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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릎팍도사에서 조혜련이 일본 국가(國歌)인 기미가요 논란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일본 진출 후, 현지 프로그램에서 어느 가수가 기미가요를 부르는 것을 보고 박수친 이유에 대해 그 당시 자신은 기미가요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이 그 부분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기미가요가 일본 극우파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때 부르는 곡으로 일본 왕의 영원한 통치를 염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제 하에서 기미가요를 부르며 굴욕을 감내해야 했던 우리의 과거를 떠올린다면, 조혜련이 기미가요를 보고 웃으며 박수친 것은 어떤 한국인도 떠올리기조차 싫은 장면일 것입니다.

조혜련 입장에서는 무지함을 이유로 들어 다소 억울해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국민 정서에 있어서 그 장면을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혹자는 '조혜련이 일본어로 된 가사를 알아들었다면, 박수가 나올 수 있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더군요. 어쨌건 조혜련의 사과로 일단락된 이 일을 통해 많은 이들이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한 나라의 국가(國歌)는 그 나라의 역사와 최근의 이슈를 함께 담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국가(國歌)들은 어떠할까요? 모두가 평화와 화합 그리고 번영를 담고 있을까요?



미국 국가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하는 대표 이벤트 중 하나가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입니다. 슈퍼볼 하면 '어느 팀이 우승할 것인가?', '이번 시즌 슈퍼볼의 초당 광고 비용은 얼마인가?'라는 것과 더불어서 '누가 미국 국가를 부르는가?'라는 것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많은 이들이 미식축구 경기에서 미국 국가를 불렀지만, 개인적으로는 머라이어 캐리와 휘트니 휴스턴이 불렀을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간략히 미국 국가를 이야기하자면 제목은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Spangled Banner), 즉, 성조기입니다. 미국 독립전쟁에 참가한 프랜시스 스콧 키이가 독립전쟁의 어느 일화를 바탕으로 1814년 작사했고, 원곡은 영국의 권주가라고 합니다.


오, 그대는 보이는가, 이른 새벽 여명 사이로
어제 황혼의 미광 속에서 우리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환호했던,
넓직한 띠와 빛나는 별들이 새겨진 저 깃발이, 치열한 전투 중에서도
우리가 사수한 성벽 위에서 당당히 나부끼고 있는 것이.
포탄의 붉은 섬광과 창공에서 작렬하는 폭탄이 밤새 우리의 깃발이 휘날린 증거라.
오, 성조기는 지금도 휘날리고 있는가? 자유의 땅과 용자들의 고향에서!




머라이어 캐리 버전

 
휘트니 휴스턴 버전


이 노래는 영국과 치열한 전쟁 상황을 묘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머라이어 캐리는 '감미롭고 화려하게', 휘트니 휴스턴은 '부드러우면서 당당하게' 소화해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가수들이 국가(國歌)를 다양한 스타일로 부르는 것이 허용되어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몇몇 가수들이 자유로운(?) 형식으로 애국가를 부르다 일부 사람들로부터 항의를 받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들이 자신의 국가를 두고 변주곡 혹은 편곡 등으로도 연주되고 불립니다.



프랑스 국가

미국 국가의 가사에서 전쟁의 치열함을 느낄 수 있다면,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접하는 순간에는 살벌함을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나아가자, 조국의 자손들이여, 영광의 날은 왔도다!
우리를 향한 폭정에 결연히 맞서서
피에 젖은 깃발을 올려라, 피에 젖은 깃발을 올려라!
우리 국토에 울려퍼지는 끔찍한 적군의 함성을 들으라!
적은 우리의 아내와 사랑하는 이의 목을 조르려 다가오고 있다!
무기를 들어라, 시민들이여! 전투부대로 편성하라! 나아가자, 진격하자!
우리 조국의 목마른 밭이랑에 적들의 더러운 피가 넘쳐흐르도록






