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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전설, 최동원 투수를 추모하며

“전력투구, 그 이름으로 그대를 기억하렵니다”

김형오 


야구가 삶의 전부였던 사람, 그 인생 전체에 ‘퍼펙트 게임’이란 별칭을 붙여 주고 싶은 사람, 최동원. 나는 그대를 감독이라기보다는 ‘투수’란 이름으로 부르렵니다. ‘전력투구로 인생을 살다 간 사나이’로 기억하렵니다.

벌써 27년 세월이 흘렀군요. 1984년, 그대 혼자서 4승을 따낸 한국 시리즈를 우리는 잊지 못합니다. 나는 스탠드에서 땀에 흠뻑 젖어 그대를 응원했고, 한편으로는 저렇게 혹사시키는 감독이 야속했습니다. 나라면 벌써 쓰러졌을 텐데, 저러다가 팔을 영영 못 쓰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도 그대는 ‘무쇠팔’이란 별명에 걸맞게 늠름하고 팔팔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섰습니다. 그날 이후 그대는 살아 있는 전설, 불멸의 신화가 되었습니다.

어제 저녁 그대 빈소에 다녀왔습니다. 빈소를 둘러싼 수많은 조화들, 그 중 내 이름표를 단 꽃이 나보다 먼저 조문을 와 잘 보이는 곳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더군요. 군복을 입은 외아들 기호군이 너무나 늠름해 보여 오히려 ‘찬란한 슬픔’으로 다가왔습니다.

분향을 하면서 그대가 던진 강속구를 받은 포수처럼 “스트라이크!”라고 마음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대는 정말 스트라이크처럼 멋지고 강렬한 삶을 살다 갔습니다.

학연? 지연? 그런 건 따지기 싫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대가 경남고 후배란 것이 늘 자랑스러웠고, ‘부산 갈매기’여서 더욱 정겨웠습니다. 청룡기‧황금사자기‧봉황기 등등 고교 야구 전성기, 동대문야구장에서 자랑스러운 후배의 역투를 소리 질러 응원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갈매기를 한자로 쓰면 ‘백구(白鷗)’인가요? 그대가 그라운드에 내리꽂던 공도 ‘백구(白球)’입니다. 그대가 떠나는 하늘가, 백구(白球)처럼 하얀 낮달이 뜨고, 부산 앞바다의 백구(白鷗)들이 슬피 울며 배웅할 것만 같습니다.

최동원 투수, 최동원 후배! 나는, 그리고 우리는 불세출의 투수, 전력투구의 화신인 그대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대 떠나는 날엔 하늘에서 왠지 주먹 만한 우박이 우리 가슴 속으로 떨어져 내릴 것만 같습니다. 그대가 이 지상에 던지는 마지막 직구처럼…. 삼가 명복을 빕니다. ♠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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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산갈매기 2011.09.15 1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 청춘의 한때를 열광으로 몰들였던 우리 생애 최고의 투수,
    최동원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
    영면하소서.

  2. 굿바이 2011.09.15 16: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가세요 나의 영웅, 내 청춘의 갯츠비...

  3. 일레븐 2011.09.15 1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등번호 11번. 우리는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일일이 기억하고 추억할 것입니다.

  4. 동그라미인생 2011.09.17 1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동원, 이름자에 걸맞게 그는 최고로 멋지게 동그라미와 원의 인생을 살다 갔습니다.
    동그란 원형의 야구공 인생.

  5. 참치 2011.09.22 15: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떤 위기 상황을 맞더라도 그대는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투수였습니다. 이제 하늘나라 팀 단독 투수로 날마다 힘껏 태양을 던져 주기 바랍니다.

  6. 조나단 2011.09.27 07: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구야, 훨훨 날지 마라, 그런 제목의 영화가 생각납니다.
    그러나, 백구와 함께 훨훨 날아가소서.

언제든 간에 개막전은 설레입니다. 여러 달 동안 경기를 볼 수 없었는데다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 시즌 개막전 때마다 신들린 듯 팀을 이끌어주는 영웅들이 있었습니다. 그 선수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개막전에 맹활약을 펼쳤던 인상적인 선수들을 모아봤습니다.




2000년 현대 퀸란 vs LG 테이텀

3루수 수비가 발군이었던 현대 용병 퀸란은 원래 방망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타율이 높은 선수는 아니었죠. 그러나 한 방에 있어서는 시즌의 처음과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그는 개막전에서 1회 3점포, 2회 1점포, 2점포를 작렬하며 개막전 스타가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줬죠. 또한 한국시리즈 MVP에 뽑히며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더구나 현대-한화(대전)의 개막전은 양팀 스코어 17:10의 난타전이었는데 무려 14개의 홈런이 쏟아지며 역대 한 경기 최다홈런(종전 11개)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시즌 중에 퇴출되었지만 테이텀 역시 퀸란 못지 않게 개막전에서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사직에서 펼쳐진 롯데와의 개막 1차전에서 선제결승홈런을 포함해 전타석 출루에 3타수 3안타 2홈런 4타점의 괴력을 선보였죠. 테이텀의 맹활약에 힘입어 엘지는 12:5로 낙승을 거뒀습니다.

개막 2차전에서 13k 완봉승을 거둔 김진웅과 최다안타 신기록을 수립한 장종훈도 잘했지만 인상적인 면에 있어서는 두 용병 선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01년 삼성 마르티네스-이승엽 vs 두산 장원진-우즈

개막 1차전에서 이승엽과 마르티네스는 각각 2점홈런, 1점홈런을 터뜨리며 한화를 4:3으로 제압했는데, 이들 콤비의 진면목은 2차전서도 드러났습니다. 1회부터 만루홈런으로 시작한 마르티네스는 4회에도 3점홈런을 작렬하며 4타수 2안타 1홈런을 기록한 이승엽과 함께 12:3의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이승엽-마르티네스 홈런 커플은 훗날 대기록 수립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게 되었죠. 역대 최초로 4연속타자 홈런이라는 기록이 수립되었는데 그 주인공은 이승엽, 마르티네스, 마해영, 바에르가까지 4명이었습니다.

