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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전 국회의장, 책과 편지․특강으로 재소자와 소통




11월 9일,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안양교도소 담장을 넘어 날아온 반가운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발신인은 유 모씨. 다음은 편지 전문이다.


존경하는 의원님께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저는 일전에 다녀가신 안양교도소에서 수행중인 유OO이라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감사 편지 올리게 된 것은 지난 11월 2일 의원님께서 보내주신 책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아름다운 나라』와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 2권을 받고 잘 받았다는 말씀과 함께 그날의 특별한 강연에 대해서도 감사의 말씀 전하고자 편지 올리게 되었습니다.

의원님의 책이 도착하자 동료들의 다소 시기어린 축하와 함께 책을 돌려보자는 요청이 있어 제가 일하는 도예장에 1권, 방에 1권을 비치하여 돌려보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의원님의 소중한 친필 사인이 있는 책이라 특별히 관리하고 있으며, 허락하신다면 책을 본 후 동료들과 독후감도 드리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지난 10월 27일에 있었던 특별한 강연에 대해서도 감사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미션>이라는 영화와 이곳에서의 두 정치인, 그리고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고 한 트로츠키의 인용은 이 사나운 환경에서 잘 살아내야만 하는, 나아가서는 다시 태어날 기회로 삼아야 하는 저희로서는 어떻게 삶에 대해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다시 일깨워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더욱이나 이 생활을 ‘강제 수행’의 기회로 삼아 애쓰고 있는 저로서는 보다 뜻 깊은 강연이었음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지금은 수형자의 신분으로 자격이 부족하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도 감사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국회의 수장이셨고, 의원 활동으로 공사가 다망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나운 곳을 찾아주셔서 저를 비롯하여 많은 동료들에게 삶과, 나아가서 세상에 대한 의망을 일깨워주셨음에는 마치 청정한 샘을 발견한 듯 뿌듯한 기쁨도 있었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의원님 같으신 분이 있다는 것은 사뭇 위안이 아닐 수 없음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의원님 같으신 훌륭한 정치인이 있고, 여기 소장과 같은 성실한 공무원이 있음은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였습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졸필에 두서없는 내용 부디 용서하시고, 희망하기는 의원님의 뜻이 국민의 뜻과 같아지기를 희망하오며 국민을 위해서라도 내내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2011년 11월 6일

존경과 감사의 뜻을 담아, 유OO 배상.

추신 : 강연 날에 있었던 저의 무례한 행동에 조아려 사죄 말씀 올립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편지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 10월 27일, 안양교도소를 찾아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강연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한 재소자가 “의장님 쓰신 책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고(추신에 쓴 ‘무례한 행동’이란 이를 일컫는 말), 10월의 마지막 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그(유 모씨)에게 두 권의 책을 동봉해 편지를 보냈다. 다음은 김 전 의장이 보낸 편지 전문이다.

 

 유OO님에게

 날씨가 서늘해졌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OO님을 비롯한 여러분들과의 만남은 내게도 깊은 의미를 남겼습니다.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와 『이 아름다운 나라』, 기쁜 마음으로 졸저 두 권을 보냅니다. 이 책들이 OO님의 생활에 잠시의 여유와 작은 희망을 심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몇 권 더 보내고 싶었지만 출판사 사정으로 책이 절판되어 사무실에 보관해 두었던 책을 부칩니다.

 크게 보면 죄인 아닌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세상에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듯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많습니다.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이 OO님에게 성찰과 성장의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라며, 위로와 용기를 전합니다.

2011년 10월 31일, 국회에서 김형오 드림.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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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쇼생크탈출 2011.11.09 15: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감중이 아니라 수행중.
    이 표현이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면벽 수행을 통해 한껏 자신을 드높이는 학교,
    감옥을 그런 장소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2. 이재갑 2011.11.09 23: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형오 의장님께서는 의미담은 액자를 보내주시며 축하를 미리 해주셨어요. 아내와 아들이 무척 좋은지 웃는군요. 결혼을 앞둔 자식이, 골치아픈 아내가 부족한 애비(남편)앞에서 웃을 때 저는 너무 좋아요

  3. 헬레나 2011.11.11 2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분의 편지를 읽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내몸에 전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님 께서 뜻깊은 강연이
    되셨는것 같습니다.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는 말씀도 그분께서는
    삶에 대한 애착으로 성찰과 성장으로 느꼈으니말입니다.