가사 보니 정말 살벌하죠? 왜 이런 노래가 국가가 되었을까요?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킬 의용군을 모집하기 위해 스트라스부르에서 만들어진 이 노래는 마르세유 출신 의용군들이 즐겨 불렀기 때문에 '라 마르세예즈'라고 칭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노래는 외세로부터 프랑스를 지킨 구심점으로서 역할 뿐만 아니라 프랑스 혁명가이기도 했습니다. 1795년에 프랑스 의회는 '라 마르세예즈'를 국가(國歌)로 제정했죠. 그러나 나폴레옹 제정 때와 루이 18세가 집권하던 시기, 그리고 나폴레옹 3세 때 금지곡이 되었습니다. 결국 1879년이 되어서야 다시 국가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즉, 이 노래는 절대 군주와는 상극이었던 노래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 천안문 사태 당시에도 이 노래가 불리었다는 것이죠. 결국 자유와 평등은 피를 흘린 댓가라는 진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실 우리 나라도 근대화를 거치면서 4.19혁명이나 광주민주화운동 같은 일들이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프랑스 국가(國歌)이자 혁명가인 '라 마르세예즈'의 살벌한 가사를 이해 못할 것도 아니죠.



독일 국가

개인적으로 곡 자체만 보면 애국가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국가가 독일 국가입니다. 코흘리개 적에 오락실 축구게임에서 처음 독일 국가의 멜로디를 접한 뒤, 지금까지 그 아름다운 선율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과 정의와 자유와 조국 도이칠란트를 위하여
우리 모두 형제 되어 온몸으로 노력하세
통일과 정의와 자유는 번영의 토대일지니
이 번영의 빛 속에서 피어나라 피어나라 조국 도이칠란트여




하이든의 교향곡 '황제' 2악장이 원곡이며, '도이칠란트인의 노래'로 가사가 이어져 왔으나 2차 세계대전을 치른 뒤 패전국이 된 독일은 국가(國歌)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1952년 1~2절을 부르지 않는 조건으로 3절이 국가로 남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1절은 주변국들이 독일의 팽창주의가 드러난다는 이유로 금지되었죠.



영국 국가

영국 국가는 프랑스 국왕의 항문수술과 연관되었다는 걸 아세요? 무슨 말이냐구요?

<세계를 뒤흔든 광기의 권력자들>이란 책에 따르면, 루이 14세가 항문수술을 받고 쾌유하길 바라는 노래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어느 수도원에서 이 노래를 듣게 된 영국인 관광객이 본국으로 돌아가 자국어로 그대로 번역해서 옮겼는데, 그 곡이 현재의 영국 국가인 'God save the king(queen)'라고 하더군요.



하느님, 저희의 자비로우신 여왕 폐하를 지켜 주소서.
고귀하신 저희의 여왕 폐하 만수무강케 하사,
하느님, 폐하를 지켜 주소서.
폐하께 승리와 복(福)과 영광을 주소서.
저희 위에 오래도록 군림케 하소서.
하느님, 여왕 폐하를 지켜 주소서.



 


한 나라의 국가이긴 하지만 국왕(여왕)에 대한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입헌군주제가 아닌 우리 나라의 정서로서는 이색적인 느낌을 줍니다.

축구 경기에서 대부분의 나라들은 경기 전에 한 차례 국가를 부르는데 비해 잉글랜드가 국가대항전을 치르게 되면 잉글랜드팬들은 경기 중에 수시로 이 노래를 부른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서로 가까우면서도 경쟁관계에 있는 나라인데, 상대 나라 왕의 항문수술 쾌유가를 자국 국가로 삼았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지금까지 여러 나라들의 국가를  알아봤습니다.
비록 노래 한 곡에 불과하지만 그 나라의 역사와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전쟁과 혁명의 격변상황을 담은 국가도 있었고 국왕의 행복과 장수를 비는 국가도 있었습니다.
또한 온 나라의 번영을 기원하는 국가도 있었죠.

개인적으로는 음악적인 면만 따졌을 때 독일 국가와 함게 러시아 국가도 한 번 들어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국가(國歌)는 올림픽에서 태극전사가 들려주는 애국가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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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게도) 낯선 땅을 남들보다 앞서 밟게된 사람들의 시각은 대체로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개인에 따라 (또는 그가 배우고 습득한 문화에 따라) 낯선 나라를 향한 눈높이는 제각각일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대로라면 대체로 이렇지 않을까 싶다.

