들

 

 

너도나도 살기 힘들어 아우성인데 개헌이라니, 정치인들이 권력 나눠 먹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국회를 책임졌던 한 사람으로서 국민께 부끄럽다. 뭐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마음이다. 드릴 말씀이 없다.”

 

  

국민은 국회에 분노하고 있다. 의원들이 원하는 내각제나 이원집정제는 결국 국회 권력을 키우자는 얘기 아닌가.

 

개헌이라고 하면 권력구조의 문제, 속칭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까지 나오는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런데 대통령 권한을 줄이면 상대적으로 국회 권한이 커지는데 이런 국회에 더 큰 권한을 준다고?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국회가 먼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개헌론에도 힘이 실릴 텐데 새누리당에도 야당들에도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다.”


 

제도 탓인가. 오래 누적된 정치문화 탓인가.

 

둘 다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이 기본적인 윤리나 책임의식이 없다. 제도적으로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힘이 실려 있고 국회는 상대적으로 너무 권한이 없다 보니 정치문화가 후진적일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입법독재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국회 권한이 막강한데 무슨 말인가.

 

겉만 그렇지 실속이 없다(웃음). 우리나라 대통령은 행정권은 물론이고 입법권 예산권 공무원감사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갖고 있다. 아프리카 독재 국가(?)를 빼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 중 대통령이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대통령중심제라는 미국만 해도 주정부와 권한이 분권화돼 있고 대통령에게 예산권 입법권이 없다. 우리는 정부가 예산을 다 짜서 국회가 마지막에 심의만 하지만 미국은 처음부터 국회가 짠다. 연말 예산안 통과 때마다 언론에서 쪽지 예산비판을 하는데 의원들이 예산을 심도 있게 다룰 수 있는 기회나 방법이 없다 보니 예산에 쪽지 집어넣는 행위가 나오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국민 혈세를 제대로 쓰는 게 제일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는 매우 엉성하다. 솔직히 국회의장 시절 예산안 통과시킬 때도 내용을 다 알지 못했다고 했다.

 

미국은 예결위원회에 적어도 몇 선 이상 의원이 들어간다. 작은 비리라도 걸리면 즉각 퇴출되고 다시는 들어가지 못한다. 우리는 주로 초선들이 지역별로 안배해 들어간다. 미 의회를 방문했을 때 느낀 건데 예결위 위원들이 자기 지역구에 민원성 예산을 집어넣는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비열한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일을 하다 적발되면 정치적으로 재기 자체가 불가능하다.”

 

 

자격 미달이 많아 보이는 우리 의원들에게 예산 심의권까지 준다면 지금보다 더 엉망이 되지 않을까.

 

사실 우리처럼 장차관 법원장 대학총장까지 지내고 국회의원 하겠다는 사람이 많은 나라는 선진국에서도 별로 없다. 그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된다. 물론 자질이 부족한 사람도 많다. 어느 조직이든 2030%는 시원찮은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문제는 집권 세력 중에서도 소수가 다수를 끌고 간다는 데 있다. 거듭 말하지만 청와대로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구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 친이(친이명박), 지금 친박(친박근혜)들을 보라. 권력자에게만 잘 보이면 공천과 요직이 보장되니까 국민은 안중에 없는 것 아닌가.”

 

 

국감서 저질 질문장관 창피 줘서야

 

그는 의원들이 특권 내려놓기를 하겠다지만 제발 작은 것부터 실천했으면 한다고 했다.

 

우선 바꿔야 할 것이 바쁜 사람들을 증인으로 불러다 놓고 하루 종일 한마디 묻지도 않다가 마지막에 한다는 소리가 요새 회사 잘 돌아가요라고 묻는 식이다. 대정부질문이란 것도 유신 잔재다. 독재 정권하에서 말을 제대로 못 하니까 그런 제도를 만들어 카타르시스를 주고 김을 뺀 거다. 국회 개원할 때마다 3당 대표가 돌아가며 연설하는 것도 구태의연한 관행이다. 정말 하고 싶으면 하루 날 잡아 돌아가며, 그것도 30분 이내면 될 텐데 이런 전파 낭비가 어디 있나.”

 

차분하던 그의 목소리가 약간 높아졌다.

