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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5 여배우에 의한, 여배우를 위한 <여배우들> (7)
한 다큐멘터리스트가 본 2009년 최고의 영화 <여배우들>

유명 연예인과 공공장소에서 일대일로 맞닥뜨려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때 그 상황에서 그들 스타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그 상황에서 대부분의 스타들은 시선을 황급히 거두어들인다쳐다보는 사람이 약간은 머쓱할 정도로....( 정치인들은 어떨까?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무표정하게 상대를 바라보거나 또는 먼저 눈인사를 건넨다. 실험해보라...정말 그럴 것이다.^^)

생존해있었다면 이 영화에도 출연했을 법한 여배우 이은주 또한 그랬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전 분당 탄천 산책로에서 마주친 그녀는 마치 산길에서 산적을 만난 것처럼 당황하며 서둘러 눈길을 허공으로 돌렸다. (그녀는 가로등에 한 팔을 기댄채 오른쪽 신발을 들어 털어내고 있었다. 그날은 비가 심하게 내린 다음날인 일요일 초저녁이었다. ) 

<여배우들>에서 샴페인에 취해 감정이 한껏 고조된 고현정의 넋두리가 지금은 저 세상으로 떠나버린 여배우 이은주를 떠올리게 했다. 산책길에 고현정을 만났더라도, 그녀 또한 그러했으리라.......
  


"우리 여배우들은 백화점 같은 데를 그냥 혼자서는 못다니잖아~~ "


그랬다......그래서, 그녀들 여배우 6명이 한곳에서 만나 영화를 만들었나보다. 
그리고 작정이나 한 듯, 하고 싶은 말들을 세상을 향해 폭포수처럼 쏟아냈나 보다....


   ▲ 영화속에서 '얼굴 크고 살쪘다'고 자책하는 김옥빈,고현정을 맨 앞에 두고 포스터를 찍은 이유가 궁금하다.
       혹시 이것도 감독의 의도일까?  여배우들은 이런 점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


<조선남여상열지사 스캔들>,<다세포소녀>, <정사(情事)> 등을 연출한 이재용 감독은 여배우들을 패션잡지 <보그> 촬영현장으로 모두 집합시켰다. 그리고 내내 한 곳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어떤 이 이를 두고 너무 성의가 없다는 둥, 무릎팍도사의 영화버전이라는 둥 지껄여댔지만, 감독의 탁월한 상황 설정과 여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력은 그런 안티-감상평들을 한 방에 잠재울 정도로 훌륭했다.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라는 말은 이 영화에 딱 들어맞는 표현일 것이다.)  

<여배우들>. 이 영화를 보면서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상영된 일본 영화 <웰컴 투 미스터 맥도날드> 라는 영화가 떠오른 건 아마도 배우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그런 설정이 공통분모로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영화에서는 성우들이 모여 라디오 드라마를 완수해야만 했고, <여배우들>에서는 잡지 사진을 찍는 설정이었으니까.....

이 대목에서 필자는 이재용 감독이 <여배우들 2> 를 염두에 둔 게 아닌가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아마도, 이재용 감독은 내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여배우들이 모여 한 편의 TV광고를 촬영하는 영화로 충무로에 다시 등장할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패션화보 촬영>에서 <TV광고 촬영>으로 변환되는 비주얼을 상상해보라. 생각만 해도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짜릿하지 않은가??


"우리도 할 말 많아요! "

누군들 할 말이 없으랴. 그 중에도 특히 고현정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구분하기가 정말로 힘든 영화라는 점은 바로 고현정이라는 여배우때문에 성립되는 이 영화의 특징이기도하다. 

영화 홈페이지 사진 왼편에 덧붙여져있는 인물 각각을 대변하는 듯한 영어단어를 중심으로 영화를 풀어나가보자. <여배우들>이란 영화에서 줄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1. Scandal

                              ▲ "어디까지가 사실인가요, 고현정씨?? 눈알 굴리지 말고 답변하십쇼!!"