1. 흠...내가 노다지를 발견한 모양이군. 몽땅 챙겨볼까나~
2. 엇, 이런 곳이 있었네. 이 사람들을 좀 알고싶군. 내가 뭐 도와줄 일은 없을까?


콜롬부스는 어느쪽이었을까?  잘은 몰라도 아마 1번이 아니었을까? 콜롬부스 그가 지하에서 억울하다고 항변해도 별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우리는 세계사 시간에 그렇게 배워버렸으니까....

그러나, 서양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콜롬부스 일당 같지는 않았나보다.

"카톨릭 선교사니까 당근 그랬겠지" 라고 그가 소속된 집단의 도덕성에만 높은 점수를 주기에는 이 사람 너무 따뜻하고 마음결이 곱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착한 남자, 그의 이름은 노르베르트 베버. 출생지 독일. 소속은 베네딕도 선교회.



                      ▲1911년 조선 제1차 방문때의 베버 신부 일행(가운데 말 탄 사람이 베버신부)

베버 신부는 정말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을 사랑했었나보다. 그가 남긴 글 일부를 옮겨보자. ( * kbs스페셜 홈페이지 내용 일부를 옮겼음)

" 1911년에 내가 그리도 빨리 사랑에 빠졌던 한국과 이별할 때 작별의 아픈 마음으로 대한만세를 불렀었다.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넘게 지나갔다.....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한국과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함께 가져오게 되었다. "


               ▲ 1911년, 식사중인 베버신부 일행 (왼쪽 두 번째 베버신부)


베버 신부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찾은 독일의 신부였다(1911년). 예술가, 문화 인류학자였던 그는 당시 4개월간 한국을 여행하면서 사람들의 문화와 삶을 400페이지가 넘는 글과 사진으로 생생하게 기록했다. 이후 베버 신부는 한국을 잊지 못하고 14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 한국 문화에 대한 방대한 영상기록을 남긴다 (1925년).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 1970년대 말, 독일 남부 뮌헨 근처의 한 수도원 지하실 공사 중 필름뭉치가 발견되었다. 15,000M분량의 35mm 필름은 한국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농업,수공업, 풍습, 명절, 예식 등을 자세히 기록한 한편의 영화였다.
 
그 영화의 제목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 1920년대에 촬영 되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깨끗한 화질의 그 필름 전편이 <kbs스페셜>을 통해 2010년 2월21일 모습을 드러냈다.  


               ▲ 1911년, 장죽(담뱃대)을 피우는 베버신부 일행 (오른쪽 끝 베버신부)


이 필름을 방송하게해준 독일 베네딕도회의 저작권을 존중해, kbs스페셜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개사진 3장만을 덧붙임을 양해바란다. 대신에 '다시보기'를 링크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리고, 이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보면서 종교적 시각을 개입시켜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베버신부와 그의 신앙에 대한 냉소는 일단 거두어주길바란다. 100년전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100년전 필름을 통해 살펴보자는 것 뿐이니까...

그런 면에서 시청자게시판에 올라온 냉소와 폄하는 솔직히 좀 지나친 감이 있다. 
아니 그런가??  
  


                                                                                                             

           ▶▶ kbs스페셜 다시보기   http://www.kbs.co.kr/1tv/sisa/kbsspecial/vod/index.html

                                                            
                                                                                                                                         < 끝 >




                                                                                                                         posted by 백가이버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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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겨울, 친구(남자)와 유럽여행을 떠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독일의 OO에서 성악을 공부하는 친구(여자)와 만나기로 했는데, 배고픈 배낭여행자에게 휴대전화가 있을 리 만무하였고, 친구와 이메일을 통해 'O월 O일에 OO역에서 연락할께~'라고 약속을 한 상태였지요.

▒ 노숙인들과의 따뜻한 시간

오전 7시쯤 약속한 역에 도착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연락하면 실례가 될 것 같아 1~2시간 기다렸다가 연락을 하기로 하고 쉬어갈 곳을 찾았습니다. 추운 겨울이어서 자리를 물색하다 보니 칸막이가 있는 조그만 승객 대기실을 발견했는데...