2번 장원진 - 3번 우즈도 대단했습니다. 해태와 잠실벌에서 펼쳐진 개막 1차전에서 우즈는 7회에 병살타를 기록하며 역전 기회를 날려버렸지만, 9회말에 끝내기 2점홈런을 작렬하여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습니다. 다음 날에도 우즈는 5타수 3안타 2타점을 과시하며 역대 최고 용병이라는 찬사가 허명이 아님을 입증했습니다. 그 밑바탕에는 장원진의 활약이 있었죠. 1차전에서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7회에 동점 적시타를 날려 팀을 살려내며 5타수 2안타 2타점, 다음 경기에서도 5타수 4안타 3득점을 기록하여 테이블 세터로서 더 없는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2002년 한화 송진우 vs 기아 키퍼

송진우와 키퍼는 2002년에 다승왕 경쟁을 펼쳤던 사이입니다. 이 두 선수는 개막 3연전에서 나란히 인상적인 투구로 팬들을 기쁘게 했죠.

특히 2000~2001년 모두 개막전을 두산에게 내줬던 기아(전 해태)는 2002년만큼은 단단히 각오를 하고 나왔습니다. 결국 두산과의 3연전을 모두 싹쓸이하며 지난 앙금을 씻어내는대 성공했죠. 그 중심에는 키퍼가 있었습니다. 야구에서는 다득점이 펼쳐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1:0의 투수전도 묘미가 있습니다. 개막 2차전에 선발투수였던 키퍼는 1회말에 정수근-장원진에게 연속타자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이후 22타자 연속 범타를 이끌어내어 8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영원한 회장님 송진우는 키퍼보다 더 빛나는 투구를 펼쳤습니다. 8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최기문에게 안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며 롯데 타선을 봉쇄했습니다. 결국 2피안타 완봉승을 기록하여 프로통산 7번째 개막전 완봉승, 개인적으로는 통산 10번째 완봉승을 거두었습니다. 게다가 이날 승리로 당시 선동열이 세운 146에 단 1승차로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2003년 기아 리오스-키퍼 vs 삼성 이승엽-마해영

2002시즌에도 개막 3연전을 싹쓸이한 기아는 2003년에도 개막 2연전을 모두 거머쥐었습니다. 그 1등공신은 바로 용병투수들이었죠. 리오스가 개막전에서 7이닝 8피안타 1실점으로 2003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올린 뒤, 키퍼는 2003년에 이어서 또 다시 개막 2차전에서 6 2/3이닝의 호투를 펼쳐 연승행진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역시 용병투수가 맹활약을 하면 그만큼 경기가 쉽게 풀리는가 봅니다.

기아가 용병투수의 합작이 돋보였다면, 삼성은 토종 강타자 듀오의 방망이가 빛났습니다. 이승엽과 마해영은 각각 개막 1,2차전에서 닮은 꼴 활약을 펼쳤습니다. 개막전 첫날 이승엽은 절친한 친구인 박명환을 상대로 1회, 3회에 각각 연타석 투런포를 앞세워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면 다음 날에는 마해영이 구자운을 상대로 2회, 4회에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전 시즌 한국시리즈 MVP의 위용을 자랑했습니다. 특히 개막 2차전에서 마해영은 4타수 4안타 2홈런 4타점의 활약으로 통산 10번째 2000루타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2004년 삼성 오리어리 vs 한화 송진우

기아-두산의 개막 1~2차전에 등판한 투수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기아를 거쳐 두산 유니폼을 입은 경험이 있다는 것이죠. 개막 1차전은 리오스-키퍼의 대결이었고, 2차전에는 두산에서 레스가 등판했습니다. 기아(해태)에서 두산으로 옮겨간 순서는 레스, 키퍼, 리오스가 되겠군요.

2004년 개막전에 빛난 선수는 송진우가 있습니다. 전년도 한국시리즈 MVP인 현대 정민태와 맞대결을 펼친 그는 7이닝 무실점의 역투를 펼치며 4:1로 이겼습니다. 2002년 개막전을 연상시킬 만큼 호투였습니다. 4회까지 노히트 노런이었는데다 7회말까지 단 2안타만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불혹에 가까운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역투를 펼쳤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그는 다음 시즌(2005년)에도 개막전 선발투수로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또 다른 개막전의 영웅은 삼성의 용병 오리어리였습니다. 개막전에서 3회에 좌전안타를 날리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데 이어 3:4로 뒤지던 7회에 동점홈런을 터뜨리며 제 몫을 해냈습니다. 다음 날 경기에서도 비록 팀은 패했지만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3타점을 책임지며 개막 2연전에서만 3홈런을 폭발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활약은 오래 가지 못한 채, 결국 퇴출되고 말았죠.


2005년 삼성 심정수 vs SK 김재현

2004시즌을 마친 뒤 최고의 이슈는 삼성의 100억 FA선수 영입(심정수, 박진만)이었습니다. 2005년 개막전부터 심정수의 위력은 여지 없이 증명되었습니다. 이미 개막 1차전에서 3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방망이 솜씨를 가다듬었던 그는 개막 2차전 1회에도 그랜드슬램을 기록하며 거포의 위력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각인시켰습니다. 개막 2연전 동안 심정수가 기록한 8연타석 출루(5타수 5안타 5타점)는 신기록이었습니다.