 

청문회나 국정감사에서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 던지면서 장관들 창피 주는 걸 보는 것도 얼마나 짜증이 나나. 20대 국회는 국장급 이하 공무원은 부르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도 하라.”

 

국회가 정부가 필요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식으로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높다.

 

거기에 대해선 생각이 좀 다르다. 오히려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1년에 무려 1만여 건이고 계류되어 있는 것만도 15000여 건이다. 미 하원의 경우 1년에 통과되는 법안이 보통 500800건이다. 문제는 법을 통과시키느냐 여부가 아니라 충분하고 진지한 심의와 토론이 없다는 거다. 법안 청문회 한다고 모이면 오전 서너 시간 각자 자기 말만 하다가 오후엔 한두 사람 앉아있는 식이다. 자꾸 미국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미국은 하나의 안건을 가지고도 여섯 번, 일곱 번 심의를 한다. 예를 들어 쇠고기 수입법안을 처리한다면 수입업자, 소비자 대표까지 다 불러서 긍정 부정 효과를 꼼꼼히 따진다. 아마 토론 문화가 제대로 형성된다면 국회의원들이 일이 많아져서라도 법안을 함부로 내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은 개헌 논의에 가만히 있기를

 

국회에 그렇게 문제가 많은데 개헌이 가능한가.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요원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미묘한 기류가 느껴진다.”

 

 

무슨 말인가.

 

현직 대통령 임기가 16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후보가 마땅치 않아 그런지 개헌에 대한 공감이 높은 것 같다. 만약 유력한 후보가 깃발을 들면 정치인들이 그 앞에 줄을 설 게 뻔하고 그러면 개헌은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한다고 해도 방향이 뒤틀릴 수 있다. 강력한 후보가 없어서 당리 당략에 흐르지 않고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을 블랙홀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그냥 가만 계셔도 될 것 같다(웃음). 자연스럽게 국회 논의 과정에 맡겨두면 되지 않을까. ‘블랙홀인지 아닌지는 따져봐야 한다. 자연스러운 개헌 논의는 국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통령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현행 헌법은 개헌을 할 때 현직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임기를 줄이거나 늘릴 수 없고 현직의 재출마도 안 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어 현직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 정치공학적으로만 따져도 차기 정부 형태를 현직이 주도적으로 만드는 형국이 되니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본다.”

 

그는 무엇보다 공무원을 일하게 하려면 5년 단임제가 부족한 점이 많다고 했다.

 

감사원도 완전 독립까지는 아니어도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대통령 산하 조직으로 두어야 하는지 깊은 검토가 있어야 한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이런 기관들이 대통령 수하에서 꼼짝 못 하고 있는 구조도 문제다. 역대 대통령마다 후반에 레임덕이 걸리면서 국정 동력을 잃는 것도 공무원들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기 정권을 어떤 당이 잡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괜히 열심히 일했다가 정권 바뀌면 잘릴 걱정을 하는 것이다. 어느 대통령인들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5년이라는 시간은 위대한 업적을 내기에는 누구에게도 부족한 시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나 의원내각제로 바꾸면 해결되나.

 

개헌 논의가 그런 식으로 포괄적인 권력체제 논의로 흐르면 안 된다. 내각제만 해도 총리를 불신임할 경우 의회부터 해산하고 차기 총리를 뽑을지, 아니면 차기를 우선 뽑아놓고 의회를 해산할지처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국회 개혁을 위한 입법도 동시에 되어야 한다. 국회도 세종시로 옮겼으면 한다. 분원을 세우자는 주장이 있는데 그건 이중 낭비다. 다행히 그동안 개헌론에 대해 논의되고 연구된 게 많아 개헌 논의가 현실 문제가 되면 쟁점을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박 대통령 임기 말에 개헌 논의가 결실을 거둘지, 아니면 뜨거워지는 듯하다가 또 흐지부지 끝날지 아직은 모든 게 불투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헌이라는 과일이 영글기에 좋은 조건이 무르익었지만 예측이 어려운 게 한국 정치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2016-07-04 동아일보] 28면 기사원문   ☞ 바로가기   클릭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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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김은숙 2016.07.05 06: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형오 의장님의 개헌 의견에 대해 지지와 공감하니다. 미국식 양원제가 합리적 의회 모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치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개헌 선택은 대륙을 향한 발전전략도 함께 해야 하기에 미국식 제도개선이 최선의 길입니다. 개헌의 역사에 큰 획을 그으신 김형오 의장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위해 항상 노력하시는 의장님께 국민의 이름으로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중앙일보 종합1면

[단독] 국회의원 203명 찬성, 개헌선 넘었다



20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03명이 헌법 개정에 찬성했다. 국회에서 개헌을 위해 필요한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명 이상)인 만큼 개헌 정족수를 웃돈 것이다.