영화 속 고현정은 현실의 고현정과 얼마나 같을까, 또는 다를까?  영화를 보며 그녀가 카메라의 중심피사체로 등장할 때마다 그 점이 물음표로 떠올랐다 사라지곤 했다. 

영화 속 대사는 매스컴을 도배하다시피 했던 그녀 고현정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최지우 얼굴을 검지 손가락으로 툭툭 밀며..) "내가 쫒겨났는지 최지우 네가 어떻게
  알아? 뭘 안다고 그래, 엉
??"


-(젊고 잘 생긴 막내동생뻘되는 남자를 데려와 소개하며..) "같은 회사 동생이야. 정말이야"



2. Jealousy
                             ▲ 힘내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김민희씨. 그대는 여전히 아름다우니까... 


김민희. 할 말 많은 20대 후반의 꽃다운 그녀이지만, 하고 싶은 말을 잘 참는 그녀였다.
그녀는 토끼처럼 예쁜 눈망울과 다소 터프한 매력을 지닌 인물로 <여배우들>속에 등장한다. 그녀의 심중을 잘 드러내는 대사는 이 한 마디였다.


- " 나도 남자한테 인기 많아요~~ "

영화배우로 뜬 김옥빈처럼 자신을 자주 불러주는 곳이 많지 않고, 원더걸스의 10대 아이돌 '만두 소희'에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긴 20대의 회한(?)은 영화속에서 두통으로 표현되고, 시니컬한 말투로 나타난다.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의 지방순회 홍보현장에서 김민희는 무척 좌절한 듯 보였다. 10대와 20대초반에 치이는 20대후반 여배우로 그려지고 있다.



3. Mystery
                  ▲ 검색해보니 이미숙은 1960년생으로 나와있다. 사실이라면, 한국 나이로 딱 50인가?

<여배우들>속 이미숙은 50대이면서 2,30대와 60대 윤여정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같은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 윤여정 만큼이나 달관한 듯 보이지만, 여전히 여자로서의 욕망과 여배우로서 주목받고 싶은 열망이 꿈틀대는 나이 50의 이미숙은 길거리나 아파트 상가에서 흔히 만나는 이른바 '대한민국 아줌마'같은 말투로 자신의 지난 삶을 풀어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솔직한 캐릭터는 아마 이미숙일 것이다. 가끔씩 묻어나오는 약한 충청도 사투리는 그녀의 또다른 매력으로 느껴질 정도.... 


" 그래서 난 거기 (<뜨거운 것이 좋아>지방 홍보) 안 갔잖어.."

" 난 뜨겁지가 않았나보지 뭐......"

" 사람들은 여배우한테 고정된 이미지를 갖고 있어. 거기서 벗어나는 순간 이상한 사람이  돼버리는거야. 여배우들은 그게 최고 스트레스야.."



4. Fame
                   ▲ 한류스타 최지우는 송혜교가 부럽다고 했다. 송혜교가 중국을 장악했기 때문에..

스타 이미지로 가득찬 느낌. 최지우였다. 여전히 '실땅님'을 연상하는 묘한 발음이 묻어났지만, 그녀는 한류의 대표주자로 영화속에 등장하고 있었다. 최지우는 마치 <그대 웃어요>에서 이민정의 엄마로 출연중인 허윤정(극중 이름 공주희) 같은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아니, 그게 최지우 그녀의 현실 속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5. Complex
                     ▲ 음울하진 않지만, 다소 허무적인 분위기의 김옥빈. 발성이 참 좋은 여배우란 생각이 들었다.

김옥빈. 허무주의적인 20대 역할을 잘 소화했다고 보여진다. 살이 찌지도 않았는데, 살이 쪘다고 자학(?)하는 김옥빈은 영화 초반 '음산하다','음산기가 있다', '음산하다는 말 나쁜 말 아니다, 너..' 등등의 평가를 선배들로부터 받고 '썩소'를 짓는다.