심정수와 동갑내기이자 FA 자격으로 이적한 김재현은 새로운 팬들에게 맹타로서 첫 인사를 보냈습니다. 1차전에서 SK는 현대를 상대로 비록 5:5로 비겼지만 1홈런을 비롯해 6타수 2안타 3타점을 폭발한데다 2차전에서도 2:2로 동점이던 상황에서 승부의 균형을 깨는 우전적시타를 터뜨려 결승점을 만들어냈습니다. 개막 2연전에서 10타수 4안타 4타점을 작렬한 김재현은 이적 후에도 역시 '클러치히터', '캐넌히터'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습니다. 94년 우승을 경험했던 그는 각서파문 끝에 팀을 옮기고 2007년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기도 했죠.






2006년 SK 시오타니 vs 삼성 권오준-오승환

시범경기부터 이목을 끌었던 일본인 용병 시오타니는 불행히도 KIA전에서 장문석의 투구에 맞아 왼손 골절상을 입는 바람에 퇴출되고 말았죠. 그러나 개막전에서 보여준 그의 맹활약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장면입니다. 문학에서 펼쳐진 현대와의 개막전에서 4회말에 선제 2점홈런으로 결승타를 기록한 데 이어 다음 날 2차전에는 끝내기홈런을 포함해 무려 5타수 3안타 4타점을 쏟아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죠.

2006년은 KBO 역사상 최다홀드(32홀드), 최다세이브(47세이브) 신기록이 수립된 시즌입니다. 1차전에서 패한 삼성은 5:5로 팽팽했던 6회말에 선두타자 박한이의 결승홈런이 터지자 권오준-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라 롯데 타선을 제압하고 시즌 첫 승을 생겼습니다. 권오준-오승환의 철벽계투 콤비는 2006년 삼성의 아이콘이었을 뿐만 아니라 '삼성은 6회까지만 야구하면 된다'는 공식을 만든 장본인이었는데, 그 효시가 개막 2차전이었습니다.


2007년 롯데 손민한 vs KIA 장성호

2001이후로 당시까지 6년간 가을 잔치에 나가지 못한 설움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선봉이 서겠다고 공언했던 손민한은 현대를 상대로 한 개막전부터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8이닝 무실점의 빼어난 투구를 펼친 그는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로서의 자존심도 세웠습니다. 첫 단추를 잘 풀어낸 롯데는 장원준, 이상목이 잇달아 선발승을 챙기며 현대와의 개막 3연전을 싹쓸이하는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롯데에 손민한이 있었다면, 기아에는 장성호가 있었습니다. 1차전에서 LG 박명환의 호투에 힘입어 1차전을 내준 기아는 장성호를 앞세워 2,3차전을 내리 이겼습니다. 2차전 1:0으로 앞선 3회에 2점홈런을 작렬하며 승기를 잡았고, 3차전에서도 2:1로 박빙이던 7회에 또 한 번 2점포를 가동하여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2008년 롯데 이대호 vs 삼성 철벽계투

이대호의 방망이가 롯데의 개막 2연승을 이끌었습니다. 1차전에서 5타수 4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11:1의 대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고, 2차전에서는 1회에 선제적시타를 날린 뒤 3회에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이틀 동안 무려 9타수 7안타 6타점의 맹타를 휘둘렀습니다. 2007년에도 3연승으로 개막전을 시작한 롯데는 2008년에도 2연승으로 쾌조의 출발을 보였는데, 투타에 손민한, 이대호라는 확실한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반면에 롯데와 함께 2연승의 주인공이 된 삼성은 철벽계투진의 활약이 컸습니다. 권혁, 안지만, 오승환이 이틀 연속 호투쇼를 펼쳤던 것이죠. 1차전에서는 3 1/3이닝 무실점, 2차전에서는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의 지키는 야구는 선동열 감독이 삼성에 취임한 이후 마무리 오승환을 중심으로 권혁, 안지만, 정현욱, 권오준이 나누어맡아 이뤄온 팀 컬러입니다.


2009년 두산 김동주 vs 롯데 김주찬

기아와의 잠실 개막전을 싹쓸이한 두산의 1등 공신은 바로 김동주였습니다. 양 팀 에이스 김선우와 윤석민은 4회까지 1:1의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습니다. 먼저 무너진 쪽은 기아였습니다. 선발 윤석민이 5회에 2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하는가 싶었는데 이종욱, 오재원에게 연속안타, 고영민에게 4구를 허용했죠. 2사 만루에 등장한 김동주가 싹쓸이 2루타를 터뜨리며 승부를 뒤바꿔놨습니다. 이후 김현수, 왓슨의 적시타마저 연달아 터진 바람에 승부는 거기서 끝났죠. 2차전에서도 김동주는 2:1로 간신히 앞선 8회에 승부에 쐐기를 박는 1타점 2루타를 날리어 간판타자로서 자존심을 세웠습니다.

개막 2연전 1승 1패를 거둔 롯데의 김주찬은 승패에 관계없이 독야청청했습니다. 1차전에 1번타자로 출전한 그는 투수 앞 안타를 터뜨린 뒤 조성환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고, 7회에는 역전 결승 2루타를 날리어 3:2로 짜릿한 승리의 영웅으로 우뚝 섰습니다. 다음 2차전에서 그의 소속팀 롯데는 1:10으로 대패를 당했지만 김주찬은 첫 타석 안타를 포함하여 4타수 2안타를 날리어 팀의 유일한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더 많은 개막전 야구 영웅들이 있었지만 모두 담아내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야구가 계속되는 이상 더 많은 개막전 영웅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욱 기대되는 2010년 프로야구. 과연 어느 팀이 마지막에 웃게 될까요?

