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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3일 이후 나흘째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아니, 잠이 오지 않는다. 연평도가 불탔다. 대한민국이 공격당했다. 제대를 앞둔 씩씩한 병사와 만 스무 살도 안 지난 앳된 소년 해병이 희생됐다. 영문도 모른 채 민간인이 죽었고 재산이 불탔다. 주민들은 40년 전 지어진 낡은 대피소에서 추위에 떨며 캄캄한 밤의 공포를 이겨내야 했다. 아, 이것이 내 어릴 적 말로만 듣던 내 부모형제들의 6.25가 아닌가, 나는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1371명 주민 중 26일 현재 연평도에는 28명만 남아 있다고 한다. 연평도가 초토화되는구나. 사람 없는 섬은 주인 없는 섬이 된다. 북한이 노린 것이 이거였을까. 서해 5도의 운명이 촌각을 다툰다. 대한민국이 위기다.

  어제 국방부 장관이 바뀌었다. 경질과 내정이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 법’이라는데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이 반영됐다. ‘MB는 숙고형 인사 스타일’이라는 세평과 달리 신속한 결정이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훌륭한 군인이었고, 장관으로서도 성실히 업무를 수행했다. 고위 공직자 중 드물게 보는 청빈에다 안정감 있는 외모로 신뢰감을 주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운이 없었다. 그가 마음먹은 대한민국 국방현대화계획을 추진할 겨를도 없이 외침에 시달려야 했다. 천안함의 눈물이 가시기도 전에 터진 연평도 불바다는 그를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게 할 수가 없었다. 두 번의 전투에서 국군이 패한 것이다. 기습도발로 감행된 억울하기 이를 데 없는 전투였지만 패배는 패배다. 이 쓰라린 패배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국방장관은 어쩌면 이 전투의 책임선상에서 벗어나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현장 지휘관도, 작전과 군령의 책임자도 아니다. 그러나 그가 옷을 벗는 길이 그가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군과 후배 군인들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것이 또한 그가 살아온 군인의 길이다.


  대한민국은 대내적으로 책임을 물었다. 그것도 최고의 책임을 지게 했다. 그러나 정말 책임을 져야 할 자는 뻔뻔스럽게도 가증스런 이빨을 드러내고 계속 으르렁댄다. 우리는 침략자에 대해 한 번도 책임을 물은 적이 없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경고는 풍선이다. 그 동안 우리의 경고는 풍선놀이하면서 폭탄이라고 떠드는 꼴로 저들에게 우습게 비쳤다. 어쩌면 수십 번을 당하고도 단 한 번 응징하지 못한 세계 유일의 나라인지 모른다. 그랬기 때문에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되지 않았느냐는 언어유희는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다. 벌써 무너졌어야 할 정권을 연명시켜준 유화책은 이제 걷어치워야 한다. ‘강성대국 선군정치’는 한국의 어정쩡한 대북정책이 지속되는 한 가장 효과적인 대남정책이요, 김부자(金父子) 정권연명 정책이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북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정일의 입에서 사과 성명이 나올 때까지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데드라인(시한)을 못박아야 한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외교는 헛껍데기란 것은 국제정치의 상식이다. 김정일이 외교적으로 국제적으로 해결해야 되겠다고 스스로 통감하도록 실질적․구체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 국지전이 전면전 된다고, 강경대응하면 서울은 불바다 된다고, 전쟁광 놀음에 말려들면 안 된다고, 북한 주장의 판박이 같은 소리 이제 좀 그만하자. 국민이 죽어가고 영토가 불바다 되는데 한심한 갑론을박하는 나라의 말로가 어땠는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보복과 응징이란 단어가 박물관으로 들어가지 않으려면 당장 실행해야 한다. 국방장관 경질이 내부 국면 수습용이어서는 안 된다. 새 국방장관의 기용은 북한에 대한 경고여야 한다. 그가 또 정치논리의 희생양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나오게 하려면 이 시점에서 그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입힌 만큼 응징하는 길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우리의 국방력이 훨씬 우월하다. 훈련도 많이 했다. 사기도 높다. 전략만 잘 세우면 된다. 시원찮은 일부 민간 전문가연하는 분들이여, 더 이상 북한에 떨지 말라. 언제까지 북한 입장만 헤아릴 것인가. 떨고 있는 쪽은 남이 아니라 북이다. 체제붕괴까지 이르는 타격력을 우리가 가진 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신임 국방장관이 임용되기엔 시간이 좀 걸린다. 신구 장관 교체 기간이 국방 안보의 취약 기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방 최고 책임자의 경질이 북한에 대한 경고로서 효력을 발휘하려면 당장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국가 보위의 강력한 의지와 냉철한 전략만 있다면 지금이 북한을 응징할 절호의 기회다.

 해병 전우들이 영결식장에서 부른 해병대가는 내 얼굴을 눈물범벅으로 만들었다. 바로 그때, ‘에비타’란 애칭의 아르헨티나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이 33세 젊은 나이에 세상과 작별하며 자국 국민들에게 남긴 한 마디가 폐부를 찌르며 파고들었다. “Don’t Cry for me Argentina.”(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이 말은 같은 제목의 노래로 만들어져 그 나라 국민들뿐만 아니라 온 인류의 심금을 울렸다. 순국 용사들의 충정도 저와 같았으리라. 대한민국이여,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그래, 울지 않으련다. 나는 애써 눈물을 닦고 순국 용사들을 위해 기도하며 다짐한다. 그대들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게 하리라.