  교도소 담장 안에 있는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나는 그대 얼굴도, 이름도 모릅니다. 하지만 문득 편지와 함께 지난봄에 펴낸 내 책을 그대에게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아름다운 나라』. 국회의장 시절 국정감사 기간을 이용해 백령도에서 울돌목까지, 울산 반구대에서 평화의 댐까지 우리 땅을 동서남북으로 가로지르며 만난 벅찬 감동과 길 위에서의 사색을 러브레터를 쓰듯이 편지 형식으로 옮긴 책입니다. 내가 이 책을 전국의 54개 교도소 및 구치소에 각 3권씩 보내기로 마음먹은 건 작년 4월에 받은 한 통의 편지 때문입니다. 발신인은 청송교도소에 수감 중인 서른세 살 재소자. 그해 봄에 출간한 내 책(『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 한 권을 보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교도소 담장 밑에서 주워 말렸다는 들꽃 한 잎이 편지지에 붙어 있었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면서…. 나는 그 노란 꽃잎이 마치 노란 나비 날개처럼 가슴 뭉클한 사연을 싣고 팔랑팔랑 교도소 담장을 넘어 내게로 날아온 느낌이었습니다. 그가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잠시나마 담장 너머로 바깥나들이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나는 내 책에 사인을 했습니다.


  감옥은 독서와 사색 그리고 집필의 시간을 갖기에는 안성맞춤인 공간입니다. 『김대중 옥중 서신』(김대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야생초 편지』(황대권) 등이 감옥을 모태로 태어났습니다. 베트남 독립의 아버지인 호치민의 『옥중 일기』, 인도 독립운동가 네루의 『세계사 편력』,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 등도 감옥에서 잉태되었습니다. 모파상·체홉과 더불어 세계 3대 단편 작가로 꼽히는 오 헨리도 3년간의 수감 생활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과 구상을 토대로 『마지막 잎새』를 비롯한 수많은 명편을 썼습니다. 그들에게 감옥은 도서관·대학·집필실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감옥은 더 이상 감옥이 아닙니다. 비좁은 방 안이 광대무변한 우주로 탈바꿈합니다. 무의미하고 건조했던 하루하루가 가치 있고 뜻 깊은 시간으로 거듭납니다. 적어도 휴식과 충전의 기회로는 삼을 수 있습니다.

  그대도 칠레 광부들 이야기를 알고 있겠지요? 지난가을 칠레에서 생중계된 한 편의 휴먼 드라마가 지구촌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감옥보다 더 깊고 어두운 절망 속에서 33인의 광부들이 69일 동안 캐 올린 것은 사랑과 신뢰, 용기와 도전, 그리고 인간의 존엄이었습니다. 까마득한 지하, 캄캄한 갱도 안에 환한 등불을 밝혀 준 것은 다름 아닌 기도와 찬송이었습니다. 살아나온 광부들의 티셔츠에는 CCC(칠레대학생선교회) 로고와 함께 ‘주님, 감사합니다’란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나는 그대에게도 충분히 그런 기적이 가능할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만든 구조용 캡슐 ‘피닉스’를 타고 ‘불사조’가 되어 더욱 강하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교도소 담장 너머 밝은 햇살 아래로 귀환하게 될 그대를 소망하고 응원하며 기도하렵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원수마저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대가 어떤 사연으로 거기에 갇혀 있는지 나는 모릅니다. 바라건대 이 한 권의 책이 참회와 성찰과 성장의 시간을 살고 있는 그대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고, 나아가 ‘이 아름다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면 더 큰 보람과 기쁨이 없겠습니다.

  곧 한 해가 저물고 새 달력이 벽에 걸립니다.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시기를…. 아울러 겨울이 깊어갈수록 그대를 더욱 그리워하고 안쓰러워할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도 기도와 함께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동봉한 책 마지막 장에 실린 이 한 줄의 글을 그대에게 바칩니다. “희망은 담을 문으로, 벽을 창으로 만듭니다.”

