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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1 황우석과 한국 불교와 '비밀의 문'

- ' 황우석과 불교가 유전과학의 국가대표? '

 

최근 황우석 박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몇 년을 질질 끌어 내려진 법원의 판단은 집행유예!


사실과 가치의 영역을 '단오날 널 뛰듯' 오르내리는 황우석 박사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 큰 물음표로 남아있다.

물론 그의 지지자들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황우석 박사의 지지집단은 속칭 ‘황빠’로까지 불리며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중이다. 국회 정문 앞엔 몇 년 째 50대 아주머니 한 분이 깃발을 휘날리며 전단지를 뿌리고 있기도 하니까..(비하의 뜻은 전혀 없다. 단지 사실을 적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 50대 아주머니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들...

- '황우석의 지지자들은 한국에 얼마나 될까?' (cf. 황우석교?? )
- '왜 한국의 대승불교 종단인 조계종은 황우석 박사를 끝까지 옹호하고 있는 것일까?'  
- '
최첨단을 달리는 유전 과학이 언제부터 종교의 영역으로 진입한 것일까? '



종교와 과학의 차이가 백지 한 장처럼 얇아보이는 2009년 늦가을, 떠오르는 소설가 한 사람이 있다.


대형서점에 다른 소설가 코너가 다 마련되어 있어도 아직 그의 소설을 모아놓은 코너는 없는 작가. 온갖 문학상을 많이도 받았건만 ,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없어서 대중들이 그의 이름만 듣고는 아직은 잘 알지 못하는 작가, 구효서.


그의 ‘종교 장편소설’ <비밀의 문>을 통해 <종교(특히 불교) - 과학- ‘황우석 박사 사건‘> 의 연결고리 및 단면을 파헤쳐 보는 것도 독서의 계절이자 단풍의 절기인 가을에 잘 어울리는 일이 아닐까 싶다.




                                                    ▲ 구효서 장편소설 <비밀의 문 1,2 >
                                                언어와 기록에 대한 치열한 고뇌가 담긴 수작.
                                                대승불교를 향해 날리는 작가의 핵주먹이 느껴진다.



-'종교영역을 건드리는 작가는 이문열,구효서 뿐인가?' 


<비밀의 문>은 그동안 읽은 어떤 책보다도 더 치열한 ‘언어와 기록’에 대한 고뇌 담고 있는 소설이다. ( 언어와 기록!  황우석 박사는 현란한 말솜씨로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기억하는가?  “미국의 심장에 태극기를 꽂고 왔다”던 그의 수사를.. 황박사는 또한 과학전문지에 ‘조작된‘ 기록을 남긴 바 있다. ) 


<비밀의 문>을 읽는 내내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이 오버랩됐다. 두 작품 모두 종교라는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 밖의 어떤 점이 비슷해서일까. 스토리도 잘 기억나지 않는 이문열의 소설이 갑자기 떠오른 건 분명 우연은 아닐 것이다.


추리소설과 액자소설의 장점만 뽑아놓은 구성을 갖춘 <비밀의 문>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 ( 이런 소설을 ‘인문 스릴러’라고 부른단다.)  누군가도 서평에서 그런 점을 장점으로 꼽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구성은 무척 낯익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불교의 이면을 다루고 있다는 점 또한 신선했다.



*소설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세 축 요약  


1. <아육왕상전>


-불교 중흥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고대 인도의 아소카왕은 역사에 기록된 바와 달리 폭군이며 살인광이었다. 비천한 신분에 대한 열등감에서 비롯된 그의 광기는 결국 폭정과 정복과 살육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아소카의 출생의 비밀과 신분은 포장되고, 결국 대승불교라는 새로운 불교가 탄생한다.  이후 세월이 흘러 아소카왕의 폭정과 살육에 대한 기록이 후세에 전해지게 된다. 그러나 결국 이 책은 조선시대에 창작된 것임이 밝혀진다.


2. <아육왕상전>에 대한 최윤석의 윤문 및 감상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최윤석은 이복(?) 여동생 최해주와 연인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피하고 소설을 쓰기 위해 옥천사라는 절을 찾게 된다. 이곳에서 윤석은 한 스님의 제의로 <아육왕상전>의 윤문작업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윤석은 점점 인도의 ‘아소카 대왕‘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나간다. 결국 역사에 기록된 아소카와 아육왕상전에 나타난 아소카의 엄청난 차이점에 주목한 윤석은 언어와 문자에 대한 회의로 소설쓰기를 중단하기에 이른다.


그러다 우연히 밀교집단으로 인도된 윤석은 집단혼음 등 밀교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밀교에 회의를 품게 되어 조직을 이탈한다. 이후 살해위협을 피해 역무원으로 숨어살며 소설을 쓴다. 그 소설이 바로 <비밀의 문>.