 

(사진 : 스포츠서울)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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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펨께 2010.03.28 18: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야구를 구경한지도 한참이나 되였네요.

  2. BlogIcon 악랄가츠 2010.03.29 08: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산전에 소녀시대가 시구하더니,
    엄청난 경기를 보여주며 이겨버렸네요! ㄷㄷㄷㄷㄷㄷㄷ
    소녀시대가 Oh를 부르며 응원하였으니...
    이길 수 밖에 없는 게임이었네요! ㅎㅎㅎㅎ

요즈음 '한일전 필승의 법칙'은 이번 동계올림픽 뿐만 아니라 야구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팀들이 연습경기에서 일본팀들을 상대로 잇달아 승전보를 전하고 있는 가운데, 3.1절을 하루 앞두고 일본 야후돔에서 열린 친선경기(2010한일스포츠관광교류대축제)에서 롯데가 소프트뱅크를 6:3으로 꺾고, 승리 행진에 합류했습니다.





개막을 한 달 가량 앞둔 지금 이 시기에는 한일 각 팀들이 전력 점검에 박차를 가합니다. 그래서 연습경기 열기가 한창 고조되는데요.

더욱이 한국야구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양국 교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 같습니다. 예전 같으면 일본의 프로팀들은 한국 프로팀을 상대할 때 무시하듯 1.5군급, 2군급 선수들 위주로 연습경기 맴버를 편성했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정예 맴버를 대거 포함시켜 한국의 각 팀들과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롯데(한국)와 소프트뱅크의 정기교류전 역시 작년에는 2군 경기에 그쳤지만, 올해에는 1군 경기로 격상되었습니다. 비록 소프트뱅크를 대표하는 와다, 스기우치와 같은 선발투수가 나오지 않았지만 주요 선발투수 중 하나인 오토나리가 등판했고, 타선도 마츠나카를 제외한 주력 맴버 대부분이 출전했습니다.

이날 경기 초반에 먼저 웃은 쪽은 소프트뱅크였습니다. 롯데 선발투수 송승준이 난조에 빠진 가운데, 1회말 선두타자 혼다가 바깥쪽 높은 볼을 가볍게 밀어쳐서 안타를 날리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그는 2번 가와사키, 3번 고쿠보 타석에서 잇달아 2루, 3루 도루에 각각 성공한 뒤, 고쿠보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선취득점을 기록했습니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소프트뱅크는 선발투수 오토나리의 역투에 힘입어 4회말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1:0으로 소프트뱅크가 앞선 뒤 추가점을 얻지 못한 상태로 진행되던 경기 흐름은 오토나리가 마운드에서 내려가자 급변했습니다. 5회초부터 잠자던 롯데 타선이 폭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0:1로 뒤진 롯데의 5회초 무사 1,2루 공격에서 박기혁이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루타를 작렬하여 단숨에 역전했고, 이에 흔들린 상대투수의 폭투로 롯데는 손쉽게 1점을 추가하여 순식간에 3:1로 경기 양상이 바뀌었습니다.

롯데의 상승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5회말에 한 점을 내준 뒤, 3:2로 쫓긴 6회초 2사 1루에서 강민호의 대주자로 나선 황성용이 좌측 펜스를 번개 같이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리며 소프트뱅크를 따돌렸고, 9회초 1사 3루에서도 장성우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하여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5회말 무사 1,3루부터 등판한 하준호부터 이어던진 사도스키, 이명우, 임경완, 이정훈 등의 롯데 계투진들은 6이닝 1실점으로 소프트뱅크의 타선을 막아내며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됐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몇 가지 짚어볼 것들을 눈에 띄었습니다.





롯데 선발 투수들의 난조

롯데 선발진의 축이자 이날 1~2번째 투수로 등장한 송승준, 장원준은 만족스러운 투구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송승준은 불안한 제구 때문에 안타와 볼넷을 허용한데다 잇달아 도루를 내주기도 했죠. 장원준 역시 3회초, 5회초에 주자를 내보냈는데, 3회초에는 스스로, 5회초에는 이어던진 하준호가 각각 소프트뱅크 타자들의 병살타를 이끌어내어 위기를 넘겼습니다.

개막까지 많은 시간을 두고 있기 때문에 송승준, 장원준의 투구에 대해 염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겠지만, 이날 경기만큼은 롯데 계투진의 활약이 보다 돋보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한 발 앞선 야구 vs 한 발을 저지하는 야구

정교하고 세밀한 플레이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일본야구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주루플레이를 놓고도 양 팀은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송승준이 난조에 빠져 주자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사이, 1번 혼다는 1회말에만 도루 2개를 추가하며 선취점의 발판을 마련했고, 3번 마쓰다 역시 스트레이트 볼넷을 통해 출루한 뒤 1,3루가 되자, 2루 도루에 성공했습니다. 이 때 3루 주자 혼다의 홈을 파고들려고 하는 동작 덕분에 마쓰다가 2루에서 세이프될 확률을 높였죠. 수준급 팀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협력 플레이에 빈틈이 없어야 하는데, 소프트뱅크 선수들은 잘 소화해내더군요.

비록 연습경기였지만, 1,3루 상황에서 송승준이 주자를 묶어두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견제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송승준이 견제를 통해 시간도 벌고 주자도 묶어가며 경기 흐름을 자기 페이스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있습니다. 2회의 경우에도 투구 패턴이 읽힌 결과, 이범호, 하세가와에게 연달아 안타를 맞고 말았죠. 그나마 1실점으로 막았던 것이 다행이었죠. 