중앙일보·정치학회 설문조사

응답 217명 중 94%가 지지

“20대 국회서 개헌 가능” 72%

중임제·이원집정부 순 선호



중앙일보와 한국정치학회(회장 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20대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설문에 응한 의원은 모두 217명이어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한 의원은 전체 응답자의 93.5%에 달했다. “개헌이 필요없다”고 답한 의원은 13명이었다.


단국대 가상준(정치외교학) 교수는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이 개헌선인 200명을 넘었다는 것은 20대 국회가 개헌을 위한 기본 조건을 갖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실제로 개헌이 이뤄질지를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72.4%(157명)만이 ‘20대 국회에서 개헌이 가능하다’고 답했고, 26.2%(57명)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당별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한 3당의 개헌 찬성률이 90%를 넘었다. 특히 야당의 개헌 찬성률이 더 높았다. 새누리당에선 설문에 응한 92명 중 84명(91.3%)이 개헌에 찬성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응답자 85명 중 81명(95.3%)이, 국민의당은 응답자 33명 중 32명(97.0%)이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의당은 설문에 참여한 4명 중 3명이 개헌에 찬성했다.


통치권력 구조와 관련해선 대통령 중임제(135명, 62.2%)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이어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권력을 나눠 갖는 이원집정부제(35명, 16.1%), 영국이나 일본식의 의원내각제(24명, 11.1%)의 순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인 현 제도를 지지하는 의원은 13명(6.0%)이었다.


4년 전인 2012년 19대 국회의원을 상대로 같은 조사를 실시했을 때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원은 202명(응답자의 86.7%)이었다. 당시 선호하는 통치권력 구조로 이원집정부제를 꼽은 의원은 10.3%(24명)였는데 이번 조사에서 16.1%로 늘었다. 의원내각제 선호 의원도 당시 9.4%(22명)에서 이번에 11.1%로 증가했다.


가상준 교수는 “4년 전 19대 국회가 개원한 직후에도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이 많았지만 추구하는 개헌의 방향이 달라 성과가 나오지 않았던 만큼 20대 국회에선 의원들이 논의할 장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며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줄이자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의원들의 이원집정부제와 내각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해석했다.



◆특별취재팀= 김성탁·이가영·정효식·남궁욱·강태화·박유미·최선욱·현일훈·이지상·김경희·안효성·위문희·박가영 기자 

  


 [2016-06-23 중앙일보] 1면 기사원문 바로가기 ☜ 클릭 





중앙일보 종합4면

[단독] ‘대통령중임초선 74% 압도적 지지, 3선 이상은 52%


20대 국회의원 217명이 가장 선호한 통치권력구조는 135(62.2%)이 선택한 대통령 중임제로 집계됐다. 하지만 중앙일보가 201219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중임제 선호도(68.2%)에 비해선 다소 약화됐다.


의원 선수·정당별 미묘한 차이

새누리 대부분 대통령중임 택해

야당, 상대적으로 이원집정부 높아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과 의회가 선출한 총리가 권력을 나눠 갖는 이원집정부제(1910.3%2016.1%)와 의원내각제(9.4%11.1%)의 선호가 조금씩 늘었기 때문이다. 선수(選數)와 정당별로도 20대 국회의원들은 이전 국회와 비교할 때 추구하는 통치권력구조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중앙일보와 한국정치학회가 22일까지 20대 국회의원을 상대로 개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회 경험이 많은 의원들이 초·재선에 비해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는 권력구조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대통령 중임제로 개헌해야 한다는 응답은 20대 국회 초선 의원(73.5%)층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하지만 선수가 많아질수록 중임제에 대한 선호도는 낮아졌다. 재선 의원은 52.9%(27), 3선 이상은 51.6%(33)가 대통령 중임제를 지지했다.