3. 류인범이 최윤석을 찾아가는 여정


-류인범은 최윤석의 동생 최해주를 좋아하는 최윤석의 고교 동창.  어느날 인범은 해주로부터 윤석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에 인범은 윤석을 수소문하다 충북 옥천사라는 절로 윤석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인범은 대승불교의 현실에 환멸을 느끼게 되는 사건들을 두루 접하게 된다.


서울로 돌아온 인범은 여자친구 강승연이 비밀종교조직의 일원임을 알게 된다. 인범은 이 종교조직의 비리를 파헤치는 형사를 만나 이 집단이 사이비종교집단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아울러 이 조직에서 소의경전으로 삼은 <아육왕상전>이 조선시대에 창작된 것임도 알아낸다. 이후 인범은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던 윤석을 만나 윤석으로부터 원고뭉치를 건네 받는다. 그 원고의 제목이 바로 <비밀의 문>.




-구효서가 대승불교를 향해 날린 통렬한 어퍼컷


작가 구효서는 <아육왕상전>이란 일종의 외전을 등장시킴으로써, 고대 인도의 아소카왕과 대승불교를 재해석해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대승불교는 살인마이자 독재자였던 아소카왕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책으로 구사한 불교승단 분열책의 산물이라는 것.


애초 초기불교(원시불교)에는 있지 않았던 神이라는 개념과 인도의 잡신들을 부각시켜 불교승단을 분열시키고자 만든 것이 바로 대승불교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소설 2권 말미에 ‘아육왕상전은 조선조 초기에 한 문장가에 의해 창작된 것이다’라는 대목을 끼워넣음으로써 한국의 주류종단이자 대승불교 종단인 조계종과의 마찰을 피해가고 있지만, 사실 구효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대승불교는 불교가 아니다’라는 것으로 읽혀진다. 여기에 기독교 교리를 비교하고, 더불어 정체모를 밀교의 행태를 상술하면서 두루두루 종교를 편람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작가의 날카로운 펜끝은 결국 대승불교를 향해 있다.

작가 구효서는 <비밀의 문>이란 소설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언어와 기록의 조작가능성과 불확실성을 강변하고 있지만, 그의 진짜 의도가 대승불교의 개혁이란 점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책 뒤에 나열된 참고서적만 살펴보더라도 이는 쉽게 파악될 수 있는 부분.


                                  ▲ 한국 불교계에도 초기불교 경전 '니까야' 열풍이 불고 있다. 
                                     사진은 초기불전연구원의 <가려뽑은 앙굿따라 니까야>.


더불어 초기불교에 대한 그의 식견과 깊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 12~13년 전인 90년대 중반에 구효서는 이미 초기불교에 대한 국내외 학자들의 서적을 독파하면서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어마어마한 간극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


그 당시는 미얀마,스리랑카,태국 등 이른바 소승불교국가로 80년대 후반에 유학을 떠났던 학승들과 학자들이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이라는 점에서 구효서의 학구열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한국에 초기불교라는 게 (대중들에게) 어렴풋하게나마 소개된 시점은 90년 말부터 2000년 초였으니까.



- ‘언어와 문자와 기록으로부터의 탈출‘


구효서가 <비밀의 문>2권에서 힘주어 강조하고 있는 바가 바로 종교와 정치의 유사함이다. 천-지-인의 수직도식화를 대중에게 각인(세뇌)시킨 집단이 세상의 지배권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종교와 정치는 같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구효서는 이런 거대한 음모(?)에서 벗어나는 지금길이 바로 언어와 문자와 기록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작가는 나아가 현실의 모순을 파괴하고 새로운 경지로 재생하는 방법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신흥종교집단의 위험을 핵무기와 유전공학이란 최첨단 과학으로 상징화하고 있다.

세상을 뒤엎으려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집단이 있을 수 있으며 유전공학으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으리라는 상상을 하는 집단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음이다. ( 누군가로부터 많이 듣던 이야기 아닌가?? )


이는 미국의 거대자본이 헐리웃 영화를 통해 수없이 반복해온 패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의 결론은 다소 아쉽다.  차라리 류인범과 여자친구 강승연의 대화에  "나 이제 유전공학을 배우러 러시아에 갈거야" 라는 멘트를 삽입했으면 어떠했을까?


그랬더라면 구효서는 아마도 ‘황우석 사건’ 재판결과가 나온 2009년 늦가을, 황우석 박사의 이야기에 빗댄 소설 ‘비밀의 문‘ 속편을 세상에 내놓지 않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구효서는 황우석 박사를 어떤 성격의 인물로 그려냈을까? 그리고 그를 끝까지 옹호했던 한국 불교계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 깊어가는 가을, 책을 많이 읽어서 소설가 및 작가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자. 그래야 우리들은 더 좋은 작품을
        그들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다.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아마도 구효서는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그 중심에 버티고 있을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구효서의 소설 <비밀의 문> 속편의 탄생과 그의 건필을 기원하는 까닭이다.    //
  


                                                                                                                       -  Posted by 백가이버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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