바람도 막을 수 있고,... 현지 노숙인 분들이 빼곡하게 누워계셔서...;;; 따...따뜻...할 것 같았습니다.

"배낭여행인데 찬밥 더운밥 따지냐, 이런 것도 좋은 경험이다." 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잠들어있는 노숙인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침은 먹어야 하니까 가방의 식빵과 잼을 꺼내 펼쳐놓고, 빵에 잼을 바르고 있는데 어느샌가 초록색 제복의 독일 경찰 두 명이 입구에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반팔 옷을 입고 있지는 않았습니다만...)


영화에 나오는 나쁜 이미지의 덩치 큰 독일 경찰(게슈타포?), 딱 그 모습이었어요.
경찰들은 약간 주저하면서 우리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해도 노숙인 틈에서 빵에 잼을 바르는 두 명의 동양인들이 이상해 보이긴 했을 테니까요.

경찰의 등장이 내심 마음이 든든하기도 했습니다.
쿨한척 노숙인 틈에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자다가 깨어난 노숙인들에게 봉변(빵을 뺏긴다든가...ㅋ)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요.

경찰들은 괜히 노숙인들을 살펴보는 척 주변을 서성거리다 머쓱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여권 좀 보여줄래?"

우리는 왜 그걸 인제야 물어보느냐는 듯 여권을 보여 주었습니다.
우리의 여권을 보던 경찰들은 자기들끼리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여권의 두께를 비교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지만, 우리는 꿀릴게(?) 없었기 때문에 빵에 잼을 발라 먹기 시작했습니다.

아...!!!!!
제 친구는 당시 ROTC 장교임관을 앞둔 상태라 군미필자로 단수여권을 발급받은 상태였고,
저는 병역을 마친 후여서 5년 기한의 복수여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 단수여권? 복수여권?

☞ 더보기 클릭!



당연히 제 복수여권은 친구의 단수여권보다 페이지 수가 많았지요.
경찰들은 우리가 가진 여권의 장수가 다르다며 여권을 훼손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짧은 영어로 장황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난 군대를 다녀와서 여권이 5년짜리인데, 얘는 아직 군대를 안 가서 일회용 여권이야. 그래서 페이지가 차이가 나는거야."
"응? 그게 말이 돼?"
"음,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한국 정부가 그렇게 하는걸 어떡해."
"그럴리가 없어. 너도 한국인이고, 너도 한국인인데 여권이 다른건 이해할 수가 없어. 위조 여권이거나 훼손된 여권 같은데?" (<- 그럴듯한 논리. 공감할 뻔 했음.)
"아냐, 아냐. 잘 봐봐. 훼손된 흔적이 없잖아."

경찰들은 종이가 접히는 안쪽 부분을 찬찬히 살피며 여권이 훼손된 흔적을 찾았습니다만 너무나 멀쩡한 여권 때문에 우리는 '여권을 정교하게 위조한 서투른 여권 위조범'이 되어 경찰서까지 가게 됐습니다.


▒ 독일 파출소

경찰서에는 직원들이 막 출근을 시작하고 있었고, 우리는 안쪽에서는 문이 열리지 않는 경찰서 대기실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떨리기도 했지만, 잘못이 없으니 곧 처리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경찰서 내부의 게시물도 찬찬히 둘러보고,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구텐 모르겐!' 하고 어설픈 인사를 건네며 최대한 쿨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습니다. 셀카도 찍었지요.ㅋ (메모리카드 에러로 다 날림..ㅠ)

게슈타포를 떠오르게 하는 커다란 덩치의 경찰서 직원들은 출근하면서, 우리를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가며 한마디씩 했습니다.

"얘네들 뭐야?"
"어. 한국인들인데 여권 위조범 같아. 한 놈은 군인이었고, 한 놈은 곧 육군장교가 된대."
"뭐? 이런 조그만 애들이 장교가 된다고? 푸하하. 근데 뭐 이리 편하게 있어?"

대충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습니다.

