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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일, 부산대학교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이 있었습니다. 제가 현재 부산대학교 석좌교수로 있고 하토야마 총리와는 의장시절 부터 인연이 있었던 터라 축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래에 축사 전문을 올립니다.



<축 사>

 

 

존경하는 내외귀빈 여러분, 전호환 총장님, 교수, 교직원, 학생 여러분.

 

3년 전인 2015년 여름 어느 날 아침, 신문을 보던 저는 한 컷의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옛 서대문 형무소 자리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일제의 식민통치와 우리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참회와 사죄를 하고 있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의 모습이었습니다. 한국 최고의 애국자요 독립운동계의 거목인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장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서 더욱 그랬을까요?

 

이 한 장의 사진이야말로 얽히고설킨 한일 관계사의 매듭을 풀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는 의지의 표상이며, 또한 동북아의 평화, 동아시아의 번영으로 향하는 거대한 비전을 밝히는 횃불이었습니다. 확고한 역사관과 세계관, 투철한 신념이 빚어낸 결과였습니다.

 

이 행동은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폴란드를 방문,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 꿇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던 장면과 오버랩 됩니다. 그도 물론 위대한 결단이었지만, 하토야마 총리의 용단이야말로 더 높이 평가받을만합니다. 독일과는 비교도 안 될 일본 내의 만만찮은 반대 기류를 무릅쓴 그의 담대함, 지성적 용기, 솔선수범, 미래 지향성 등이 오랫동안 폐쇄적이고 이기적이었던, 편협하고 감정적이며 때로는 선동적이었던 내외의 여러 세력들에게 커다란 경종을 울렸습니다.

 

그 몇 해 전인 200965, 제가 국회의장 시절 방한한 하토야마 총리(당시 민주당 대표)를 의장실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었던 추억이 불현듯 스쳐갔습니다. 그해 830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5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낸 그에게 축전을 보냈더니, 그는 한국과 가일층의 우호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201510월 중국 톈진에서 열린 빈하이 포럼 오프닝 세레모니에서 그와 나는 동북아 평화 발전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인연도 있습니다.

명문가 출신으로 일본 최고 대학을 나와 제가 잠시 방문교수(Visiting Scholar)로 발을 들였던 미국 명문 스탠포드 대학에서 정식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딴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 정계의 대표적인 지한파, 친한파 정치인입니다. 저에게 비친 그는 품격과 인격을 갖춘 엘리트 정치인, 소탈하면서도 개혁적이며 나라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자입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21세기 정치인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정치인은 퇴임 후의 족적으로 평가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토야마 총리는 그런 면에서 귀감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그는 일본 정치가 가야 할 바른 방향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한편, 잘못된 정책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높은 식견에 바탕을 둔 용기 있는 발언과 진실된 행동은 일본은 물론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큰 울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말씀드린 대로 퇴임 후에도 새로운 정치, 새로운 한일 관계, 새로운 동북아 및 동아시아를 위해 헌신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하토야마 총리에게 제가 석좌교수로 있는 이곳 부산대가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며 반갑고 기쁜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변화와 글로벌 네트워크로 동북아의 해양이 새로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넓게 마주하는 이 바다가 양국의 호수처럼, 강처럼 가까워지고 활용되며 네트워킹 될 날도 머지않을 것입니다. 동북아 해양도시 중 최대의 항구와 공항, 대학과 문화가 있는 부산과 부산대의 미래는 이 바다를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대와 새롭게 인연을 맺은 하토야마 총리의 향후 역할과 지도력에도 기대를 걸어봅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와 동북아 및 동아시아의 새로운 발전, 그리고 부산대의 활약을 기원하면서 하토야마 총리의 건승과 명예박사 학위 영득을 거듭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8102,

부산대학교 석좌교수 김형오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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