6. Pride

                     ▲ " 내 앞에선 피부 이야기 하면 안되는거야..." 63세의 윤여정은 이미 달인이었다. 연기의 달인! 

윤여정. 1947년생. 그녀는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긍정적 체념'을 연기로 보여줬다. "그 못생긴 놈한테 내가 차였잖아..." 라며 얼마전 무릎팍도사에서 강호동에게 털어놓은 그 스토리를 잠깐동안 웃음보따리와 함께 풀어내는 윤여정. 그녀는 한마디로 프로였다. 프로!



7. Conflict

             ▲ 서너 살 차이의 여배우들이 서로 막말을 하며 싸우는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것 같다. 종종

갈등이 없으면, 그건 이야기가 아니다. 최지우와 고현정의 갈등은 결국 밋밋하게 매듭지어졌지만, 그 시작은 심히 창대하였다. 도대체 이 갈등은 어디로 향해 치달을까,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그러나,,,,,


8. Compromise

                 ▲ 그대 웃어요~~ . 다들 웃어요~~.   

갈등의 끝은 심히 미약하였다. 그 갈등이 좀 더 폭발력있게 전개되었더라면, 이 영화는 훨씬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샴페인 몇 잔에...선배 여배우들의 이혼 회고담에....순식간에 화해는 이루어져버렸다. 그 점이 옥에 티라면 티였다고나 할까...



9. Color

                ▲ 앉아 있으니 키 차이가 그리 심해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이들의 키 차이는 엄청나다고....

색깔있는 영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강렬한 색감을 닮은 영화였다. <Vogue>의 화보를 찍는다는 설정인만큼 화려하고도 위압적인 색감이 도드라진 영화였다. 최지우와 이미숙이 입은 옷과 가방,뒤의 커튼 색깔을 유심히 비교해보라. 참, 최지우의 부츠 색깔도.... 


10. Outstanding Figure

               ▲ 고현정, 당신 연기에 완전 반해버렸어요....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본 이후에.....


고현정이 없었다면, 이 영화를 보는 재미는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감독의 캐스팅이 빛나는 대목이다. 고현정 그녀가 앞으로 영화계의 큰 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다시 한번 힘주어 말하고 싶다.

<여배우들>. 이 영화는 내년 2010년 대종상,청룡영화상 등등의 굵직한 영화상을 모조리 휩쓸 가능성이 가장 높은 2009년 하반기의 최고작품이다. 물론 이 작품을 뛰어넘는 수작이 내년 상반기와 여름에 쏟아져나올 것을 기대하곤 있지만.......


( * 이자리를 빌려, 고인이 된 여배우 이은주에게 미안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 때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서....사실 필자는 곤경에 처한 여성이 뭔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 것 같아서, 유심히 상황을 관찰하다 이은주 그녀인 것을 알아챘을 뿐이었다. )




                                                                                                                      posted by 백가이버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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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커피믹스 2009.12.15 16: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재미보다는 여배우 보는 재미로 볼것 같은 영화네요

  2. BlogIcon 악랄가츠 2009.12.15 17: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녀들의 속마음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철저하게 자신을 감추어야 되는 배우들이기에,
    항상 화려한 모습만 보는 거 같습니다.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3. 김한준 2009.12.15 20: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약간 생뚱맞지만 갑자기 자살하기 며칠전의 이은주씨를 뵈었다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제가 군대있을 때 전출가기 전 제 후임으로 들어온 애가 떠오르네요.
    전출가기 며칠 후에 자살했는데 그 때도 눈빛이 여느 신참들 보다도 불안해 보이고
    자꾸만 시선을 피하려는 느낌이 강하던데... 그냥 처음 군대라는 곳에 들어온 그런 눈빛이 아닌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모양이더라구요. 자살이유도 군대 안 보다는 바깥문제가 컸던 모양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