대신 선수가 높아질수록 이원집정부제로 바꾸자는 의견이 많았다. 재선 의원 중에는 19.6%(10), 3선 이상에선 28.1%(18)가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했다. 일본처럼 의회 다수당의 총리가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의원내각제에 대해서도 재선 의원(9, 17.6%), 3선 이상 의원(9, 14.1%)들이 우호적이었다. 초선 의원들은 이원집정부제와 의원내각제를 선호한다고 답한 사람이 각각 7(6.9%)에 불과했다.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하자는 입장은 새누리당에선 김무성(6)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희상·이석현(6), 원혜영·이종걸(5) 의원 등이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했다. 국민의당에선 박주선 국회부의장(4)과 박지원 원내대표(4)가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민주 문희상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원집정부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나누는 분권형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내각제로 바로 가기에는 남북통일이라는 과제가 있고 국민들이 대통령제를 선호하기 때문에 통일·외교·국방 등 외치(外治)를 대통령이 맡되 경제·사회·치안유지 등의 국내 문제는 총리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 중에는 한국헌법학회 회장 출신으로 18대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이기도 했던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이 이원집정부제를 꼽았다. 정 의원은 외치와 내치를 나누는 식의 이원집정부제는 세계적으로 존재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되 정부 운영은 총리에게 맡기는 내각제의 기본 틀에서 국회해산권 등 대통령의 권한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원내각제의 경우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5)와 진영(4) 의원, 그리고 국민의당 정동영(4) 의원 등이 지지 의사를 보였다. 초선 의원 그룹에선 중앙대 법대 교수 출신인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도 내각제를 선호했다. 이 의원은 내각제는 연정과 같은 다양한 대화와 통합의 정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우는 제로섬 게임의 대통령제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학자들을 조사하면 내각제가 과반 이상 나온다고 말했다.



정당별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대통령 중임제에 대한 선호도가 72.8%로 정당 중에서 가장 높았다. 새누리당은 5년 단임제 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도 7(7.6%)이었다. 반대로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에 대한 선호도는 각각 12.0%, 6.5%3당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에 비해 더민주와 국민의당에선 각각 56.5%, 54.5%가 대통령 중임제를 선호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이원집정부제에 대해선 각각 18.8%, 21.2%의 선호도를 보였다.


특별취재팀= 김성탁·이가영·정효식·남궁욱·강태화·박유미·최선욱·현일훈·이지상·김경희·안효성·위문희·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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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종합 4면

[단독] 국민은 대통령중임 >5년 단임 >의원내각 >이원집정부

         의원은 대통령중임 >이원집정부 >의원내각 >5년 단임


20대 국회의원 중 203명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처럼 일반 국민도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달 3~5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개헌에 대한 의견을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국회의원들과 시각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헌의 필요성은 물론이고 선호하는 권력구조와 20대 국회에서 개헌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국회의원과 국민 간 인식차가 꽤 컸다.


개헌 바라보는 시각차

20~30대는 대통령단임 가장 선호

‘20대 국회서 가능의원 72.4% 국민 39%


국회의원의 93.5%가 찬성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은 74.2%가 동의했다. 국민 4명 중 3명꼴로 개헌에 동의한 것이지만 국회의원들과는 격차가 있다.



선호하는 권력구조와 관련해서도 20대 국회의원의 62.2%가 대통령 중임제를 지지했지만 국민 여론조사에선 34.2%의 선호도를 보이는 데 그쳤다. 조사에 참여한 국민의 30.5%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선호해, 대통령 중임제와 오차범위(±3.1%포인트) 안에서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이에 비해 의원들은 13(6.0%)만 현행 5년 단임제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국민여론조사에서 의원내각제는 18.6%, 이원집정부제는 9.5% 지지도를 보였다. 의원들이 바꿀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현행 대통령 단임제는 국민들로부터 여전히 어느 정도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의회 경험이 많은 의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이원집정부제에 국민들은 별로 주목하지 않고 있었다. 세대별 차이도 드러났다. 20~30대에선 현행 대통령 단임제가 선호도 1위였다. 40대 이상은 대통령 중임제에 대한 지지가 가장 높았다.