7회초 1사 1루에서 손아섭이 친 2루타성 타구 때 최기문을 아웃시킨 소뱅의 수비진은 군더더기가 없었습니다. 우선 쉽지 않은 타구임에도 불구하고 펜스플레이가 좋았고 이후 자연스럽게 이어진 중계플레이와 정확한 홈송구, 그리고 포수의 블로킹까지 큰 실수 없이 진행됐습니다. 사실 어느 한 부분이 조금만 흐트러졌어도 1루 주자 최기문은 홈에서 완벽히 세이프가 될 수 있었거든요. 이런 짜임새 있는 수비는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5회초에도 롯데가 1사 1루에서 우전안타를 치고도 우익수 시바하라의 정확한 송구에 의해 1루 주자가 3루에서 아웃되었죠. 깔끔한 동작으로 정확하게 원바운드 송구가 이루어지면 특출난 강견이 아니어도 주자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힘에서 앞선 롯데, 사도스키도 합격점

세밀한 플레이에 있어선 소프트뱅크가 인상적이었지만, 파워 면에서는 롯데가 소뱅을 압도했습니다. 1회초 2사에 조성환이 롯데의 첫 안타를 신고한 뒤, 3회초에 터진 박기혁의 2타점 3루타를 포함해 이대호, 손아섭 등의 2루타가 폭발한데다 황성용의 시원한 2점 아치까지 장타가 풍성하게 쏟아졌죠. 롯데의 힘이 느껴지는 장면들이었죠.

상대적으로 소프트뱅크는 3회말, 5회말에 맞이한 득점 기회에서 병살타가 나와 흐름을 끊었던 것이 패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2회말에 롯데 송승준의 난조 때에 대량득점하지 못한 것도 소프트뱅크로선 아쉬운 점이죠.

그리고 이날 경기를 통해 그 동안 베일에 가려져있던 롯데 용병 사도스키가 중계방송을 통해 첫 선을 보였습니다. 145km를 상회하는 직구와 함께 싱커, 커브가 인상적인 투수였습니다.


이범호, 공격에서는 합격, 수비에서는 불안

이번 교류전은 소프트뱅크 유니폼을 입은 이범호가 등장한 무대로 더욱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는 4타석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타격 솜씨를 과시했습니다. 마지막 타석에서 밀어쳐서 날린 우익수 플라이도 비교적 잘 맞은 타구였죠.

다만 그의 수비에서는 아쉬운 점이 드러났습니다. 이범호는 2회초 홍성흔의 3루 라인쪽 깊은 타구를 비교적 손쉽게 처리했지만, 3회초에 나온 박기혁의 타구는 껑충뛰며 다소 불안하게 처리했고, 8회초에 오장훈이 친 3루수 땅볼을 처리할 때에도 스탭이 엉키는 바람에 송구 실책을 범했습니다. 

이범호가 이국 땅에 와서 팀 적응에 부담을 가져서인지, 잔디 적응이 덜 되어서인지, 아니면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했던 수비의 문제가 드러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방망이 이상으로 안정된 수비가 전제되어야 할 포지션이 바로 내야수입니다. 이범호가 수비 문제로 부담을 가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아직은 시범경기조차 시작되지 않았으니, 이 경기를 두고 롯데 전력 수준과 이범호의 성공 여부를 단언할 수는 없을 겁니다. 오히려 지금 드러난 허점들, 실수들이 정규시즌을 위한 약이 되겠죠.

그러나 어쨌건 롯데가 최근 한일전 승리 분위기에 동참해서 기쁩니다.
끝으로 최근 대한민국 프로야구팀들이 일본팀들을 상대로 거둔 연이은 승전보를 전하며 마칠까 합니다.

- 위 사진들 출처 : 다음, 네이버 검색 -


최근 연습시합 결과 - 화살표가 가리키는 내용은 일본팀들이 수난을 당한 내용(일본인이 작성)입니다.

- 출처 : 개소문닷컴

(○ : 한국팀 승리, ● : 일본팀 승리, △ : 무승부)

2/11 ○ SK  29 - 0 시코쿠 은행
2/12 ○ SK   9 - 0 코치 ← 노하라가 7실점
2/13 ○ 삼성 2 - 1 주니치
2/14 ○ SK   6 - 1 한신 ←첸, 5실점
2/14 ○ LG   5 - 0 주니치
2/17 ○삼성  4 - 2 주니치 ← 고작 3안타
2/17 ●LG    3 - 5 니혼햄
2/17 ○두산  6 - 4 세이부 ←노가미 5실점
2/18 ●기아  3 - 4 소프트뱅크
2/18 ○SK   10 - 6 니혼햄 ←다르빗슈 3실점
2/18 ○삼성  3 - 0 야쿠르트 ← 팀 노히트 노런
2/18 ○두산  8 - 3 세이부 ←야마기시 5실점
2/19 ○SK    9 - 2 주니치 ←카와이 8실점
2/21 ○한화  4 - 2 주니치 ←첸 4실점
2/21 ○두산  9 - 2 세가사미
2/22 ○두산  4 - 2 소프트뱅크
2/23 ○두산 12 - 9 거인 ←오비스포 6실점
2/24 ○두산  3 - 0 야쿠르트
2/24 ○LG    3 - 0 주니치 ←3안타 완봉패
2/24 △SK    3 - 3 롯데 
2/25 ○삼성  3 - 1 라쿠텐
2/25 ○한화  5 - 3 야쿠르트
2/25 ○SK    4 - 1 요코하마
2/25 ●두산  2 - 13신일본 석유 ENEOS
2/26 ○LG    2 - 0 라쿠텐
2/27 ○두산  5 - 2 소프트뱅크
2/28 ○롯데  6 - 3 소프트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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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Phoebe 2010.03.01 1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 삼일절은 그야 말로 만세라는...
    유관순 누나께서도 웃으며 내려다 보실것 같아요. 껑충 껑충 뛰고 계실지도 모르지요.ㅎㅎㅎ



이곳은 故 임수혁 선수의 모교인 '봉천초등학교'입니다.
원래 그는 방배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당시에 다이어트 삼아 운동을 하다보니
결국 5학년 때 야구부가 있는 봉천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사이에도 그의 모교에서는 후배 야구선수들이 맹활약하고 있었고
또 다른 후배들을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운동장을 거닐며 故 임수혁 선수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노라니
가장 기억에 남은 3경기가 떠올랐습니다.