경찰들은 한국 대사관에 전화하여 알아보겠다고 했는데, 마침 설날이어서 한국 대사관도 휴무일이었습니다. (흐헝헝..) 기다리고 있을 친구에게라도 연락해서 유창한 독일어로 설명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이런 비참한 모습으로 도움을 청하기에는...남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겠다!'

쿨한척 있고 싶었지만 초조한 마음으로 하릴없이 대사관의 연락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 무혐의!!!! 석방!!!! 친구보고 두부 사오라 그래!!!!

오전 9시쯤 되어서 대사관 당직직원과 연락이 되었고, 이상 없는 여권임을 확인하고서야 여권을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권을 받아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한 줄의 문구!

"이 여권은 총 48면임 This passport contains 48 numbered pages."

"야, 이거 봐. 여기 이렇게 쓰여 있잖아!"

그러자 나를 더욱 허탈하게 만드는 그 경찰의 말.
"응, 안그래도 너희 대사관에서도 맨 뒷페이지를 확인하라고 해서, 나도 그걸 봤어. 잘 가~!"

'흑흑, 문이나 열어 줘...'

여권의 맨 뒷면에는 해당 여권이 몇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지 적혀있습니다.
아마도 단수여권, 복수여권 제도 때문에 저처럼 '여권위조범'으로 오해를 받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겠죠?
혹시라도 이런 일을 당하실 땐, 여권 맨 뒷페이지를 보여 주세요..!
(유니폼을 입지 않고 경찰을 사칭하는 사기꾼에게 여권 소매치기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구요~^_^)

Posted by 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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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Reignman 2009.12.09 08: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일에는 단수여권이 없나봐요. ㅎㅎ
    해외에 자주 안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일회용 여권이 딱인데..
    재밋는 사연입니다. ㅎㅎ

    • BlogIcon 맹태 2009.12.09 08: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Reignman님.

      네, 우리나라 이외에도 단수여권이 있는 나라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독일 경찰들은 확실히 이해를 못하더라구요.
      사실 그 경찰들 말대로 '병역필인지 미필인지'로 여권을 다르게 발급하는게 말이 안된다는 것도 공감이 가기도 하고...

      물론 우리나라가 징병제라는걸 모르니까 그랬겠죠..?

  2. BlogIcon 丹良 2009.12.09 08: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네요~~~~
    저도 여권들고 이곳저곳 많이 가봤지만....
    여권이 총 몇페이지인지 처음알게 되었습니다...ㅎㅎ

    • BlogIcon 맹태 2009.12.09 08: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丹良님. (한문 맞죠?ㅋㅋ)
      여권 페이지는 종류별로 다르니까 맨뒷장을 확인하세요~
      제 여권은 전자여권 발급되기 직전의 여권인데 48장이네요.^_^

  3. BlogIcon 커피믹스 2009.12.09 08: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쿠야 큰일 날뻔 했군요
    고생하셨어요. 그게 여행의 묘미아니겠어요.

    • BlogIcon 맹태 2009.12.09 0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안녕하세요 커피믹스님
      맞아요. 처음엔 저런 상황들이 두렵고 떨리고 그랬었는데, 나중에는 '에이~ 사람 사는거 뭐 다 똑같지~' 하는 생각에 잘못이 없는 경우에는 당당하려....노...노력...하고 있습니다...;;;

  4. BlogIcon Phoebe 2009.12.09 09: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북한 여권인줄 오해 받았다는 분도 계시던데요.ㅎㅎㅎ
    왜 하필 노숙자 무리에 껴계셨어요.ㅎㅎㅎ
    그래도 금방 나오셨으니 웃을수 있는 추억이지요.^^.