[2010. 11. 28. 김형오 전 국회의장 국민일보 특별기고]


 

 <편집 메모>

  이 편지를 국민일보에 기고하면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약속대로 162권의 책을 재소자들에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많은 답신을 받았습니다. 

  *수용자들을 위한 교양도서로 유익하게 사용하겠으며, 이를 계기로 우리 직원 모두는 보다 넓은 마음으로 수용자 교정교화 활동에 더욱 정진하겠습니다.(제주교도소장)
  *의원님의 따뜻한 마음이 책을 읽는 모든 수용자의 지식 함양과 심성 순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춘천교도소장)
  *수용자 교정교화가 '굽은 나무 펴기'보다 힘들다고 하지만, 의원님과 같이 넓은 마음으로 우리 사회를 걱정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이들이 새 삶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우리 교도관들은 용기백배하여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부산교도소장)
  *의원님께서 기증하신 도서는 수용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 이들의 참다운 사회 복귀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부산구치소장)
  *앞으로도 수용자들이 새 삶을 찾아 건전한 사회인으로 새출발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천안교도소장)

  *우리 모든 교정 직원은 흐르는 강물에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수용자 교화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보내 주신 책은 수용자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것입니다. 담장 안에서 보낸 편지에도 귀기울여 주심에 삼사드리며 2011년에도 국민의 목소리에 화답하는 희망의 정치를 기원하겠습니다.(영등포교도소장)
  *온정어린 후원 덕분에 수용자들은 보다 인간적인 배려를 통하여 앞으로의 인생을 희망과 감사의 자세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홍성교도소장)

  그밖에도 편지 보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도 어느 교도소 형광등 불빛 아래서 누군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선물한 책을 읽고 있겠지요? 책을 읽다가 가슴 위에 펼친 채로 잠이 들면 그 책이 담요처럼 그 분을 따뜻이 덮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꿈꾸시기를….
  잊을 건 잊는 잊을 망자 忘年을 잘 마무리하시고, 바랄 게 많은 바랄 망자 望年, 희망찬 새해를 맞으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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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쇼생크탈출 2010.12.14 13: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야님의 편지와 책이 수많은 수감자들의 심금을 울렸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몸은 비록 감옥 안에 있지만 마음은 <쇼생크 탈출>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2. 담장훌쩍 2010.12.15 08: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토끼 해인 내년에는 토끼처럼 점프해 훌쩍 교도소 담장을 넘으세요.
    마음은 언제나 바깥에 두고 사회 복귀를 준비하세요.

  3. 뷰티풀코리아 2010.12.16 08: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아름다운 편지네요.
    노블레스오블리주의 표상을 보는 듯.

  4. 에스케이프 2010.12.16 17: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뮈였나요?추억만으로도 인간은 평생을 감옥에서 버틸 수 있다고 말한 실존철학자는. 추억의 힘으로 당신들 모두 지옥에서의 한 철을 견뎌내기를...

  5. 리더 2010.12.17 1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옥, 나 또한 한때 치열한 독서의 공간으로 열망했던 곳. 작가들이여, 쓰고 싶으면 감옥으로 들어가라! 혹은 무인도로 유배라도 떠나라!

  6. 손난로 2010.12.18 1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따스함이 그리운 계절, 교도소 담장을 넘어간 편지가 어느새 제 마음 안으로까지 날아와 온기를 지핍니다. 벽난로 하나를 가슴에 들인 것 같습니다. 세상아, 환해지고 따뜻해져라.

  7. 수인번호1004 2010.12.28 16: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야님, 당신을 명예 수감자로 추대합니다.
    수인번호 1004.

  8. 햇살가득 2010.12.31 07: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담장 안에 있는 분들이나
    담장 밖 가족 분들이나
    모두모두 햇살 가득한 새해
    맞으시기 바래요.
    이 아름다운 나라에서.

  9. 빠삐용 2011.01.04 09: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옥에서 보낸 한 철이 내게는 구원이고 피안이었네
    아 그리운 감옥이여!√

  10. 열혈남아 2011.01.07 14: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옥은 책 읽기에는 최적의 공간일 것 같습니다.
    버러지 같은 인간들이 책벌레가 되어 나온다면
    책을 선물한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김형오 의장이 국회의장을 퇴임한 후, 정리할 것들이 많았지만, 의장 임기 중에 받은 편지, 책, 선물은 물론이고 임기 중의 활동을 개인적으로 기록한 기록물의 양도 엄청나서 그것들을 정리하는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어느 정도 큰 물건들의 정리를 마치고, 편지를 정리하는 가운데 한 통의 편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김형오 국회의장님께.