▲ 스포츠조선 2000년 4월 19일자



1999년 플레이오프 최종 7차전 (대구) - 기적 같은 대역전극의 초석이 되다

1승 3패로 몰린 롯데가 내리 2연승을 하며 최종 7차전을 맞이했습니다.
이승엽, 김기태, 김종훈의 홈런을 앞세운 삼성이 5:3으로 앞서고 있었죠.

2점차 뒤진 9회초를 맞이한 롯데.
공필성의 안타로 회생의 불씨를 살린 뒤 임수혁이 대타로 들어섰습니다.

임수혁은 바깥쪽 공을 기다렸다는 듯이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른 뒤,
무언가 직감한 사람처럼 두 팔을 번쩍 들며 1루로 달려갔죠.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홈런!!!

이 동점포에 힘을 얻은 롯데는 연장전에 터진 김민재의 적시타에 힘입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동점홈런의 가치가 높았던 것은 상대투수가 최고의 마무리 임창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장면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역대 최고의 플레이오프 경기'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야구팬들의 가슴에 강한 인상을 새긴 임수혁은 타격에 소질이 뛰어난 선수였습니다.
공격형 포수로 호쾌한 방망이를 과시하던 그가 그라운드를 떠난 것도 안타까운 일인데
이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어 무척 슬프군요.

과연 그가 쓰러진 당일,
무슨 일이 있었길래 팬들이 좋아하는 한 선수를 하늘 나라로 보내야 했던 것일까요?



▲ 스포츠서울 2000년 4월 19일자



2000년 4월 18일 (잠실) - 돌아오지 못한 그라운드

임수혁의 소속팀 롯데는 LG를 맞아 잠실에서 경기를 펼쳤습니다.

2회초에 유격수 유지현의 실책으로 출루한 임수혁은 우드의 안타 때 2루를 밟게 되었죠.
7번타자 조경환의 타석 때 갑자기 쓰러진 그는 더 이상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병상에 눕기 전까지 임수혁은
1992년 부정맥의 판정과 함께 운동을 해도 괜찮다는 진단을 받았었고,

1990년대 중반부터 심장질환약을 복용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와 같은 일을 맞이했습니다.

그가 쓰러진 뒤 5분 안에는 누군가에 의해 심장 마사지가 시행됐어야 했는데
10분이 넘도록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식물인간 상태에 이른 것이었죠. 
이후 임수혁은 10년간 다시 일어나지 못한 채, 세상과의 이별을 고했습니다.

이는 우리 나라 스포츠의 열악한 환경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습니다.
임수혁의 부친인 임윤빈씨의 "제 2, 제 3의 임수혁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당부에 걸맞을 만큼
당직의사제도를 비롯한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어쨌든 이 사고 후 며칠 간 경과를 보니 더 이상 임수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게 됐구나 싶었습니다.



▲ 일간스포츠 2000년 4월 19일자 (당시 분위기와 열악한 야구 환경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대구) - 꿈에서라도 통했다면

2002년 한국시리즈(삼성-LG)는 작년 한국시리즈(기아-SK)와 더불어서
역대 한국시리즈 가운데 가장 극적인 명승부로 기억합니다.

특히 최종전(6차전) 9회말을 시작할 때까지 9:6으로 엘지는 승기를 잡고 있었고 
삼성은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이승엽의 3점포와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국시리즈 기간 동안 맹타를 휘두른 마해영은 MVP에 선정됐습니다.

"(임)수혁이 형이 병상에서 일어나 나와 함께 운동을 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최종전에서 극적인 끝내기홈런을 날린 마해영의 소감 중 한 구절입니다.
(당시 삼성은 마해영의 맹활약 덕분에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했습니다.)

최종전 전날 임수혁의 꿈을 꿨던 마해영은 아침에 일어난 뒤
좋은 징조라 생각하며 그라운드로 향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역대 손꼽히는 한국시리즈의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낸 주인공이 됐던 것이죠.



▲ 역대 최초로 한국시리즈 최종전에서 끝내기홈런을 작렬한 마해영 - 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



임수혁과 마해영은 대학(고려대), 상무에서 한솥밥을 먹은 절친한 선후배였습니다.
그리고 함께 롯데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 팬들은 이들을 두고 '마림포'라고 불렀습니다.

임수혁은 2000년 4월 18일에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말았고
선수협 문제 등으로 마해영은 삼성으로 이적해야 했습니다.
그 때문에 더 이상 마림포를 볼 수 없게 되었죠.

그래서 2002년 한국시리즈 MVP가 된 마해영의 소감이 더욱 인상 깊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수혁 선수가 병상에서 일어난다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 지 궁금했지만
이제는 영영 아무 말도 들을 수 없게 되었군요.



▲ 월간 베이스볼 1998년  


임수혁은 1998년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돌아봤을 때 가장 불만스러운 점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야구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것."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야구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는 자상한 가장이었다고 합니다.

사고가 났던 당일, 상경하기 전에 임수혁은 스킨로션을 사기 위해 부인과 함께 백화점을 들렀습니다.
모처럼 데이트의 분위기를 즐겼던 그는 부인에게 "일 때문에 가족에게 소홀해서 미안하다"며
"원정경기를 마치면 모처럼 다 함께 영화 한 편 보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때가 의식을 갖고 있던 임수혁이 부인과 함께 했던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나중에 경기장에서의 비보를 들게 된 부인은 아이들에게 차마 아빠의 슬픈 소식을 전하지 못하여
"아빠가 멀리 전지훈련을 떠났다"며 둘러댔다고 합니다.