의원들과 국민의 인식차가 가장 뚜렷한 항목은 개헌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었다. 의원들의 72.4%20대 국회에서 개헌이 가능하다고 전망한 것과 달리 국민들은 20대에 개헌이 안 될 것이라는 시각(48.9%)이 가능할 것(38.6%)이라는 응답보다 10.3%포인트 많았다.

국민대 장승진(정치외교학) 교수는 국민들은 경험적으로 개헌이 만만한 작업이 아니라는 걸 안다의원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개헌을 하고 싶어 하지만 국민들의 회의적인 판단과의 간극이 없어지지 않으면 개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단국대 가상준(정치외교학) 교수는 경험해 보지 않은 이원집정부제 등에 대해 국민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하지만 개헌이 국회에서 처리된다면 국민투표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별취재팀= 김성탁·이가영·정효식·남궁욱·강태화·박유미·최선욱·현일훈·이지상·김경희·안효성·위문희·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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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종합 5면 

[단독] 친박, 대통령중임·이원집정부 혼재친노는 중임제 선호


여권 주류인 친박근혜계 의원들, 야권 주류인 친노무현계 의원들의 선택은 개헌론의 향배를 좌우할 수도 있다.



계파별로 갈리는 입장 왜

서청원·원유철 대통령중임 원해

정종섭·홍문종은 이원집정부


중앙일보 설문에 답한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의 경우 대통령 중임제를 주로 선택했다. 다만 일부는 이원집정부제를 답했다. 친박의 맏형격인 서청원 전 최고위원은 대통령 중임제를 선택했다. 서 전 최고위원은 “(4)중임제를 실시하면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책임정치의 실현이란 측면에서 5년 단임제보다는 대통령 중임제가 적절한 통치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통령제를 함께 도입해 대통령 후보가 영남 출신이면 부통령은 호남 출신 등으로 지역구도를 완화하자고 제안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유기준 의원과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도 대통령 중임제가 가장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친박 인사도 많았다. 이원집정부제는 직선제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맡고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아 내치를 담당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다. 정종섭 의원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이원집정부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한 뒤 친박계가 이원집정부제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개헌을 한다면 이원집정부제로 개편해야 한다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조합도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친박 의원들(박덕흠·이우현·이장우)도 있다. 이장우 의원은 책임정치 구현 차원이라면 내각제가 가장 낫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진태 의원 등은 현행 5년 담임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개헌 논의에 반대했다. 설문에 응답한 친박 핵심 의원(20)들을 분류하면 대통령 중심제 11(55%), 이원집정부제 5(25%), 의원내각제 3(15%), 대통령 단임제 1(5%) 등이었다.

새누리당의 대선주자군에선 대통령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가 엇비슷하다. 김무성 전 대표는 권력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선 이원집정부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유승민 의원은 강력하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갖추려면 4년 중임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친노성향 의원들은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선호했다. 더민주 응답자 중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근무했거나 입각한 인사 등 20명을 따로 분석한 결과 대통령 중임제 13(65%), 이원집정부제 3(15%), 의원내각제 2(10%), 대통령 단임제 2(10%)이었다.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하자는 입장이 75%에 달한다. 문재인 전 대표도 대통령 중임제를 선호해 왔다. 홍영표 의원은 현실적으로 합의가 가능한 것은 대통령 중임제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 그리고 안희정 충남지사와 가까운 정재호 의원 등 3명은 이원집정부제에 동의했다.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연정까지 시도하며 책임총리제 등 분권형 대통령제를 구현하려고 했다친노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원집정부제에 가까운 정치 모델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 내 비노 측 인사들은 이원집정부제와 내각제 도입에 찬성했다. 김부겸 의원은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내각제 요소를 가미하자기타 의견을 냈다. 민병두 의원은 “20대 국회 상반기에 원포인트로 논의를 완료하되 실제 적용은 10년 뒤부터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이렇게 해야 진영의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국가 발전을 위한 개헌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한정훈(정치학) 교수는 친노 진영에는 문재인이라는 강력한 주자가 있기 때문에 권력을 잡고 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개헌을 선호한다반대로 확고한 대선주자가 없는 그룹(친박)은 현 체제를 바꿀 수 있는 구조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성탁·이가영·정효식·남궁욱·강태화·박유미·최선욱·현일훈·이지상·김경희·안효성·위문희·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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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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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개헌 논의 주도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



현행 헌법은 1987년 10월27일 대통령직선제를 핵심으로 하는 제9차 헌법 개정 국민투표의 결과다. 당시 투표율은 78.2%, 찬성표는 93.1%가 나올 만큼 국민적 기대와 합의가 있었다. 