  햇빛이 좋아 포근하기 이를 데 없는 날씨입니다. 철창 밖에는 겨울 동안 움추려 있던 목련이 이제야 활짝 피었습니다.

  갑작스런 편지로 인해 많이 당황하셨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실례를 범한 점 넓으신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청송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입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이곳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올해 나이는 서른세살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한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국회의장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펴내신 <길 위에서 띄우는 희망편지>를 한권 받아보고 싶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부탁드립니다.


  낯선 지역의 새로운 문화를 아는데 여행이야 말로 단연 으뜸이라 생각합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듯 책 속 여행을 통해 낯선 곳이 주는 자극과 새로운 것들의 설레임을 느끼고 싶습니다. 각박하고 조금은 살벌한 이곳 생활에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아울러 국회의장님께서 자연에게 속삭임을 담은 편지도 음미하고 싶습니다. 자연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더욱 새기고자 합니다.


  저를 미화시키거나 여건과 환경에 책임을 돌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지금은 생활고를 겪고 있어서 부탁한 책을 구입할 수가 없습니다. 이 점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안면부지의 국회의장님께 이런 부탁을 드리기가 송구스러워 편지를 보낼까 여러 번을 망설였습니다.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보내주시는 책은 한 줄씩 아껴가며 마지막까지 서캐 훑듯하며 읽겠습니다.


  비록 한순간의 어리석음 때문에 뜻하지 않은 삶 가운데 있지만 지난 날의 잘못을 회개하면서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거듭 태어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마음을 소중히 여겨주시길 바랍니다.

  하루에 삼십 분이 주어진 운동시간에 담장 밑에 떨어진 예쁜 꽃을 주어다 책갈피를 할려고 곱게 말려 놓았습니다. 이것을 편지지에 붙여서 보냅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이 이것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두서 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다고 애쓰신 국회의장님의 가정에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국회의장님의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2009년 4월 15일
청송교도소에서 재소자가 드립니다.


저는 이 편지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할까요.
물론 지은 죄에 대해서는 응당 그 죄에 대한 댓가를 치뤄야 합니다.
그 댓가로 사회와 격리된 채 철창과 높은 담벼락으로 가로막힌 감옥 안에서 자유를 그리워하는 참회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생각하면..
어쩌다 흉악한 죄를 지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죄를 떠나 '사람'으로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공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갈매기 - 2010. 4.17. 독도


비교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군대에서 경계근무를 서면서 부대 밖으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을 부러워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담장 밖을 그리워하는 그 마음에,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죄책감까지 더해져 이 재소자의 마음은 얼마나 더 간절할까 헤아려보니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특히나 30분 주어진 운동시간에 담장 밑의 들꽃을 주워다 말려 편지지에 붙여 보내며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이 이것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라는 부분을 보면서, 성경에 나오는 어느 과부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어느 가난한 과부가 헌금을 하는데, 사람들이 그 액수가 적은 것을 비웃자 예수께서 "적은 액수일지 몰라도 이 과부에게는 전부"라는 말씀을 하시는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요한복음 21장 1절 ~ 4절) 더보기

책갈피를 하려 곱게 말려놓은 들꽃 밖에는 가진 것이 없는 재소자에게 받은 그 들꽃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편지의 책을 요청하는 부분이 형광펜으로 표시된 것으로 보아, 재소자가 요청한 '길 위에서 띄우는 희망편지'는 요청대로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소자의 표현대로 '각박하고 조금은 살벌한' 그곳의 생활 가운데에서 보내준 책을 통해 잠시나마 그토록 그리운 자유를 느낄 수 있고, 또한 자신이 저지른 범죄 - 타인의 자유를 침해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칠 수 있길 바라봅니다.

Posted by 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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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메시 2010.06.29 1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찡한 사연이군요....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것은 바로 이런 주고받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2. 쉘리 2010.06.29 18: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국회의장님께서 답장도 주시고 책도 보내주셨더라면 정말로 멋있었겠네요..