  “우리가 있어야 북한이 허튼 짓을 못한다”면서 마지막까지 연평도에 남겠다는 결의를 보인 주민들이 든든하고 존경스럽다. 작렬하는 포화 속에서 두려움 없이 응전하며 조국을 지킨 용사들에게도 치하와 격려를 보낸다. 애국심으로 무장한 젊은 피들이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다. 해병대 파이팅! 육해공군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

  ※P.S. 사흘 동안 수십 통의 편지를 썼다, 트위터에. 팔로워들과의 논쟁도 서슴지 않았다. 일종의 사명감이라 생각하며 젊은 논객들과 ‘계급장’ 떼고 맞붙었지만 ‘혹시나’가 ‘역시나’가 된 게 아닌가 싶어 가슴이 답답했다. 우리 사회가 어찌 이리 돼 버렸을까. 연평도 해병과 민간인들의 죽음을 지구 저 반대편 일인 줄 아는 그들은 평화주의자도 무엇도 아니다. 반전 논리도 너무나 빈약하고 앞뒤가 안 맞는다. 내가 그들을 설득 못 시켜서 안타까운 게 아니라 그들의 헝클어진 국가관과 비뚤어진 사회의식이 걱정스럽다.

  그래도 위안은 있다, 희망은 살아 있다. 나의 뜻을 지지해 준 의로운 사람, 순수한 국민들도 많다. 더러는 엉뚱한 주장도 있지만 적어도 애국심에서 비롯된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래, 이 순수한 젊은 미래가 있는 한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들이 있기에 이 글을 마친 나는 충혈된 눈으로 다시 트위터를 하러 간다.



북한문제에 대한 내 신념이 바뀐 거냐고 묻는 분들에게

  한나라당 내에서도 나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사람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자극적인 발언이나 행위를 남과 북이 서로 하지 말자고 한결같이 주장해왔다.

  2004년 신의주 용천 폭파사건이 일어났을 때 나는 야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었지만 여야 정치인 중 가장 먼저 도와주자고 제안했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단체에 잠시 몸담기도 했고 평양도 다녀왔다. 평화 통일의 그날을 위해 차근차근 한 발 한 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었다. 신뢰 회복 후에 본격 협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필요시 정치인들 간의 대화 접촉도 주선할 용의도 있었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금강산 피살사건, 임진강 댐 무단방류에도 반성치 않더니 천안함을 가라앉히고 연평도까지 유린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된다. 남북의 공존을 위해서도 이건 안된다. 용납할 것이 있고 못할 것이 있다. 나는 더 이상 관용할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이건 안 된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중국의 6자회담 제안에 대한 입장

  중국은 28일 오후 5시 30분경(한국 시간) 12월 초 6자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 외교부가 정례 기자회견 외에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국제사회의 비등하는 비판여론에 중국도 나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의 제안에 청와대는 사실상 거절했다. 청와대의 반응은 당연하다.

  나는 원칙적으로 회담에 찬성한다.
  그러나 이번 연평도 사태를 유야무야 덮거나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회담이 돼서는 안 된다. 회담에 앞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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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함무라비법전 2010.11.27 16: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시원시원한 논조의 글입니다.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입니다. MB가 꼭 이 칼럼을 읽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2. 조선중앙통신 2010.11.27 1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금 전 북한이 "민간인 사망 사실이라면 매우 유감"이라 첫 공식 표명했다고 속보 뜸. 의장님 과격한 발언에 겁먹었나?

  3. 불면의밤 2010.11.28 08: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 며칠 편안한 잠을 이루었다면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다.
    지금은 25시간 두 눈 부릅뜨고 깨어 있어야 할 시간!

  4. 받들어총 2010.11.29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 단 한 뼘이라도 인공기가 흩날리는 일이 없도록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5. 찔러총 2010.11.30 08: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차렷총, 세워총, 받들어총, 찔러총, 길게찔러총!
    지금은 가물가물한 군대 시절 총검술을
    막대기를 들고서라도 연습해 보아야겠다.

  6. 모개 2010.12.01 01: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 서정우하사 그리고 문광욱이병....

    내게는 그들의 나이를 지나가는 딸들이 있습니다.
    사루비아 꽃잎처럼 달짝지근한 그 얇은 입술에 입맞춤하며 나는 비로소 어른이 되었고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인생의 숨은 그림 찾기에 젊은 날을 다 보내고도 아깝지 않았고,
    시무룩한 얼굴로 집 나서던 아이 뒷모습이 눈에 밟히는 날엔 도종환시인의 시(詩), '흔들리며 피는 꽃'을 핸드폰에 보내놓고 아이가 봤을라나, 구겨진 맘은 좀 펴졌을라나.... 종일 조바심 냈던
    내 이름은, '엄마'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 다 젖으며 젖으며 피웠나니 /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 全文)

    사람들은 흔들리고 젖으며 피어난 꽃봉오리만 품평하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비바람에 꽃대가 부러지진 않을까, 연한 이파리에 생채기가 남진 않을까... 꽃이 피는 내내 함께 흔들리고 몽땅 젖으며 늘 서성이는 사람들입니다.

    '그 꽃같은 아이들'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조국이 부르면 천금 같은 자식도 내어놓아야 하는 엄마들에게 분단국의 현실이 비로소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이 산하(山河), 오지 곳곳에서 밤을 지새울 아이들과 함께 이 밤, 엄마들은 잠들지 못합니다

[해럴드경제]김형오 의장 “北 사과 계기로 당국간 대화 이어져야” 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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