▲ 손문상 화백의 <얼굴> 중 '돌아오지 않는 주자 임수혁' 편
(지난 7일 이 그림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란 글귀가 새겨졌더군요.)



이후 10년간 병상을 지키고 살림살이에 육아까지 맡아
고생만 한 임선수의 부인과
그 고통을 함께 안은 가족들을 생각하니 하늘이 무심하게 느껴지더군요.


임수혁이 병상에서 일어나 그라운드를 누비길 기대했던 
많은 야구인들과 팬들의 바람도 이제 물거품이 됐습니다.

'제 2의 임수혁'이 나와서는 안 되겠지만,
무엇보다 '제 1의 임수혁'이 우리 곁을 떠난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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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악랄가츠 2010.02.09 15: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시 치료가 조금만이라도 빨랐다면,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을텐데,
    정말 안일한 야구의료체계에 한숨만 나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BlogIcon 칸타타~ 2010.02.09 16: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옳은 말씀입니다.
      응급처치라는 건 시각을 다투는 거라
      사고가 터지고 5분 안에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한데.
      아직 우리 나라는 멀었다는 느낌입니다.

      야구장 문제도 그렇고.
      전담의사제도도 제대로 시행되는 건 광주 밖에 없다고 하고.

  2. BlogIcon 커피믹스 2010.02.09 20: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포츠에 무지한 저는 그런 사연이 있는줄 몰랐네요
    안타깝습니다. 응급처치만 했어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BlogIcon 칸타타~ 2010.02.10 08: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제 발인을 했다는데,
      이제 병상의 모습조차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민방위 훈련 가면 응급처치에 관한 부분을 교육받는데
      임수혁 선수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지바 롯데는 왜 FA 김태균(한화 이글스)을 선택했을까?'

김태균에 70억 이상의 거액을 배팅한 지바 롯데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왜 지바 롯데는 김태균을 선택했을까요?

▲ 사진 출처 http://www.sanspo.com/baseball/images/091114/gsi0911140506000-p1.jpg


지바 롯데의 현실

최근 10여년간의 퍼시픽리그는 니혼햄, 세이부, 소프트뱅크(구 다이에)가 3분하는 양상이었습니다. 그런 틈바구니 속에 2001년 긴데쓰와 2005년 지바 롯데가 일본시리즈에 진출했었던 것이죠. 2005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지바 롯데는 이후 단 한 번도 일본시리즈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퍼시픽리그 팀득점을 살펴보면, 기관총 타선을 자랑했던 니혼햄이 팀 득점 689득점, 홈런왕 타카무라를 앞세운 세이부가 664득점으로 각각 1,2위를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지바 롯데가 620득점으로 3위에 올랐습니다.

이런 팀 공격력을 갖고도 지바 롯데가 성적이 나지 않은 것은 투수쪽에 문제가 가장 큰 부분이었죠. 그런 한 편으로 흥미로운 것은 퍼시픽리그 순위는 팀 실점, 팀타율과 비교적 일치했다는 점이죠. 결국 투타가 모두 신통치 않았다는 것입니다. 투타 밸런스를 갖춘 실속 있는 경기운영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니까요.

순위 팀명 승률 득점 실점 홈런 타율 평균자책점
1위 니혼햄 0.577 689 550 112 0.278 3.65
2위 라쿠텐 0.538 598 609 108 0.267 4.01
3위 소프트뱅크 0.532 600 591 129 0.263 3.69
4위 세이부 0.500 664 627 163 0.261 4.01
5위 지바 롯데 0.446 620 639 135 0.256 4.23
6위 오릭스 0.394 585 715 118 0.274 4.58



지바 롯데가 한국 야수들에 눈을 돌린 까닭은?

(1) 한국프로야구의 FA 사정

올 시즌 투타 성적이 모두 좋지 않은 지바 롯데는 한국의 많은 선수들을 두고 왜 김태균을 선택했을까요?

지바 롯데 입장에서 한국프로야구(KBO)의 인재를 통해 팀을 보강하는데 있어 투수보다 타자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타선 보강이 급했을 뿐더러
한국에 FA 자격을 갖춘 매력적인 투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최근 몇 년간 손민한, 박명환 정도를 제외하곤 거물급 FA투수가 없었고, 이 투수들 역시 FA 계약 후, 부상 등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습니다. 올해 역시 FA 자격을 취득해 시장에 나온 투수가 없었습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FA 시장이 열린 뒤, 몸값에 걸맞을 만큼 활약한 선수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투수보다는 야수가 조금 더 신뢰도 높은 활약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2) 한국야구의 성장을 인정한 일본

지난 1~2회 WBC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한일 간의 야구 수준 격차에 대한 일본의 인식이 달라졌던 것도 일본야구가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데 한 몫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임창용의 선전도 그 분위기를 높이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 속에 지바 롯데로서는 김태균, 이범호 등에 신뢰를 갖고 욕심을 부려볼 수 있었던 겁니다. 더구나 김태균은 장타력, 정확성, 타점생산능력을 겸비한 선수였습니다. 거기에 지난 WBC에서 맹활약하며 자신의 가치를 한껏 올려놓은 상태였죠. 리그에서도 뇌진탕 부상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고 말이죠.