개헌 필요성은 2004년 학계를 중심으로 ‘87년 체제’의 한계가 본격 논의되며 번지기 시작했다. 그해 김원기 국회의장은 “개헌 문제를 2006년께 당리당략을 떠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개헌 화두를 정치권으로 끌어들였다. 이어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지만 ‘진정성’을 의심한 정치권이 거부하며 개헌 논의는 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앉는다.

그러나 2008년 18대 국회 들어 김형오 국회의장이 주도한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의장 직속의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출범하며 개헌 논의는 급물살을 탄다. 미래한국헌법연구회에는 개헌안 발의선(150석)을 훌쩍 넘는 의원 159명이 여야를 망라해 참여했다. 특히 헌법연구자문위는 이듬해 권력구조 개편 등 헌법 전반에 걸친 개헌 논의를 600쪽이 넘는 두툼한 보고서에 담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위원장이 지금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였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19대 국회 들어서도 여야 의원 155명이 ‘개헌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꾸릴 정도로 개헌 동력은 충분한 상황이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에 반대하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김형오 전 의장은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08년은 집권 초기라는 점, 정치권이 개헌을 약속했고 같은 해(2012년) 대선·총선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절묘한 개헌 논의 시기였다. 지금 상황 역시 개헌 공감대는 충분하고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대선 주자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개헌을 논의하기 적절한 시점”이라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청와대와 대통령이 개헌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나타내면 정치권과 국민들은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국회와 국민들의 논의 흐름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글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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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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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권·수도이전·경제민주화 등

 정세균·남경필 등 ‘포괄적 개헌’ 주장

 유승민 쪽도 “전면적 개헌 필요”

 정종섭 “권력구조만 원포인트로 ”



권력구조 개편에 집중됐던 개헌 논의가 국민의 권리(기본권), 수도 이전, 경제민주화 강화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정치권과 헌법학계는 정부형태만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 지난 30년간의 사회 변화까지 반영하는 ‘포괄적 개헌’, 권력구조 개편을 먼저 하고 이후에 기본권 조항을 손질하는 ‘순차적 개헌’ 등 다양한 주장을 내놓으며 모처럼 개헌론 백가쟁명 시대를 맞았다.


개헌론에 불을 지핀 정세균 국회의장은 2012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국민 기본권 확충과 경제민주화 등을 위한 개헌을 주장한 바 있다. 정 의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포괄적 개헌을 언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내정자도 15일 “생명권, 환경권 등 기본권 외에 선거구제 등까지 총체적으로 손봐야 할 때”라고 거들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권력구조 개편만을 위한 개헌에는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 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도 포괄적 개헌론에 불을 댕겼다. 지난 13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자”며 수도 이전을 제안한 남 지사는, 15일 경기 북부권 국회의원·시장·군수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를 개헌 논의에 추가했으면 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문희상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도 사실상의 ‘수도 이전’ 개헌에 동의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금 개헌을 논의할 시기인지는 의문”이라면서도 “개헌 논의를 한다면 궁극적으로 수도 이전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1987년 이후 30년 만의 개헌 시도를 정치권력을 쪼개고 이동시키는 문제에만 국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헌법 전문부터 부칙까지 다 개정하자는 말은 개헌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권력구조만 바꾸는 것도 곤란하다. 원포인트가 아니라 시대적 과제들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4년 중임제’ 개헌 지지 의사를 밝힌 유승민 의원 쪽도 “30년 만에 시도하는 개헌인 만큼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기본권, 국가 거버넌스, 경제 등을 포함하는 전면적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개헌 논의의 대상을 넓히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현재의 정치·사회적 분열 양상에 비춰볼 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헌법학자 출신으로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는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은 “헌법에는 대원칙을 담고 대신 법률을 수시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헌법학자 다수의 생각”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포괄적으로 개헌을 논의하면 결국 시간만 끌다 끝날 수 있다”고 했다. 대신 정부형태 개헌과 함께 최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논란 등 국가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헌법 미비’는 함께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8대 국회에서 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에도 논의 자체는 열어놓았지만 정부형태 개헌에 집중했었다. 영토 조항, 경제 조항 등은 현재 정치·사회적 구조에서는 합의를 보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했다. 북한 체제 인정 여부와 맞물린 헌법의 영토 조항 등은 소모적 이념 논쟁의 수렁으로 개헌 논의를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정부의 개악 시도가 있지만 언론 자유, 집회의 자유, 노동권 조항 등은 개헌을 통해 새로 근거 조항을 넣지 않아도 현행 헌법 아래에서 법률로 보장하는 길이 있다”며, 개헌 논의 우선순위로 △소수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 △지방분권 강화 △기본권을 국제적 인권 기준으로 맞추는 것을 들었다. 