    • BlogIcon 맹태 2009.12.09 1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피비님
      외국인들한텐 한국이라고 하면 북한인지 남한인지 물어보더라구요..
      하긴 저도 어렸을 땐, 아프리카라는 나라가 있는줄 알았으니까요.ㅋㅋ

  5. BlogIcon 달콤시민 2009.12.09 1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헐..
    저도 올해 독일여행을 다녀왔는데요, 독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 딱딱하고 빠른 독일어로 계속 저에게 가방을 열으라고, 영수증을 보이라고, 이 영수증을 설명하라고.. 하는데.. 제 뒤엔 사람들이 줄 서있고 말은 못하고 얼굴은 빨개지고..
    15년 로망 독일여행, 독일 도착하자마자 서러워서 울뻔했어요.. 흑흑 ㅜㅜㅜㅜㅜ
    (사실은 나라망신시키진 않았을까 걱정이...ㅋㅋ)

    • BlogIcon 맹태 2009.12.09 10: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달콤시민님.
      한국말로 설명해 버리지 그러셨어요.
      독일 경찰들 덩치가 커서 그런지 왠지 좀 사람 위축시키는 능력이 있는거 같아요.ㅋ

  6. 엘쥐맨 2009.12.09 1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일車는 왜 세계시장에서 가장 좋은 차로 인정받을까요? 그거 아시는 분????

    • BlogIcon 맹태 2009.12.09 1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엘쥐맨님.
      그거 아시는 분이 과연 이곳에 댓글을 남겨주실지 모르겠습니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차도 없거든요.

    • 맑은하늘 2010.01.01 16: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연휴 잘보내고 계시죠. 아이들 목욕보내고 혼자 심심하네요. 참고로 딸들이라 집사람과만.. 독일차가 명차에 속하긴 하지만 종류별로 가기 다른 대접을 받고있죠. 명차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그런 차를 만들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이 잘되어있어서 그렇습니다. 또 독일국민성이 기계류들을 직접 다루는데 재미를 아는 종족이라 차도 자가수리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물론 수리비가 비싸서 그렇기도 하지만.. 아우토반은 속도제한이 없는 구간에서는 도로가 아주 완만합니다. 오르막도 멀리서부터 서서히 오르게 설계되어있고 커브길도 우리나라처럼 급하지 않답니다. 자연스레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들수 있겠죠. 빠른차가 좋은 차냐고 하실 분들 계시지만 실제로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만든 차가 좋은차 입니다. 빠르게 달린다는 말은 고속에서 안정성이 높다는 의미이고 또한 그 속도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운전자가 최대한 안전하게 지켜진다는 의미거든요. 아우토반에서 사고가 한두번 났겠습니까? 그런 데이터들이 모이고 모여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더 나은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이죠. 자동차회사들이 고속주행용 트랙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그런 이유죠. 그냥 무난하게 타는 용도의 승용차들도 다 그런 식의 기술개발을 통해서 이루어진 결과물들이랍니다.

  7. BlogIcon 드자이너김군 2009.12.09 1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하핫.. 이런.. 웃지못할 에피소드군요.
    근대 저도 여행을 몇번 다녔는데, 몇 페이지 짜리라고 적혀 있는건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ㅎ

    • BlogIcon 맹태 2009.12.09 13: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드자이너님.
      ㅋㅋ진작 알았으면 처음에 물어볼때 대답했을텐데 말이예요. 그래도 독일 경찰서(파출소) 구경 언제 해보겠어요.ㅋ

  8. BlogIcon 怡和 2009.12.10 08: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로 당황스러우셨겠어요.
    외국에서는 단수나 복수제도가 거의 없나보네요.
    요즘에는 미필도 복수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저도 아직 미필인데, 5년짜리 복수여권 사용중이랍니다.^^

    • BlogIcon 맹태 2009.12.10 1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怡和님
      (한문 찾느라 고생했어요..ㅋㅋ)

      아, 요즘은 미필도 복수여권 신청이 가능하군요!
      외국의 경우는 잘 모르겠는데..사실 의사소통도 잘 안되고..병역 때문인지 이해를 잘 못하더라구요.ㅋ

  9. 구텐 탁~ 2009.12.10 12: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ㅋㅋ맹태님은 살면서 재미난 경험이 많으신거 같아요.
    그림도 재미나고 무슨 만화보는거같아요^^

    앞으로도 기대할께요!수고하세요~

    • BlogIcon 맹태 2009.12.10 14: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구텐 탁~님
      제가 포스팅한 것들을 다 보셨나봐요.ㅋ
      사실 제 포스팅에는 심오한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답니다..
      다시 한번 잘 살펴보시고, 깨달음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아, 물론 농담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