▲ 사진 출처 http://www.sanspo.com/baseball/photos/091113/gsi0911131056000-p1.htm


(3) 지바 롯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4번타자

지바 롯데가 김태균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지바 롯데 타선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지바 롯데가 비록 팀 득점과 팀 홈런 면에선 리그 상위권에 속하지만, 타선의 무게감을 놓고 보면 중심타선이 위력적이지 않았죠. 야구는 중심타선의 폭발력과 집중력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전체 타선의 강도가 결정되니까요.

지바 롯데는 올 시즌 20홈런 80타점을 기록한 타자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상위타선을 구성하는 3명의 선수가 19홈런 이상을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면면을 보면 취약함이 느껴집니다.

■ 지바 롯데 중심타자급 3명

▷ 사브로 : 타율 0.318, 22홈런 68타점 → 20홈런 친 것이 올해가 첫 시즌
▷ 오오마츠 : 타율  0.269, 19홈런 79타점 → 지난 시즌 처음 20홈런 90타점 기록
▷ 이구치 : 타율 0.281, 19홈런 65타점


이 타자들로 짜여진 지바 롯데의 중심타선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다른 팀들과 비교해보겠습니다.


순위 팀명 타율 3할↑ 20홈런↑ 30홈런↑ 80타점↑ 100타점↑
1위 니혼햄 4명 1명 0명 3명 0명
2위 라쿠텐 2명 1명 1명 1명 1명
3위 소프트뱅크 1명 3명 0명 3명 0명
4위 세이부 1명 3명 1명 3명 1명
5위 지바 롯데 1명 1명 0명 0명 0명
6위 오릭스 1명 0명 0명 0명 0명

위의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바 롯데와 오릭스가 하위권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설명이 됩니다. 확실한 강타자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니혼햄은 30홈런 타자가 없어도 타율 3할타자가 4명, 80타점 타자가 3명입니다. 세이부와 소프트뱅크는 20홈런, 80타점을 기록한 타자가 각각 3명씩이나 되죠. 라쿠텐은 30홈런 100타점 타자 1명 뿐이지만 대신 13승 이상 투수가 3명이나 되고, 선발 3인방이 41승을 거뒀습니다. 리그 최고 수준이죠.

이런 부분들은 투타에서 내세울 것 없는 지바 롯데가 왜 김태균이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더구나 경쟁팀의 영입 의사가 비춰지자, 신속하게 김태균을 영입하려 애를 쓴 것은 그만큼 지바 롯데가 처한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김태균이 3~4번에서 중심을 잡아준다면, 올 시즌 19홈런 이상 친 3명의 지바 롯데 타자들도 시너지 효과를 얻을 테니, 타선을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태균에 대한 기대치에 따라 지바 롯데는 투수력이라든가 다른 부분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여러 가지 이점이 생기는 거죠.

2005년의 영광을 누렸던 베니나 간판 1루수인 후쿠우라는 더 이상 매력이 있는 선수가 아닌 점도 김태균 영입의 이유에 더욱 힘을 싣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뼈대가 강해야 다른 것들도 쉽게 풀리는 법이니까요. 이제 김태균은 지바 롯데의 척추가 되는 셈입니다.


과연 김태균은 잘할 수 있을까?

한국프로야구 선수 가운데에서는 11번째, 타자 가운데에는 이종범, 이승엽, 이병규에 이어 4번째로 일본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그가 성공하길 바랍니다. 아니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국야구가 강하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지만 성공 여부에 대해 아직 단언할 수만은 없습니다. 분명히 그가 일본에서 성공할 실력을 갖췄지만, 해외진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 적응과 리그 적응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한화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것에 비해 일본의 지바 롯데에서는 용병이 되니까요. 이 부분은 잘했을 때보다는 못했을 때 더 중요하며, 자기 관리 면에서 좀 더 강해지고 치밀해져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다행히 이승엽이 지바 롯데에 입단했을 때보다 몇 가지 상황이 좋습니다. 플래툰 시스템으로 돌리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과 김태균의 자리를 위협할 만한 타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한국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김태균 화이팅~!

(지바 롯데 진출하는 김별명. 앞으로 뭐라 불러야 할까요? 앞으로 계속 '김대박'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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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토자키 2009.11.14 0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바롯데가 이정도로 형편없는줄 몰랐네요. 오릭스도 캐막장이긴하지만요.

  2. 야구매냐 2009.11.14 01: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뱅과 세이부는 여전히 방망이가 좋네요. 그나저나 올해 지바롯데 좌완유망주 이름 뭐더라? 승수 많이 못 올렸나봐요?

    05지바롯데는 방망이보단 선발과 계투가 죽여준팀으로 기억하거덩요.

    암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BlogIcon 칸타타~ 2009.11.14 07: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소뱅, 세이부야 2000년대 대표하는 강팀 아닙니까?
      둘 다 방망이는 파리그에서 먹어주죠.
      지바 롯데 좌완 유망주라면 나루세요?
      작년에야 16승 했지만 올해는 11승인가 성적이 그 정도에 그쳤죠.

  3. 흠흠 2009.11.14 02: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글은 잘 못 쓰지만
    님 글 몇 차례 봤는데
    야구에 조예가 깊으신 것 같습니다.
    원래 뭐하시던 분인지
    왠지 궁금해집니다.
    그냥 좋아하는 수준이 아닌 갓 같아서요.

  4. 방랑자 2009.11.14 08: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야구는 잘 모르지만 이 글 보니

    왜 김태균이 지바 롯데에 필요한지 이해되네요.

    한국에서도 126,133경기에 80타점을 치는 선수 많은데

    144경기 하고 79타점이 팀 내 최고면 좀 문제가 있군요.

    • BlogIcon 칸타타~ 2009.11.14 1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바 롯데가 방망이가 출중한 팀은 아니었죠.
      2005년 우승할 때도 플래툰으로 돌던 이승엽이 30홈런 82타점 1~2위급이었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