반면 판사 출신인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순차적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나 의원은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정치체제 개편을 위한 개헌을 내년에 먼저 하고 시대 변화에 따른 기본권 조항 개헌은 다음 지방선거(2018년)로 나누는 방법”을 제안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2016-06-15 한겨례신문] 기사원문 ☞ 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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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이 13일 20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개헌론을 공식 제기함에 따라 정치권에 헌법 개정 논의가 사실상 시작됐다. 정 의장은 이날 개원사에서 "내년이면 소위 ‘87년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된다”며 “개헌의 기준과 주체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며, 목표는 국민 통합과 더 큰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김원기·김형오 등 역대 의장들취임 때 정치개혁 의제로 제기

당리당략으로 하면 안 돼국민이 원하는 개헌을


그는 개원식 직후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2012(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사교육 전면 폐지, 경제민주화, 국민 기본권 확충 등을 위한 개헌을 얘기한 바 있다“15~16일께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세한 건 밝히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과 가까운 오영식 전 의원은 개헌론은 국민 기본권 강화, 복지의 문제, 권력 구조·선거제도의 문제 등 ‘87년 체제이후의 시대 변화와 국민 요구에 따른 공감대에서 나온 것이라며 특히 내년 대선 국면에서 개헌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고민이 모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회의장으로서 국민적 합의를 모색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 [중앙포토]



국회의장 취임 일성으로 개헌을 얘기한 건 정 의장이 처음은 아니다. 17대 국회 김원기 전 의장 이래 역대 국회의장들이 매번 정치 개혁 의제의 첫째로 개헌을 얘기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2004617대 국회 개원사에서 2의 제헌국회를 만들자고 선언한 뒤 임기 2년 동안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며 개헌 전도사로 나섰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2008718대 국회 개원사에서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 헌법을 만들자고 선언한 후 의장 직속으로 헌법연구자문위원회를 설치해 1년여 논의 끝에 개헌안(분권형 대통령제 안 4년 대통령 중임제 안)을 만들어 발표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중앙포토]


당시 헌법연구자문위원장이 현재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였으며, 부위원장은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었다. 서울법대 학장 출신인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도 당시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19대 국회 후반기 정의화 전 의장은 퇴임 직전인 지난달 싱크탱크 ‘새 한국의 비전’을 창립해 “차기 대통령 취임 후 1년 내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하자”며 개헌 운동에 나섰다.

 
김원기 전 의장은 13일 “17대 때가 여야 의원을 상대로 개헌 공감대를 확산하는 시기였다면 18·19대 국회를 거치면서 의원 대다수가 개헌을 지지하고 학계·시민사회의 인식도 바뀌었다”며 “정세균 의장은 이제 개헌의 실천을 위해 헌법 개정 방향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중앙포토]


김형오 전 의장은 “2012년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임기 일치) 개헌의 적기라고 봤지만 당시 야당이 당리당략이라며 반대하고 여야 대선후보들이 소극적이어서 안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헌이 성공하려면 국민이 개헌을 한다는 입장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국회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해야지, 국회 권한만 강화하고 지금처럼 무책임하면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국회의장마다 개헌론을 꺼내는 건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입법부 수장의 한계를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국민에게 필요한 개헌이 무엇인지 시민사회와 함께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노력부터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효식·김경희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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